푸마로 만나는 포르쉐 레전더리 카, RS 2.7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6.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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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레라 RS 2.7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치가 올라가는 클래식 스포츠카 중 하나다. 클래식 포르쉐의 매력을 모두 다 갖춘 이 차는 현재 누구도 손에 넣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감성만큼은 손에 쥘 수 있다. 아니 발로 쥘 수 있다.

993 터보의 고래 꼬리가 있기 전, 포르쉐에게는 또 하나의 꼬리가 달려 있었다. 바로 오리 꼬리 그러니까 덕 테일이다. 매끈하게 타고 내려가는 엉덩이 뒤에 빼꼼히 내민 꼬리가 영락없는 오리의 꼬리를 닮았다. 이 꼬리가 달리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이다.

포르쉐 카레라 RS 2.7은 당시로선 911의 하드코어 버전이었다. 무게를 더 줄이고, 출력은 올리면서 공기역학적으로 더 강력한 그립을 만들어 낼 수 있게 설계됐다. 당시 다양한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한 이 차는 포르쉐의 역사에 수많은 유산을 남겼다. 우선 카레라라는 이름과 함께 이차들이 참가했던 레이스에서 오늘날 포르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의 이름도 탄생했다. 바로 파나메라다. 파나메라라는 이름의 시작은 카레라 파나메리카나였고, 여기에 카레라 RS 2.7이 참가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이외에도 이 차가 남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디자인이다. 물론 포르쉐 911의 디자인은 누가 봐도 다 아는 아주 잘 된 디자인이며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이 차라고 특별한 디자인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핵심은 컬러와 스트라이프에 있다.

흰색에 빨간색 스트라이프 혹은 녹색의 스트라이프와 녹색의 휠이 들어간 카레라 RS 2.7은 수많은 소년들의 책장부터 어른들의 차고까지 반드시 하나쯤은 채워져 있어야 할 필수 아이템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눈에 봐도 멋지다 혹은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아주 근사하다. 그래서 이 차는 출시된 지 벌써 50주년을 맞이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자동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차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에도 귀한 물건이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차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카레라 RS 2.7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다이캐스트 미니어처 카뿐이다. 물론 이마저도 1:18 스케일처럼 사이즈가 적당히 큰 경우는 출시되는 즉시 거의 대부분 다 팔려버려서 구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에 카레라 RS 2.7의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 나왔다. 그것도 자동차가 아닌 스니커즈로 말이다. 푸마는 최근 카레라 RS 2.7의 5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스니커즈 컬렉션을 내놓았다. 푸마는 모터스포츠 혹은 자동차 브랜드와 자주 협업해왔는데, 포르쉐 디자인과도 꽤 오랜 파트너십을 지켜왔다.

이번에 출시된 스니커즈는 스웨이드. 푸마 스웨이드는 한 마디로 푸마의 카레라 RS 2.7이다. 그만큼 오래됐지만 언제 보더라도 그리고 언제 신더라도 근사하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이라는 것도 비슷하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는 점도 동일하다.

공개된 컬렉션에 오리 꼬리는 없지만 그래도 카레라 RS 2.7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걸 한 번에 알 수 있는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특별한 장식이나 형태의 변화가 아닌, 컬러만으로 카레라 RS 2.7의 감성을 해석했다. 흰색에 파란색 푸마 로고라든지 혹은 빨간색 스트라이프는 영락없는 카레라 RS다.

힐 컵 쪽에는 RS 2.7 로고가 새겨져 있으며, 텅에는 포르쉐 뮤지엄 패치가 박음질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세 자릿수 일련번호가 함께 자리한다. 박스 역시 애호가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팝아트로 재해석된 카레라 RS 2.7이 그려져 있는데 이 박스만으로도 포르쉐의 감성을 위트 있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식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발꿈치 부분이다. Limited 1 of 500이라고 새겨진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물론 운이 좋아서 여러분 중 누군가가 이 스니커즈를 손에 넣는다면 다른 숫자가 쓰여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500켤레 한정판이란 이야기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전체 컬렉션은 모두 10종류이며 각각 500켤레만 제작될 예정이다.

왜 굳이 500켤레인가 하면 카레라 RS 2.7이 500대 밖에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훗날 생산량이 좀 더 늘어나 1,580대까지 만들어지긴 했지만, 애초 계획은 500대였다. 이쯤 되니 다이캐스트가 왜 비싼지도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포르쉐 뮤지엄에서도 이따금 카레라 RS 2.7의 미니어처 카를 판매하는데 이것 역시 항상 500대 한정이었다. 그리고 꺼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푸마도 그랬다. 이 사진을 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상 판매 가격으로 스니커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자동차든 신발이든, 카레라 RS 2.7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뭐든 쉽게 구할 수 없는 건 이제 상식인 것 같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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