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헬리콥터 등장? 유로콥터 ACH130 애스턴 마틴 에디션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4.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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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늘 비행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다. 비행기가 자동차로부터 영감을 얻어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빌려왔다. 물론 예사로운 자동차는 아니다. 아이코닉 스포츠카이자 문화에도 많은 영감을 준 바로 브랜드, 애스턴 마틴이다. 그리고 유로콥터가 이들과 손잡았다.

007의 세계관에서 애스턴 마틴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특히 제임스 본드의 상태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필연적 단서다. 온갖 근사한 탈것들로 가득한 007에 애스턴 마틴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이동 수단이 있다. 특히 유럽의 럭셔리를 설명하는데 이것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바로 헬리콥터다. 물론 애스턴 마틴을 향한 대중의 관심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진 않지만, 헬리콥터가 등장하지 않은 007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극중 대단히 중요한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자동차가 비행기에서 영감을 받아온 통상적 영감의 절차에서 벗어나 역방향으로의 이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헬리콥터가 자동차의 디자인과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가져왔다. 007의 상징인 애스턴 마틴과 함께 한 브랜드는 유로콥터. 유로콥터는 그야말로 유럽을 대표하는 회전익 제조사이며 벨과 함께 상용, 승용 헬리콥터 시장을 양분하는 빅 메이커다. (현재는 에어버스 헬리콥터 사업부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들이 제조하는 헬리콥터 중 ACH 시리즈는 애스턴 마틴의 Q와 같은 서브 존재다. 오직 VIP들을 위해 제작되는 이 시리즈는 기능보다는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에 치중했다. 물론 퍼포먼스도 아주 강력하다. 사프란 아리엘의 2D 터보 샤프트 엔진에서 약 950마력이 나오며 최대 이륙 중량은 2.5톤이다. 237km/h의 속도로 크루징이 가능하며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약 600km를 비행할 수 있다. 근사한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는 호사스럽기 이를 데 없고, 배열도 자유로우며 특히 2열을 위한 공간 할애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 여기에 애스턴 마틴의 터치가 더해진다면 어떨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호화로운 탄 베이지 컬러의 가죽 시트다. 시트를 감싸고 있는 가죽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애스턴 마틴에서 제작했다. 애스턴 마틴 게이든(Gaydon) 공장의 크래프트맨들이 직접 재단하고 제봉한 시트로, 가죽은 실제 DB11에 사용되는 프리미엄 레벨의 가죽이 쓰였다. 그래서 헤드레스트에는 에어버스가 아닌 애스턴 마틴의 로고가 찍힌다.

시트 자체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경량화를 위해 모두 카본으로 제작됐으며, 시트 백은 스웨이드로 마감했고, 가운데에는 독특한 스티치가 들어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헤드레스트를 고정하는 버클 역시 고급스럽기 이를 데 없다. 전통적인 체결 방식을 지니고 있어 마치 럭셔리 토트백을 보는 기분마저 들 정도다.

인테리어 내장재도 아주 특별하다. 헤드라이너를 비롯해 2열 격벽까지 모두 스웨이드로 마감했고, 도어와 루프 필러 쪽에는 시트에 쓰인 것과 같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게다가 안쪽 공간에는 보온을 위한 블랭킷을 따로 넣었다.

도어 트림 역시 헬리콥터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고급스러운 마감이 더해졌다. 마치 애스턴 마틴의 도어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호화로움은 바닥까지 이어진다. 푹신한 양털 카펫이 깔려 있으며 끝은 모두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어 감히 신발을 신고 밟아도 되나? 싶은 미안함까지 들게 만든다. 콕핏도 같은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더 페달 안쪽까지 가죽으로 꼼꼼히 마감했다.

1열 시트 뒤에는 가죽으로 만든 수납백이 걸려 있는데 하나같이 그대로 들고나가도 이상할 일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훌륭하다. 수납백 옆으로 나와 있는 스트랩은 인터컴 헤드셋을 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비행기의 특성상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애스턴 마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배려는 충분하다. 애스턴 마틴에서 사용하는 네 가지 컬러를 적용할 수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컬러인 제논 그레이를 시작으로 아리조나 탄, 울트라마린 블랙과 스털링 그린을 선택할 수 있다.

애초부터 헬리콥터라는 이동 수단 자체가 흔치 않아서 어쩌면 우리 중 대부분은 3백만 달러짜리 ACH130 애스턴 마틴 에디션이 날아다녀도 보지 못하거나 혹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 모르게 애스턴 마틴의 감성이 느껴진다면 틀림없이 지금 소개한 독점적 에디션일거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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