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자동차는 내 정보를 빼가는 스파이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9.12.27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개인 정보는 얼마나 잘 보호되고 있을까? 누구도 개인 정보가 공공연하게 확산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5G 시대’, ‘커넥티드 세상’ 등의 수식어에 휩쓸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정보를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개인 정보 관련 문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 전자제품 등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어떨까? 자동차에는 매우 정교한 컴퓨터, 저장 장치, 수백 개의 센서 등으로 가득 차있다. 스마트폰을 연결만 해도 개인 정보를 자동차로 복사한다.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것은 기본이며, 인터넷 연결 혹은 텔레매틱스라는 이름의 커넥티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회사에서 탑승자들의 개인 정보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수집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자동차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별도로 다운받아 확인할 방법도 없다. 분명 우리의 개인 정보지만 빅데이터라는 명분으로 개인 정보가 아닌 것처럼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궁금증을 미국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가 직접 나서서 풀어봤다. 칼럼니스트 제프리 파울러(Geoffrey A. Fowler)가 쉐보레 볼트(Volt)를 직접 해킹해본 것. 이 차량은 제조사가 관리한 것이 아닌 독자 개인이 제공한 것이다.

이들이 집중한 부분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인포테인먼트 컴퓨터를 분해 후 임의로 연결해 내부 정보를 꺼냈다.

저장돼있던 내부 정보는 다양했다. 운전자가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알 수 있었고, 전화번호, 메일 주소, 통화내역, 사진도 수집하고 있었다. 또, 전화는 누구에게 걸었는지, 어떤 스마트폰 기종을 썼는지, 어떤 주유소에 갔고 어떤 식당에 도착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등장하는 일부 신모델은 운전자의 얼굴 정보도 수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얼굴 정보는 운전자가 졸린지, 전방 시야에 집중하는지, 감정이 어떤지 등의 형태로 수집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내용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자동차가 제조사로 전송하는 정보는 알아내지 못했다. 텔레매틱스를 통해 전송되는 내용까지는 해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쉐보레에 어떠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청했다. 이에 데이비드 칼드웰(David Caldwell) GM 대변인은 “수집하는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차량 위치, 차량의 성능 및 운전자 행동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이 데이터는 개인이 확인할 수 없도록 고도로 암호화돼있으며, 오직 차량에만 저장된다.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자동차가 개인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생활 속에서 개인 정보를 업체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급가속이나 급제동을 얼마나 하고 규정속도는 얼마나 초과했으며, 얼마만큼 안전 운전을 했는지 스스로 기록하고 이를 보험회사와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개인 정보 공유는 운전자가 동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본인이 원치 않으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자동차가 수집하는 개인 정보는 운전자가 원치 않아도 계속 수집한다. 또, 자동차가 수집하는 개인 정보 범위를 운전자가 정할 수 없다. 자동차가 수집한 개인 정보 내역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개인 정보 수집을 종료할 수 있거나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현재 어떤 제조사에서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도 자동차 제조업체가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처리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은 변호사만이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도 힘들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동의 없이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개인 정보도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향후 제품 및 서비스 향상에 이용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까지 알아내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고도로 지능화된 시스템 속에 익숙해져 있다. 제조사가 개인 정보를 빼가더라도 반자율 주행 기능, 인공지능 비서 기능, 운전자 패턴 학습 기능으로 알아서 맞춰주길 원한다. 하지만 개인 정보가 수집되는 것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1980년대 기계식 자동차라도 구입해야 할까?

Editor : ‘커넥티드’라는 명목으로 자동차들이 세상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연결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당연하게 수집하고 있고, 이 정보는 공익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합니다. 운전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자동차를 구입하는 순간 개인 정보는 넘겨줘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편리함을 누리면서 개인 정보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제조사의 태도 변화를 위해 어떠한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까요? 독자님들의 고견을 남겨주세요!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