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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와 마찰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금 전 세계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어떻게든 빨리 퇴출시키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더는 내연기관으로 버틸 수 없어 전동화 단계로 넘어가려 한다. 이렇게 자동차 세계는 거센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반해, 비행기의 세계는 어쩐지 조용하다.



20대의 포뮬러1 카가 레이스를 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보다 1대의 B747 여객기가 이륙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포뮬러 E를 만들지언정, 여객기의 터보팬 엔진의 퇴출에 대해서는 공론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잉은 787의 동체와 날개 일부를 모두 카본 복합 소재로 제작해 무게를 줄였고, 롤스로이스는 터보팬의 블레이드 각도를 비롯해 몇 가지 기술을 더 추가해 무게와 소음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의 하늘을 떠다니는 비행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대기 중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으며, 이 문제는 인류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혁신되어야 할 문제다.



에어버스는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비행기의 구조로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그들이 소개한 매버릭은 일종의 전익기로서, 승객들이 동체에 탑승하는 방식이 아닌 날개 속에 탑승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전보다 더 쾌적한 실내 공간과 더불어 보다 향상된 양력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기 때문에 연료 탑재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B-2 폭격기를 닮은 에어버스의 매버릭이 양산될 경우 지금보다 적어도 20% 이상의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발표했다. 특히 엔진을 수직 미익(Vertical Tail)에 배치해 캐빈 룸에 정숙성도 높였다는 것이 에어버스의 설명이다.

물론 아름다운 구름과 햇살은 포기해야 했지만, 적어도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셉트인 것만은 분명하다.



허나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워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셰일오일 시추가 본격화되면서 셰일 혁명이 일어나 연료비가 내려가고 있다고 하나, 이는 경제적 관점일 뿐, 환경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그래서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컨셉트가 바로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드론의 컨셉트를 제시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래를 위한 혁신인 비행기를 위한 전기모터 파워 트레인은 꽤 훌륭한 대안처럼 들리긴 하나, 문제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프로펠러 방식은 터보팬에 비해 추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소음에 있어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프로펠러를 가두는 프레임의 디자인을 통해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은 있으나, 공기와 마찰하며 발생하는 파열음을 100% 지우기란 힘들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비교적 소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배터리에 있다. 최근 내연기관 플랫폼에 전기 파워 트레인을 삽입한 전기자동차들이 상당히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같지만 다른 두 차를 비교하면 전동화가 이루어진 쪽이 더 무겁다.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되어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개선된 것 같지만, 이동 수단 1개가 성인 남성 한 사람을 옮기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마차 시절보다 더 늘어났다. 쉽게 말해 80kg의 사람을 실어 나르기 위해 2톤가량의 무게가 함께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터리가 탑재될 경우 이 무게가 더 늘어난다. 이 점이 전기자동차가 궁극의 효율성을 지니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도 이러한데, 비행기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버스에 짐을 더 많이 싣는다고 돈을 더 받진 않지만, 비행기에 짐을 더 많이 실으면 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행기의 경우 이륙 시 무게가 올라가면 연료 효율성은 극심하게 떨어지며, 그만큼 많은 연료를 태워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에 입방미터 당 기름보다 더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이는 현재 배터리 기술의 한계에 의한 것이며, 당분간은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멈춰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에어버스의 매버릭에 깊은 영감을 얻었다는 산업 디자이너, 미할 보니코프스키(Michal Bonikowski)는 색다른 방식을 제안했다. 그가 디자인한 컨셉트 비행기 이더 원(Eather One)은 표면적으로는 기존의 비즈니스 제트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외부로 노출된 원통형의 터보팬 엔진 대신 납작한 공간에 몇 개의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엔진을 탑재했다. 이더 원의 혁신적 발상은 바로 배터리를 대폭 줄이는 기술을 탑재해보자는 것에 있다. 만약 비행 중 에너지를 계속 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배터리를 계속 충전할 수 있다면 배터리 사이즈를 줄여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동차라면 분명히 가능한 이야기다. 제동 시 남는 잉여 에너지를 발전기로 돌려서 충전하는 회생 제동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허나 비행기가 비행을 하는 순간에는 제동이라는 개념도 없으며, 회수할만한 에너지도 딱히 없다.
태양광을 이용하면 되긴 하겠지만, 그 자체도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그래핀과 같은 초박막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어렵다.



그런데 미할 보니코프스키는 현재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 개발 중인, 마찰 전기를 회수하여 저장하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비행 중 비행기 날개와 공기가 마찰할 때 상당량의 전하의 이동이 발생하는데, 이 에너지를 회수할 나노 단위의 발전소자를 비행기 날개에 부착한 후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라 설명했다.



번개 치는 날 번개의 전기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는 식의 다소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2012년 조지아 공대에서 마찰 전기를 회수할 나노 제너레이터 개념을 발표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아직 어느 정도의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지는 연구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이 기술이 개발된다면 미할의 이더 원이 실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중이라면 이 에너지를 꾸준히 회수할 수 있으므로 배터리 용량이 작아도 충분히 추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비단 비행기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자동차 역시 주행 중 공기와 마찰하며 표면에서 미세하게 공기가 와류를 일으키는 동안 마찰 전기에 의한 전하 이동이 일어난다. 그럼 페인트 층에 나노 제너레이터 소재를 도포할 경우 솔라루프를 차체 전체에 두르고 다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배터리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배터리만으로도 얼마든지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으며, 충전소에서 보내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에너지 소모량이 가장 많은 이륙 시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근거리 무선 충전과 같은 기술을 응용할 경우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더 원은 아직 컨셉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발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이다. 부디 이 기술이 상용화되는 날이 빨리 찾아오기만을 진심으로 바란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 오토뷰 | 박종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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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1개가 있습니다. 전체의견 보기
  • 지나가다 (tangolark)

    재미있는 기사입니다.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의외의 지식들이 쌓여 가는 느낌입니다. 사실 직렬식 하이브리드의 개념은 디젤 기관차나 잠수함에 적용되어 활용된지 매우 오래 되었음에도, 자동차에 접목 되면서 갑자기 새로운 기술처럼 다시금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죠 (물론 병렬식, 직병렬혼합식 같은 새로운 형태가 추가되긴 했지만요). 이러한 움직임은 하늘에서도 예외는 아닌것 같습니다.

    2020-04-07 오전 09:27 의견에 댓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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