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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세라티, MC 20

2022-10-21 오후 2:02:33

쉽고 빠른 운전 가능한 현 세대 슈퍼카

오토뷰 | 로드테스트팀

세상에는 많은 차들이 있다. 저가형 자동차부터 말도 안되게 비싼 값을 요구하는 차들도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자동차를 적당히 멋져 보이게 만든 차들이 인기다. 첫 차 소비자들은 차량을 선택할 때 가격과 편의장비, 디자인 등만 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략하기 수월하다.

하지만 값비싼 자동차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무조건 보기 좋은 것들, 비싼 것들만 가져다 붙인다고 구매하지 않는다. 이 시장에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돈 많은 사람들이 차를 구입하게 만드는 일종의 ‘페로몬’ 역할을 한다.



예를 보자. 중동의 하이퍼카 브랜드 W 모터스(W Motors)에서 라이칸 하이퍼스포트(Lykan HyperSport)라는 모델을 판매했었다. 780마력 성능, 0-100km/h 가속도 2.8초만에 끊었다. 헤드램프는 티타늄을 비롯해 440개의 다이아몬드로 꾸며졌다. 리어램프도 각종 보석으로 꾸밀 수 있었다. 실내를 꾸미는 박음질(스티칭)도 금색이 아닌 실제 금으로 마감했다. 가격? 340만달러로 48억원(환율 기준=1420원)이나 했다.

가격만 놓고 보면 상당수 페라리들은 비싼 것도 아니다. 가격만 보면 부가티, 파가니, 코닉세그 보다 위급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차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포르쉐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갖고 싶은 드림카로 자리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냥 비싼 차일 뿐이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비싼 값을 받는 것과 단순히 비싼 소재를 넣어 비싼 값을 갖는 것은 접근 방식 그리고 차원이 다르다.



마세라티 얘기를 해보자. 이미지가 좋지는 않다. 한때 럭셔리 브랜드의 일원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포르쉐, 벤츠 보다 못한 대우를 받을 때도 많다. 일부는 겉만 뻔지르르한 차라고 폄하한다. 그럼에도 마세라티가 인정받는 분야가 있긴 한데, ‘주행 성능’ 부분이다.



이것이 마세라티가 쌓아온 헤리티지다. 마세라티는 1914년 자동차를 만든 이후 1957년 레이싱 경기 불참을 선언하기까지 총 23개의 챔피언십을 비롯해 F1에서 무려 500여 차례 이상 우승을 차지했다. 전설의 드라이버 후안 마누엘 판지오(Juan Manuel Fangio)도 마세라티와 함께 역사를 썼다. 고가의 차 소비자들은 이런 헤리티지를 바탕에 깔고 차량 값에 투자한다.

사람들은 마세라티가 제법 잘 달린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세단과 SUV만 판매하고 있고, 성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포르쉐, AMG, M 등과 비교해 뭔가 대단한 성능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스포티한 성능을 내세운 럭셔리 브랜드로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 포르쉐와 벤츠는 2도어 스포츠카로 뉘르부르크링 북쪽 서킷을 6분대로 주파해냈다. 반면 마세라티는 어떤가? 비장의 무기가 없다. 헤리티지를 바탕에 뒀지만 적당한 성능에 팔릴 만한 장르의 차만 생산해 왔던 것이다. 쿠페인 그란투리스모가 단종되면서 입지는 더 좁아졌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슈퍼카에 속하는 MC20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MC20을 통해 마세라티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디자인은 MC12를 떠올리게 한다. 입을 삐죽 내민 전면 공기흡입구 디자인, 측면 도어 디플렉터는 레이싱카를 연상시킨다. 후면 리어 윈도우에는 엔진 열 배출을 위한 구멍이 있다. 이 디자인도 마세라티 로고 형태를 따른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의 예술과 문화적 분위기, 장인 정신을 살리기 위해 공들였다고 하는데, 오글거리는 표현이다.

하지만 멋지다. 미드십 슈퍼카 다운 차체 비율, 과격한 인테이크 없는 깔끔한 라인들이 전형적인 이탈리아 슈퍼카를 떠올리게 한다.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열리는 도어도 백미다. 멋지다. 이 차를 구입한 소비자 중 상당수가 도어에 의한 멋, 그리고 하차감에 의미를 두게 될 것이다.

물론 밋밋해 보이는 면도 있다. 다른 슈퍼카들을 보면 후면부에 커다란 윙도 달리고 후륜 펜더에 엄청난 크기의 공기흡입구도 마련한다. 반면 MC20은 차분한 이미지다.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고집을 엿볼 수 있는 면이다. 자동차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집. 하지만 슈퍼카는 멋을 위해 성능을 포기할 수 없는 장르의 차다. 이를 위해 모터스포츠 전문업체 달라라(Dallara)의 풍동실험장에서 2000시간이 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공기역학성능과 냉각 장치 부위의 공기 흐름이 잘 정리됐다.

다른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자존심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도움받는 것이면 제대로 된 곳에서 진행하는 편이 낫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달라라, 그러나 레이싱 세계에서 알아주는 업체 중 하나다. 포뮬러2, 포뮬러 3는 물론 인디카와 르망24, 데이토나, 다시금 포뮬러 E에 이르기까지, 포뮬러1(F1)을 제외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여하는 것이 달라라다. 이밖에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컨설턴트 역할도 한다. 그들의 고객으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마세라티가 있으며 포르쉐도 달라라의 도움을 받고 있다.



덕분에 이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다. 차체의 모든 굴곡, 면, 선에 이르기까지 공기역학 성능에 최적화된 것. 덕분에 커다란 윙 없이도 어지간한 슈퍼카 보다 많은 수준의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미드십 슈퍼카의 상징인 측면 공기흡입구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매끈한 바디라인을 가지게 됐다. 맥라렌은 이런 부분들을 자랑한다. 반면 마세라티는 내부 관계자만 만족하고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차 판매 보다 자기 만족을 즐기는 브랜드랄까? 예전에는 스티어링 시스템, 변속기의 공급사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도장은 마세라티의 새로운 모데나 도장 공장에서 이뤄진다. 최신 설비 덕분에 한층 꼼꼼한 작업, 같은 색이라도 한층 깊이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생산 효율 상승이 최대 이점. 그러나 최신 설비를 이용했음에도 도장면에서 느껴지는 슬릭(Sleek)감이 매우 뛰어나지는 않았다.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 상당수가 값비싼 왁스로 관리해 문제로 여기지 않겠지만 차량 가격 등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MC20도 다양한 컬러를 택할 수 있는데, 기본인 블랙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옵션이다. 보통은 1천만원 내외, 스페셜 컬러인 화이트는 도장에만 27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새로 지은 도장 공장 건설비를 여기서 뽑는 것일까?



버터플라이 도어를 연다. 차에 탑승할 때 자세가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다른 차들 보다 낫다. 나름대로의 배려일까? 일반 슈퍼카는 사이드스탭 면적이 넓고 차체가 낮아 타고 내리기 힘들다. 반면 MC20은 도어는 물론 사이드스탭과 연결된 부분이 모두 열린다. 이로 인해 실내로 들어가는 거리가 조금 더 짧아진다. 쉽게 말해 승하차에 신경을 쓴 것. 도어가 열렸을 때 카본으로 만들어진 뼈대와 차체도 드러난다. 알아보는 사람은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다.



실내는 간결하다. 스티어링휠, 계기판,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소재는 좋은 것을 썼다. 알칸타라, 카본, 알루미늄 등으로 마감했다. 스티어링휠은 FIA GT1 월드 챔피언 출신이자 현 마세라티 테스트 드라이버인 안드레아 베르톨리니(Andrea Bertolini)의 참여로 디자인됐다. 참고로 메르세데스-AMG는 루이스 해밀턴, 인피니티는 세바스찬 베텔과 함께했다. 조금 더 유명인사를 내세웠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센터 콘솔에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D/M 버튼과 R 버튼이 배치돼 있다. 이것이 전부다. 간결 그 자체다. 주차를 위한 버튼은 없다. 페라리처럼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P로 변경된다. 중립인 N은 좌우 패들을 같이 당기면 된다. 윈도우 조작 스위치도 중앙에 있다. 눈에 띄는 구성으로는 무선충전 데크가 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폰은 충전이 되지 않고 아이폰만 가능했다.



시트는 사벨트(SABELT)와 공동 개발했다. 달라라, 알칸타라, 사벨트에 이르기까지, 이쯤 되면 눈치 챌 독자들이 계실 것. MC20과 함께한 공급사들은 대부분 이탈리아 브랜드들이다.

슈퍼카 답게 착석감이 우수하다. 몸을 시트에 밀착시켰을 때, 지지하는 능력도 좋다. 하지만 조작폭이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다. 통풍 같은 기능은 없다. 국산 경차에도 있는 기능이지만 의외로 이런 슈퍼카 및 스포츠카에는 시트의 소재 특성상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리어뷰 미러는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것으로 미드십 엔진 차량에서 약점이 되는 후방 시야 문제를 잡았다. 그러나 화면이 지나치게 확대됐다. 지붕 끝부분에 자리한 안테나와 통합된 카메라로 후방 시야를 확인하는데, 장착 위치가 문제다. 차량 뒷부분이 보이는 문제로 인해 확대시켜 버린 것. 카메라 영상이 확대되면서 후방 거리감을 잡기 힘들었고, 이 때문에 후미 차량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짝 시야가 가리더라도 원근감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2인승 모델이라 뒷좌석이 없다. 대신 엔진이 뒤에 있어 2개의 트렁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전면 프렁크(앞쪽 트렁크)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전면 공기흡입구와 공기통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

일부 아쉬움이 있지만 슈퍼카에게 문제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보다 얼마나 잘 달리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게다가 이탈리아 브랜드 아닌가? 이정도의 허술함(?)은 애교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으로 시동을 건다. 배기 사운드는 페라리의 날카로움보다 부드럽고 마세라티만의 카랑카랑함과도 거리감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맥라렌과 유사한 톤이라고 할까?

엔진은 V6 3.0리터 배기량에 2개의 터보차저를 달아 630마력과 74.3kgf·m의 토크를 낸다. 엔진의 이름은 네튜노(Nettuno)다. 페라리가 아닌 마세라티 엔진 랩(Maserati Engine Lab)에서 개발된 엔진이며 디튠(성능을 낮춰)을 통해 다양한 고성능 모델(트로페오=TROPEO)에 공유된다.

이 엔진에는 F1에 사용된 기술도 쓰였다. ‘터뷸런트 제트 점화(turbulent jet ignition)’라는 이름의 기술인데, 2015년 F1 그랑프리에서 페라리가 말레(Mahle)의 기술로 선보였었다. 쉽게 말해 불꽃점화가 아닌 화염점화를 통해 연료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엔진 속 프리 챔버(PreChamber)라고 불리는 작은 공간 내에서 프리 챔버 인젝터가 소량의 연료를 분사하고 이를 스파크 플러그가 점화를 시킨다. 이후 발생하는 화염을 압축된 실린더 내에 발사해 폭발 행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으로 초 희박 연소까지 가능해지는데, 최대 10%까지 연료 소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질소산화물도 95%까지 저감 줄여주며, 노킹 억제력도 향상되는 등 장점이 많다. 이밖에도 직분사와 포트 분사를 함께 사용하는 2개의 인젝션 구조도 채용했다.



달려 보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 저속으로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는 클리핑(clipping) 현상이 없다는 얘기다. 고출력 대응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된 차에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인데, 일반적인 평지에서는 문제없다. 그러나 이따금씩 오르막길에서 미세하게 움직일 때 불편함을 겪게 된다.

변속감은? 의외로 승차감까지 많이 고려하고 있었다. MC20에 탑재되는 변속기는 트레멕(Tremec)이 공급한 TR-9080 DCT 제품이다. 트레멕은 슈퍼카, 모터스포츠용 변속기 납품업체로 잘 알려진 업체로 트럭용 변속기도 만든다. 모두 승차감과 거리가 먼 장르에 속한다. 여기에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2020년부터다. 이에 ‘승차감 포기’라는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부드러웠다. 듀얼클러치가 아닌 메르세데스-벤츠의 MCT 변속기와 유사한 느낌이다. 부드러움을 보여주면서도 동력 전달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변속이 빠르고 정확하며, 울컥거림도 거의 없었다.



브레이크 페달은 전자식이다. 스트로크가 짧은 편이고 무게감도 제법 있다. 재미난 것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뗐을 때 엔진룸에서 모터식 브레이크 부스터가 작동하면서 ‘위잉’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특별한 차다.

승차감에도 놀랐다. 스포츠카인데, 고급스러운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슈퍼카치고는 편하다는 것이 아닌, 일반 승용차와 견줄 승차감이다. 서스펜션이 너무 단단했던 기아 K3 GT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승차감과 성능을 겸비했던 911 터보 S와 비교해도 우위에 선다.



물론 정숙성은 제한적이다. 고성능 엔진이 시트 뒤에 있고,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막강한 타이어 그립 덕에 돌이 튀며 운전자를 긴장시킨다. 수억 원 상당의 슈퍼카 하부에 계속 돌이 튀니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과속방지턱도 신경 써야 하는데, 테스트카에는 전륜을 들어올리는 리프트 옵션이 있었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이때 전륜 쪽 지상고가 50mm 가량 상승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장거리 이동을 해보자. 슈퍼카로 장거리 이동이라… 도착하면 얼마나 피곤할까? 하지만 앞서 언급된 좋은 승차감 덕분에 쉽게 피로해지지 않았다. 슈퍼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GT 성격을 충분히 겸한 것이 MC20였다.



슈퍼카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 드라이버를 섭외했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드라이버들이 몇몇있다. 하지만 유명세와 실력은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비례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드라이버들의 인지도가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니까.

올해 우리 팀과 함께하고 있는 것은 국내 최상위 클래스인 스톡카의 2회 챔피언이자 국내 9번째 KARA 센추리 클럽에 이름을 올린 정의철 선수다. 오늘 MC20은 정의철 드라이버와 태백 스피드웨이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영하로 떨어진 기온이 좋은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타이어가 제 성능을 내기 어려웠던 것. 타이어 온도를 높이는데도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작성된 기록은 1분 1초 87였다. 차도 대단했고 드라이버도 대단했다. 과격하지 않게, 정밀한 드라이빙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 줬다. 아마추어 드라이버와 비교해 무엇이 다르냐고? 기록도 기록이지만 차를 다루는 섬세함이 다르다. 별다른 연습없이 바로 최고 성능을 끌어내는 것도 차이점이다. 자신이 낸 기록에 이러쿵 저러쿵 핑계도 없다.

정의철 선수가 평가한 MC20에 대한 코멘트를 보자.

“차체가 레이스카만큼이나 강력하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튜닝 밸런스가 좋아 노면을 강하게 붙잡은 점이 인상적이다. 엔진의 반응도 빨랐고 제동 성능도 강력했다.
특히 서킷을 돌 때 브레이크의 지속적인 성능 발휘가 중요한데, MC20은 이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줬다. 차량은 언더스티어도, 오버스티어도 아닌 뉴트럴 스티어를 보이며 운전자 조작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였다. 뛰어난 밸런스 덕분에 운전난이도가 동급 슈퍼카 중에서 가장 낮다고 느낄 정도였다.”

지금까지의 마세라티 모델들은 운전난이도가 낮지 않았다. 운전 실력이 뒷받침되는 사람이 다뤄야 마세라티가 가진 본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MC20은 좋은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게다가 서킷 랩타임도 가장 빨랐다.

향후 정선수에게 들은 얘기지만 노면 온도가 정상(영상 10도 이상)이었다면 1분 미만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정적이며 빠른 성능, 2019년 문을 연 마세라티의 새로운 R&D 센터인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의 역할이 컸다.

지금까지 마세라티는 페라리처럼 공방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서킷에서 실차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차를 개발해왔다. 차량 개발 경험은 많지만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던 마세라티에게 디지털 개발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훈련해 나가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마세라티는 90%에 이르는 개발 과정을 시뮬레이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게 됐으며,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도 40% 감소시켰다. 감각과 경험에 디지털 데이터까지 겸비 되면서 단번에 완성도를 올리게 된 것이다. 이것에 운전을 하면 바로 체감될 정도로 마세라티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줬다.



스티어링휠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타이어와 스프링이 눌리고 각종 부싱과 마운트 부분이 뒤틀린 이후 차체 반응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MC20은 마치 카트와 유사한 느낌으로 주행을 이어갔다. 일체감을 보여주면서도 레이스카처럼 신경질적인 반응이 없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벼운 스티어링 조작, 하지만 날카로운 반응. 그러나 피로감을 만드는 예민함이 아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조향성능로(핸들링 점검 코스)를 달리며 MC20의 핸들링을 즐겼는데, 스티어링 시스템, 그리고 예리하게 움직이는 차체, 단단하게 노면을 붙드는 타이어 그립까지 모든 것이 슈퍼카에 어울리는 성능을 내고 있었다. 잦은 가감속 때의 엔진 반응도 좋다. 날카롭지만 부담 없이 제어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차에 맞춰 타는 것이 아닌, 차가 나에게 맞춰주는 느낌이 짙다.

과격하게 페달을 조작해도 불안감이 없다. 정확히는 섀시가 과격한 페달 조작을 커버하고 있는 것. 핸들링 특성은 미세한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아니 뉴트럴이라고 할까?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리어휠을 흔들 수도 있지만 기본 차의 성향은 뉴트럴한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그립 주행에 맞춰져 있다.



특이 사항으로 전륜 서스펜션에 버추얼 액슬 구조가 적용돼 있다.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아우디는 이미 수년전부터 컴팩트 세단에도 탑재해오고 있으며 알파로메오도 이 기술을 썼다. 조향 역할을 하는 부분을 일종의 멀티링크처럼 구조를 변경시켜 휠이 좌우로 움직일 때 정중앙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효과를 내주는 것이다.



엔진 성능이야 당연히 뛰어나다. 저회전 영역부터 큰 힘이 발휘되며 회전 질감도 매끄럽다.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내 고속주행 테스트 안전을 확보하면서 보수적으로 달렸음에도 300km/h에 도달했다. 터보차저를 사용하지만 자연흡기 엔진처럼 마력감도 살렸다. 포르쉐 911 터보 S가 놀라우면서 무식한 가속감을 전달했다면 MC20은 한층 정돈된 가속감을 보여준다, 300km/h를 넘나드는 초고속 환경이지만 서스펜션도 평화롭다. 딱딱하게 튀는 것이 아닌 노면을 잡고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보태고 있다 보면 된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주변 공기를 울리는 우렁찬 배기사운드가 희석됐다는 것. 지금까지 마세라티 모델을 경험했던 소비자에게 아쉬움이 될 것이다. 엔진 성능은 좋지만 상징성 부족도 약점이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은 8기통 엔진으로 700마력을 쉽사리 뽑아낸다. 3리터, 6기통에서 630마력은 대단한 수치지만 상징성은 부족하다.



이제 MC20의 가속 기록을 보자. 제조사가 발표한 2.9초지만 이 기록은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당시 기온이 영하 4도로 추웠고, 바람도 많았다. 런치컨트롤을 실행시키자 엔진 회전수가 3500~4000rpm 사이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얼어붙은 뒷바퀴가 허무하게 헛돌고 있었다. 수 차례 시도 끝에 나온 기록이 3.65초였다. 그러나 환경이 갖춰지면 3초대 초반 진입은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이다.



제동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소요된 거리는 33.85m였다. 이때도 차가운 노면으로 타이어가 제성능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수치를 보여준 것. 수 차례 테스트 이후 얻어진 제동거리 평균값은 34.32m였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스포트(Potenza SPORT)를 사용한다. 브리지스톤의 이탈리아 센터와 협업과정을 거쳐 MC20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타이어다. 당연히 접지 성능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와 비교해도 성능 차이가 난다. 굳이 등급을 나눈다면 서킷용 세미 슬릭 타이어와 스포츠 타이어의 중간 정도 성능이랄까?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마세라티가 MC20에 대해 충분한 투자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슈퍼카 성능을 유지하면서 일상용으로 활용 가능한 승차감을 더한 것.

마세라티는 항상 친 소비자적 움직임을 보여왔다. 럭셔리 브랜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블리를 만들었고 심지어 디젤 엔진도 넣었다. SUV가 인기를 끌자 르반떼를 내놓는 등 소비자에게 다가가려 자세를 낮췄다.

그런 면모가 MC20에서도 느껴진다. 슈퍼카지만 조금이라도 편히 타고 내릴 수 있게 사이드스텝 자체가 도어와 함께 열리는 구조로 만들었다. 장거리 주행도 할 수 있게끔 승차감도 확보했다. 운전난이도도 낮춰 슈퍼카에 입문하려는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었다. 종합적으로 슈퍼카의 고고함과 친절함을 겸비했다.



다만 MC20을 바라볼 때 우려되는 점들도 있는데, 동급 모델과 달리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옵션으로 준비한 것은 너무 노골적으로 돈 벌려는 속내다. 바디 컬러도 대부분 옵션이다. 차랑 시작 가격도 3억원을 넘어 옵션 몇 개 넣으면 쉽사리 3억원대 중반에 이른다. 가격만 보면 페라리 로마가 저렴해 보인다. 오픈 모델 첼로는 가격이 더 오를 예정이다.

사실상 옵션 일부 더하면 4억원대에 육박한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이돈이면’이 생각난다. 잔존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많다. 그래도 장점이 있는데, 다른 슈퍼카와 달리 몇 개월 내에 출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차량 자체로 MC20은 충분히 훌륭했다. 다만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시장의 수요가 MC20에 시선을 줄 수도 있다. 지금은 소수의 시선만 머문다. 그러기에 아까운 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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