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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스바겐, ID.4 Pro

2022-12-20 오후 3:38:34

오토뷰 | 로드테스팀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진 해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폭스바겐은 이를 극복하려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회사로 재탄생하겠다고 발표했다.

변화는 극적이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놓는가 하면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회사 아이오니티(IONITY) 설립에도 참여했다. 유럽의 복잡한 하청 및 노사관계 속에 얽힌 상황에서도 폭스바겐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그리고 현재 아우디, 포르쉐, 스코타, 세아트 등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의 전동화 정책을 이끄는 중이다.



첫 출시한 모델은 ID.3였다. 유럽형 소형 전기 해치백이다. 북미나 중국, 국내 시장처럼 크고 넉넉한 공간을 원하는 시장에서 인기를 끌 모델은 아니다. 그래서 이보다 넉넉한 공간을 갖는 ID.4도 내놨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 시장 등을 위한 솔루션이다. 폭스바겐코리아도 ID.4부터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잘 맞췄다. 5490만원으로 국가 보조금 651만원을 받을 수 있다. 초도 물량도 어느정도 여유 있게 들고 와 1년 이상 대기하는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의 대안이 되고 있다. 이제 ID.4가 탈 만한 전기차인지 테스트를 통해 알아보자.



디자인은 폭스바겐 스타일 그대로다. 차체 디자인과 실내 모두 적당한 투박함을 기반에 두고 꾸몄다. 멋지다고 말하기도, 못나다 말하기도 어려운 구성이다. 전기차 특성에 맞춰 생략된 라디에이터 그릴, 좌우가 연결된 조명 디자인에서 미래 자동차 이미지도 표현해 낸다. 유럽에서는 차량 등급이 높은 편이라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도 넣었다. 일반적인 상향등과 하향등을 오가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주지 않으면서 넓고 밝은 전방 시야 확보를 해주는 방식이다.



프런트 트렁크는 없다. 전기차 구동에 필요한 각종 장치를 앞쪽에 배치해서 마치 엔진이 존재하는 것처럼 꾸며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측면을 보면 차체가 예상 보다 길어 보인다. 최대한 차체 끝으로 붙인 휠 덕분에 휠베이스가 길게 느껴진다. 전륜과 후륜 펜더를 불룩하게 만들고 벨트라인에 굴곡을 더하는 멋도 냈다. 전자식 도어핸들은 디자인과 더불어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후면 특징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 있다. 램프 양 끝에 얇고 작은 패널들을 집합한 형태다. 아우디가 도입한 OLED 램프와 유사한 모습이다. 폭스바겐도 OLED 램프를 쓰나 싶지만 LED로 만든 램프였다. 마그나가 개발했는데, LED 패널을 4mm 두께로 만들어 OLED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 OLED는 아니지만 느낌이 꽤 그럴싸하다.



친환경을 생각하는 다른 모델들처럼 ID.4도 크롬 장식 사용을 억제했다. 이로 인해 후면 부착된 ID.4라는 모델명이 차체 외관 색상과 동일하게 마감됐다. 최근 우리 팀이 소개한 폴스타와 동일한 접근법이다.

ID.4의 차체 크기를 보자. 대략적으로 아이오닉 5와 EV6와 유사하다.



정확히 보면 현대나 기아의 전기차 대비 더 짧고 좁은 편이라. 반면 키는 조금 더 크다. 휠베이스는 적정 수준이나 국산차 보다는 짧았다.

그렇다고 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이오닉 5나 EV6도 3m 수준의 휠베이스 차가 보여주는 압도적인 실내공간까지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ID.4에서 아쉬운 점은 인테리어에 있다. 폭스바겐은 라운지를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했는데, 너무 많이 덜어낸 느낌이다. 해외에서도 이 등급 전기차 가운데 주요 경쟁 모델은 아이오닉 5와 EV6다. 이들은 전기차의 미래적인 이미지와 참신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 반해 ID.4는 뭔가 특별함을 전하지 못한다.



계기판은 5.3인치 크기다. 최신 스마트폰보다 작다.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보여준다. 물론 운전을 하며 불편함은 없다. 계기판이 가져야 할 정보 표시에 충실하기 때문. 그래도 아쉬움이 남긴 한다. 유사 가격대의 차들이 2배 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달리니까. 소소한 전력 사용 감소를 위한 선택으로 봐야 할까?



차량의 모든 기능은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제어한다. 별도 충전 메뉴도 있으며, 화면 넘기기 정도의 간단한 제스처 컨트롤도 지원한다.

그러나 조작에 일부 불편함이 있다. 예로 ESC(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려면 ‘메뉴’로 들어가 ‘차량’ 선택, 다시 화면을 한번 쓸어 넘긴 다음 브레이크 항목으로 들어가 ESC 기능 해제를 눌러야 한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ESC를 해제할 일은 없다. 그러나 다른 기능을 쓰려 해도 메뉴를 수시로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인터페이스를 바꿔야 한다.



아쉬움은 또 있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하단의 음량 및 온도 조절도 터치로 한다. 그런데 야간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다. 야간에도 조작이 필요한데 조명 부재로 잘 보이지 않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 시장의 불만 사항들이 폭스바겐에 전달된 것일까? 폭스바겐은 앞으로 무분별한 터치 방식 사용을 억제하고 소프트웨어도 다듬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빠른 의사결정에서 행동까지, 과거의 폭스바겐이 아니다.



전기차 성격에 맞춰 변속기 제어 레버도 계기판 옆으로 옮겼다. 돌리는 방식으로 조작하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그러나 시동 버튼 위치가 적응 안된다. 스티어링 칼럼 안쪽에 숨겨 놨기 때문. 차키를 소지한 상태면 시동버튼을 누르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변속만 해도 움직일 수 있어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시트는 열선만 지원한다. 통풍 기능의 부재, 브레이크 페달은 없어도 통풍, 히팅은 있어야 하는 시장이다. 그래도 시트 메모리와 마사지 기능을 넣었다.



공간은 무난한 수준. 차급에 비해 넓은 수준은 아니지만 평평한 바닥을 비롯해 일반적인 컴팩트 SUV급 수준의 여유로움은 보여준다. 공간 자체에 불만은 없다는 얘기.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부분에 얇은 가로형 조명이 켜지며 움직일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알려준다. 차량이 살아있는 것처럼 운전자와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다.



개방감이 좋다. 파노라믹 글래스를 통해 빛이 실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셰이드가 없다. 테슬라를 따라한 것인가? 한국처럼 4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는 뜨거움 여름을 갖고 있어 반기지 못할 구성이다. 테슬라 소비자들처럼 별도로 셰이드, 또는 틴팅을 할 소비자들이 생길 것이다.



주행 질감은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다. 적정 수준의 승차감 덕분에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때 편하다. 물론 컴포트 중심인 아이오닉 5나 EV6 보다는 미미하게 단단한 느낌이긴 하다. 그러나 단단함 자체에 세련미가 가미된 것이 특징. 덕분에 누구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셋업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벤치마크 했지만 따라하지 못했던 셋업의 완성도. 국산차 보다 단단해도 ID.4가 어느 시장을 타겟으로 했는지는 서스펜션에서도 나타난다. 북미,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유럽 본토를 겨냥했다면 이보다 탄탄한 승차감을 가졌을 것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떼어 본다. 앞으로 쏠리며 울렁거리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전기차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탑승한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해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울컥거리는 움직임이 반복된다는 것을 말이다. 폭스바겐은 이 문제를 없애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회생제동이 강하게 걸리지 않게 했다. 우리 팀이 측정한 대략적 수치로 보면 속도감속 때의 중력가속도는 약 0.25g 수준이었다. 이정도면 중립으로 굴러가는 내연기관 차와 유사하다. 쉽게 말해 미미한 전력 회수를 위헤 탑승자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확실히 주행에 민감한 독일 브랜드 답다.



전기모터는 뒷바퀴를 굴린다. 해외 시장에서는 150마력, 170마력, 204마력으로 나뉘는데, 국내 판매 모델은 204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1.6kgf·m 수준.

체감상 200마력짜리 승용차 느낌은 아니다. 전기차 특성에 맞춰 늘어난 무게 때문이다. 직접 측정한 무게는 약 2137kg. 성인 남성 1명만 탑승해도 2.2톤짜리 자동차가 된다.



가속력 자체가 느린 편은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44초만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나 EV6 롱레인지 버전이 7초대를 기록했으니 그보다는 느려도 차량 성격상 문제될 내용은 아니다. 혹시 이 가속이 느리다고? 그럼 국산 2.0중형차, 그랜저나 K8 2.5는 답답해서 못 탄다. 이들의 가속 성능이 통상 9~10초 내외이기 때문.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ID.4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속도를 올려 나가고 시속 160km에 이르면서 속도를 제한한다. 고성능이 아닌 일상용 유럽산 전기차 상당수가 시속 160km을 최고 속도 제한선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로는 밋밋한 가속성능이지만 코너를 돌 때 ID.4의 진가가 발휘된다. 승차감에 비중을 둔 만큼 코너에 진입 자체가 날카로운 편은 아니다. 적정 수준의 바디롤(차체 기울어짐)도 있다. 그러나 운전자에게 불안감은 없다. 오히려 차를 믿게 될 뿐.

섀시와 주행밸런스가 좋다. 밸런스가 나쁜 차들은 급조작 때 뒤뚱거리며 ESC의 잦은 개입이 이뤄진다. 반면 ID.4는 필요할 때만 ESC의 제어가 이뤄진다. 잘 만들어진 차의 정석인 셈이다. 이처럼 안정적이며 잘 달리게 기본기를 완성한 후 마지막에 추가 안전을 위해 ESC를 설정한 차들의 완성도가 높다. 대부분 그렇지 않냐고? 기본기를 잡기 어려우니 개발 초기부터 ESC에 의존하는 브랜드도 많다. 폭스바겐은 ESC도 전자장비의 일종이며, 이것에 문제가 생겼을 상황도 예상해야 하기에 기본 주행 성능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코너링 성능이 빠른 것은 아니다. 타이어의 성능에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스콜피온 일렉(Scorpion Elect)이란 모델을 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 전용 타이어다. ID4는 전륜 235/50 R20, 후륜에 255/45 R20 규격을 쓴다. 후륜구동 방식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비대칭 셋업이다.

이 타이어는 가속과 제동에서 요구되는 종그립(앞뒤방향 성능)에서 충분한 성능을 낸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 필요한 횡그립(측면으로 버티는 성능)이 다소 아쉬웠다. 차체 무게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해치백 골프처럼 재미있는 주행까지 요구할 수준은 아니었다.



제동 성능은 좋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가 35.88m에 불과했다. 우리가 보유한 계측 장비의 최대 오차 범위는 4cm 미만이다.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어도 36m대 이상을 넘어서지도 않았다.



ID.4는 후륜에 드럼 브레이크를 쓴다. 이 문제로 ID.4가 가진 장점 일부가 희석되기도 했다. 차량제원으로 차를 얘기하는 일부 (페이퍼)매니아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할 이유가 되니까.

그러나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브레이크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다시금 드럼브레이크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고 보면 된다. 물론 폭스바겐 그룹의 일부 모델만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타사들이 채용하기 시작한다면 시장의 주류가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 충전을 얘기해 보자. ID.4는 최대 135kW 충전을 지원한다. 시험결과 60% 상태에서 약 50kW 내외의 효율을 보였다. 이렇게 30분 가량 충전을 하니 22.9kWh 가량 충전되며 배터리 잔량의 90% 정도까지 찼다. 같은 구간을 다른 충전기에서 충전했을 때는 70kW까지 높아진 효율을 냈다. 차의 문제는 아니지만 시장에 퍼진 충전기간 편차가 크다는 점이 아쉽다.

폭스바겐이 직접 참여한 유럽 아이오니티의 급속충전기를 활용했다면 발표내용인 135kW 고속 충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상당수 국내 충전 환경은 50~100kW대가 주를 이룬다. 다양한 충전 환경에서 보다 이상적인 속도가 나오면 좋을 텐데. 같은 이유로 일부 차에 쓰인 800V 시스템도 빛을 못 본다.



ID.4. 폭스바겐이 한국 시장에 내놓은 첫번째 전기차다. 잘 만들어졌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 특히나 고속 주행 성능과 안정감, 승차감 등은 국산차를 압도한다. 스티어링휠(핸들)을 돌렸을 때 느껴지는 세련미와 운전 재미는 역시 노하우에 대한 중요성을 한번 더 깨우치게 만든다. 전기차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할 수는 있어도 자동차로의 완성도는 가히 놀랄 수준이다. 역시 독일 브랜드는 내연기관이건 전기차건 잘 만든다. 통풍 시트에 가치를 희석시키긴 아깝다는 얘기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지붕을 통유리로 만들며 선셰이드를 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왜 원하는 메뉴를 찾기도 힘들게 만들었을까? 하단의 볼륨 터치패드의 조명 부재도 이해하기 어렵다. 계기판의 심플함도 도를 넘었고.



분명 ID.4에도 장단점이 존재한다. 울컥, 또는 울렁거리는 승차감이 대신 안정감있고 세련된 주행 감각을 가진 전기차를 타고 싶다면 ID.4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반대로 통풍시트를 비롯한 기능성, 빠른 충전속도를 원한다면 국산 전기차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최근 폭스바겐의 일부 딜러가 ID.4의 빠른 인도를 미끼로 고이율 파이낸스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사건이 있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런 일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딜러들은 판매 구조상 이렇게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는 ‘착한가격’을 통해 수입차 신분으로 국산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폭스바겐에서 처음 내놓는 전기차, 이런 문제들이 발목을 잡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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