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레이싱, 막스 페르스타펜. 2021 포뮬러1 월드 챔피언 획득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2.14 18: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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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22개의 그랑프리를 소화한 끝에 결국 마지막 레이스인 아부다비에서 2021 포뮬러1 월드 챔피언이 결정됐다. 주인공은 루이스 해밀턴이 아닌,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단 1랩이 챔피언을 결정지었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소 운영될 것 같았던 2021 포뮬러1 시즌이 예정대로 22개의 레이스를 모두 소화한 끝에 지난 주말, 1년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 역시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단 한 번도 챔피언을 놓쳐 본 적이 없던 메르세데스 AMG F1이 8년 만에 챔피언십 타이틀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전례 없는 강력함으로 포뮬러1을 지배했던 메르세데스로부터 챔피언십 타이틀 중 하나를 빼앗아 온 팀은 다름 아닌 레드불 레이싱이었다. 무려 8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레드불 레이싱은 이번 시즌 내내 메르세데스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는데 몇 번의 사고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고는 영국에서 일어난 막스 페르스타펜과 루이스 해밀턴의 사고다. 이 사고는 챔피언십을 두고 경쟁하던 1,2위 드라이버 간의 사고여서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 경기 이후까지 좀처럼 조용해지지 않았다. 판정에 불복한 레드불 레이싱은 탄원서를 제출했고, 메르세데스는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트랙 사이드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메르세데스 AMG F1은 이 상황을 좀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난 7번의 시즌을 압도적인 성과로 마무리한 디펜딩 챔피언으로써 갑자기 찾아온 도전에 당혹감을 감추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하엘 슈마허의 7번 챔피언 기록을 넘어설 유일한 인류라고 평가받는 루이스 해밀턴 역시 막스 페르스타펜의 공격적인 드라이빙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랜만에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고 첨예한 경쟁이 일어나면서 팬들은 매 경기 두 사람과 두 팀 사이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을까?라며 관심을 모았고, 그들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남 없이 이탈리아,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컷 싸웠고 부딪혔다.

레드불 레이싱은 오스트리안 그랑프리를 넘어서면서 확실한 우세를 점유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까지 우세를 이어갔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그랑프리에서 놓친 우승 때문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마지막 그랑프리인 아부다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덕분에 이 레이스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먼저 우위를 점한 쪽은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이었다. 그는 예선에서 아주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며 압도적 차이로 폴 포지션을 가져갔다. 하지만 우위를 오랫동안 지키진 못했다.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루이스 해밀턴이 1위 자리를 가져갔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레드불 레이싱은 메르세데스 AMG F1의 페이스를 좀처럼 따라갈 수 없었다.

시즌 중반까지 그들이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메르세데스에게 압도당한 레드불 레이싱은 그렇게 8년 만에 찾아온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능성이 높았던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 타이틀도 막스 페르스타펜의 팀 메이트, 세르히오 페레즈의 리타이어로 불가능해졌다. 물론 세르히오 페레즈는 루이스 해밀턴을 방어하며 팀 메이트가 경쟁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등 많은 일을 해냈지만,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그의 차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메르세데스에게는 희망이, 레드불 레이싱에는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무렵, 상황이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알파 로메오의 안토니오 지오비나치가 스핀 하며 버추얼 세이프티카를 불러들였고, 그 틈을 타 레드불 레이싱은 새 타이어를 교환했다. 하지만 1위를 지키고 있던 루이스 해밀턴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한 마디로 타이밍을 놓쳤던 것. 물론 다시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루이스 해밀턴은 다시금 격차를 만들었다. 타이어는 이미 닳아버렸지만 루이스 해밀턴의 페이스는 줄어드는 법이 없었다. 다만 오래된 타이어로 레이스 끝까지 버티기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레드불 레이싱에게는 두 번째 희망의 불씨가 날아들었다. 윌리엄스의 니콜라스 라티피가 스핀 하면서 베리어와 충돌했고 다량의 파편을 트랙에 뿌려놓았다. 결국 세이프티카가 나와야만 했다. 그 사이 레드불 레이싱은 마지막으로 한 세트의 타이어를 더 교환했다. 그리고 레이스 컨트롤은 루이스 해밀턴 뒤에 있던 백마커(1랩 이상 뒤처진 차량)들은 세이프티카를 추월해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 좋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게 메르세데스 AMG F1에게는 절망적인 변수가 되고 말았다.

백마커들 모두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면 루이스 해밀턴 뒤에서 레이스 시작을 기다리게 될 드라이버가 다름 아닌 막스 페르스타펜이기 때문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둘 중 누구든 단 1포인트라도 더 얻으면 챔피언이 된다는 사실과 남아 있는 랩은 단 1랩뿐이라는 것, 그리고 루이스 해밀턴은 이미 낡아버린 타이어를 교환하지도 못한 데다가 더 단단한 타이어였다는 것이다. 반면 막스 페르스타펜은 이제 막 블랭킷을 걷어낸 부드러운 소프트 타이어였다.

그렇게 마지막 랩을 맞이하는 동안 메르세데스 AMG F1의 감독, 토토 볼프는 레이스 컨트롤에 격하게 항의했다. 57랩 동안 막스 페르스타펜을 압도하며 챔피언을 눈앞에 두었건만, 단 한 랩만에 모든 걸 잃어버려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이것도 모터레이싱의 일부입니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었다.

이후 상황은 아주 급하게 돌아갔다. 마지막 스타트 라인을 통과한 막스 페르스타펜은 첫 번째 코너에서 루이스 해밀턴을 앞질렀고, 단숨에 1위를 빼앗긴 루이스 해밀턴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타이어로 다시 한번 상대를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마지막 체커 플래그를 받은 드라이버는 레드불 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이었다.

레드불 레이싱은 2009년 세바스티안 베텔과 함께 처음으로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격한 환희에 휩싸였다. 무려 8시즌만에 다시 경험하는 환희였다. 그리고 생애 첫 번째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막스 페르스타펜은 격한 감정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2021 포뮬러1의 드라이버 월드 챔피언은 막스 페르스타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지킨 메르세데스 AMG F1은 여전히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들은 레이스 직후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물론 레이스 컨트롤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메르세데스 AMG F1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조만간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판정이 바뀔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덕분에 이번 시즌은 끝난 후에도 계속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두 팀의 첨예한 경쟁은 분명 다음 시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메르세데스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판정의 번복보다 경쟁 상태의 유지에 있을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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