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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파일럿 3.5 AWD

2023-09-14 오후 4:45:45
8년 만에 풀체인지 된 혼다 파일럿이 시장에 가세했다. 과거엔 닛산 패스파인더, 포드 익스플로러 정도와 싸웠지만 이제는 쉐보레 트래버스, 현대 팰리세이드 등 경쟁자가 늘었다.

국내에서는 대형급이라 말하지만 미국 시장 기준에서는 대형급이 아닌 3열을 가진 중형급 SUV로 분류한다.

북미 시장에 특화된 SUV들은 투박한 느낌이 짙다. 우리 시장에서는 기능성(편의 장비)과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따지지만 북미는 실용성과 내구성이 중심이다. 내구성이 좋지 못하면 자주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데, 보증 기간 이후 공임이 비싸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기능성은 부족해도 오래 탈 수 있는 탄탄한 SUV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4세대 파일럿은 나름대로의 세련미를 가미했다. 그러나 이 세련미라는 것이 국산 및 유럽 브랜드의 것과 차이가 난다. 북미 시장의 세련됨은 우리에게 투박함으로 해석되니까. 그래도 강하며 남성적인 SUV의 느낌은 잘 살렸다.


블랙 컬러로 마감한 커다란 그릴을 중심으로 얇게 디자인된 헤드램프가 좌우에 위치한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크롬 장식 덕분에 차체가 더 넓어 보인다. 범퍼 디자인도 신경 썼는데, 좌우 디자인이 M 패키지가 가미된 BMW 모델들을 연상시킨다. 차체 너비는 1,995mm 급으로 다행히(?) 2m를 넘지 않았다. 간혹 넓은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만나는데, 차체가 너무 넓으면 우리네 좁은 주차장 규격 안에서 하차가 어렵다. 그 옆에 주차한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 그 때문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같은 초대형 SUV들은 2대 가격의 주차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측면은 전통적인 박스형 SUV의 모습. 그래도 후드에서 연장된 캐릭터 라인, 살짝 멋을 부린 C 필러 덕분에 밋밋한 느낌이 적다. 다만 타사 대비 간결함을 유지한 디자인이라 최신 모델로의 세련미가 높은 편은 아니다. 휠은 멀티 스포크 타입, 20인치 급 타이어와 짝을 이룬다. 타이어 너비는 255mm 급(브리지스톤 알렌자 스포트 A/S).


후면도 심플하다. 선을 통한 기교 없이 면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커다란 테일램프도 심플 그 자체다. 파일럿이란 모델명도 크게 표기해 전체적인 볼륨감을 살리고자 했다. 투박한 SUV지만 그래도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에는 멋을 더했다.

멋을 부리기 보다 수수하며 강한 SUV의 느낌을 표현한 것. 그것이 이번 파일럿의 디자인이다. 그래도 전 세대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한 느낌이고, 나름대로 신차 느낌이 나긴 한다. 그러나 컬러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점이 아쉽다. 선택 가능한 컬러는 총 3개로 블랙, 화이트, 메탈로 구분된다. 모두 무채색인데, 화려함이 싫었던 것일까?


실내도 기능성이 우선이다. 공간에 대한 여유를 많이 둬 플라스틱 패널 등이 더 크게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잘 잡히는데 적당한 규격의 림이 좋다. 소재도 무난하다. 버튼들이 투박한 느낌인데,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맞다. 조작성은 물론 좋고. 그래도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을 넣는 신경 정도는 썼다.


계기판은 디스플레이 타입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기교 없는 심플함이 느껴진다. 타사들처럼 화려함을 추구해도 좋을 듯한데… 혼다의 디자이너는 간결함에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도 가끔은 모터쇼도 가길 바란다.

물론 이런 계기판에도 장점은 있다. 정보 파악이 쉽다는 것. 파일럿의 자랑인 구동 배분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좋다. 그래도 부가 기능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챙겼다. 정보 제공 범위는 평이하나 그래도 HUD가 있다는 것은 뚜렷한 장점이다.


공조장치를 사용할 때 송풍구도 적당히 큰 편이라 실내 온도 조절이 빨랐고 송풍량도 무난해 아쉬움은 없었다. 스티어링 좌측에는 트렁크 오픈과 자세제어 장치 해제 버튼이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우뚝 솟았다. 근데 사이즈가 조금 작다. 신차지만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않은 예다. 디자인도 투박하다. 물론 메뉴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박한 폰트나 컬러의 조율을 통해 세련미를 올리면 좋겠다. 그래도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 지원 기능을 담았다.

그 밑에는 공조 장치 다이얼 및 버튼이 위치하는 데 사용하기 편하다. 한때는 너도나도 디스플레이 안에 공조장치 조절 기능을 넣어 불편했는데, 되돌아보니 이처럼 직관적인 방법이 편하다. 또 부가 기능으로 USB 포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데크를 마련했다.


기어 변속은 버튼으로 하는데 후진은 레버를 아래로 당기게 만들어 오작동을 막았다. 현대 팰리세이드가 순수 버튼식이라 오작동 위험이 컸는데, 혼다의 방식이 더 안전하다.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BOSE)와 협업했다. 우퍼를 포함해 12개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구성했는데, SUV의 실내 구조 특성상 음악 감상에 유리하다. 또 적당한 베이스가 기분 좋게 차체를 울리는 것도 좋았다.


시트는 편하다. 장거리 여행에서 중요한 내용이다. 다양한 체형의 소비자를 감안한 요소다. 덕분에 덩치가 큰 운전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디자인 특성 때문에 코너에서 승객을 지지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긴 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2~3열 공간 얘기니까. 파일럿의 2열은 넉넉한 공간이다. 레그룸 및 헤드룸의 부족을 느끼기 어렵다. 공간적 이점 외에 승차감도 중요한데, 파일럿의 서스펜션은 승객의 편안한 이동에 적합하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보면 조금 더 승차감에 중심을 둔 모습. 부가 기능으로 2열 센터 시트는 탈거해 적재공간에 보관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2열과 3열을 오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3열 공간도 충분하다. 동급의 일부 SUV들은 말만 6~8인승일 뿐 3열 레그룸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 문제는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그래도 파일럿은 나름대로 쓸 만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3열을 가진 SUV, 미니밴도 공통적인 약점을 가지는데, 리어 타이어 보다 뒤쪽에 있는 시트는 승차감이 떨어진다. 상하 움직임이 많기 때문. 그래서 멀미를 잘하는 승객은 2열에 탑승시키는 것이 좋다. 배멀미를 많이 하는 승객을 가급적 선체 중심에 앉히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트렁크 공간도 충분하다. 3열까지 접으면 만족도는 배가 된다. 테일 게이트는 전동으로 작동한다. 트렁크 내에 있는 ‘워크 어웨이 락’ 버튼을 누르면 차에서 운전자가 차에서 멀어졌을 때 4개의 도어까지 자동으로 잠가줘 편하다. 의외로 소소한데 신경을 쓴 모습. 잘 모르는 소비자도 많겠지만 카니발에 있는 후석 대화 기능을 개발한 원조 브랜드도 혼다였다. 그리고 이 기능을 모방해 세련미를 가미한 뒤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 기아 카니발이었다.


이번 파일럿은 ADAS도 신경 썼다. 새로운 혼다 센싱은 90도 및 120도 광각 카메라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인식하는데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성이 좋았다. ACC를 기본으로 차선 유지 보조 기능도 있어 장거리 운행도 편했다. 저속 환경을 위한 트래픽 잼 어시스트도 운전 피로감을 줄여주는 요소.

전 세대 혼다 파일럿

전 세대 파일럿은 잘 달리는 대형급 SUV였다. 그 체급에서 그리 감각적으로 달리는 동급 모델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반면 지금은 조금 다르다.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많아졌고, 부드러움이라는 요소에 신경 쓴 흔적이 쉽사리 드러난다. 기존의 파일럿이 운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셋업이었다면 이제 가족에 대한 배려를 키웠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각 좌석에서 좋은 수준의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국산 팰리세이드도 초기형에서 승차감이 나쁘다는 지적을 받은 후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에서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키워 승차감을 올렸는데, 이로 인해 직진성이나 코너링, 때로는 일부 조건에서 불안정한 안정성을 갖게 됐다. 반면 파일럿은 다르다. 여러 가지 노면, 다양한 코너에서 시험했는데, 불안감이 없었고 직진도 잘 달렸다. 소비자들 상당수는 모든 차가 진진 주행을 잘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의외로 직선 주행을 잘 못하는 차들도 많다. 단지 운전자가 자신도 모르게 좌우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돌리며 보정하고 있을 뿐이다.


움직임이 많은 서스펜션, 이 때문에 코너링 성능에서 손해를 볼 것이라 예상했다, 자동차에서 한 가지 성능을 뚜렷하게 추구하면 분명히 떨어지는 성능이 나오게 된다. 소위 말하는 트레이드 오프 얘기다. 승차감이 좋으면 코너링 성능이 떨어지고, 고성능 차가 뛰어난 연비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 쉬운 예가 된다.

파일럿은 길어진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탄력성 좋은 4륜 구동 시스템으로 잡았다. 이전에도 이 시스템은 뒷바퀴의 좌우 토크를 이상적으로 배분해 민첩한 운동성능을 이끈 바 있다. 이번에는 이 시스템의 반응 속도를 30% 올렸다는데, 반응 속도를 체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뒷바퀴로 최대 70%의 동력을 보낼 수 있고 뒷바퀴로 보내진 좌우 토크를 한쪽으로 몰아주는 기능 덕분에 제법 빠릿한 움직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결론은? 동급에서 가장 민첩한 모습을 갖췄다는 것. 핸들링이나 코너링에서 나무랄 부분은 없다. 다만 OE 타이어가 파일럿의 무게를 감당하기에 다소 버거운 모습을 보인다. 이건 타이어 제조사의 문제가 아닌, 혼다의 요구였을 것이다. 이 차의 주요 시장인 북미를 기준으로 볼 때 향상된 코너링 한계 속도 보다 타이어의 내구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혼다는 이를 브리지스톤에 요구했고, 그에 맞춰 지금의 성능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모든 OE 타이어가 그렇지만 자동차 제조사의 요구에 따라 타이어 특성이 바뀐다. 타이어의 모델명이 같다고 동일한 성능이 나오지 않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속력은 무난하다. 저속에서 운전할 때도 힘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 낮은 rpm부터 무난하게 나오는 토크도 운전을 편하게 한다. 신형 파일럿에는 새로운 엔진이 탑재된다. 이전까지 SOHC 방식의 3.5리터 엔진(284마력)이 쓰였지만 지금은 새롭게 설계된 DOHC 방식의 i-VTEC 엔진을 쓴다. 그러나 이전 엔진의 효율이 너무 좋았던 것일까? 새로운 설계 안에서 향상된 출력은 단지 5마력에 불과하다. 최대 토크도 기존과 같은 36.2 kgf·m로 달라진 것이 없다. 300마력 가까운 엔진에서 5마력 차이는 생산에 따른 양산 편차에 불과한 수준이라 성능 향상에 의미를 두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10단 변속기의 영향 덕분이었을까? 일상 구간서의 가속 효율은 무난했다. 그러나 최대 발진 가속 시험에서는 아쉬움이 나왔다. 기존 대비 1.2초가량 떨어진 가속 성능을 낸 것.


이유는 간단한데, 기존 모델 대비 약 150kg가량 차체 무게가 늘었다. 출력 및 토크 변화도 미미하니 150kg의 무게를 추가하고 달리는 셈이다. 성인 2명 정도의 무게면 가속 시간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된다. 커진 차체, 다양한 기능의 추가,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고급 소재로 경량화를 하기도 어려우니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성능 저하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다른 장르의 차이지만 최근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현대 쏘나타도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성능이 줄었다. 이 밖에도 일부 차종에서 성능 저하가 눈에 띄는데, 소비자들은 전보다 나아진 성능을 원할 것이다.


제동력은 무난했다. 길들이기 없는 상태에서는 제동거리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나름대로 무난한 성능을 꾸준히 이어갔다. 또한 급제동 때의 차체 균형감도 무난했다.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며 기존 대비 나아진 성능을 보였다는 것은 브레이크 시스템, 타이어의 지속성도 일정 수준 유지됐다는 것이다.

가격은 7000만 원 선이다. 목표를 7천만 원으로 잡고 몇 만원 낮춰 6천만 원대로 보이려는 전략을 썼는데, 자동차 업계서 흔한 일이다. 미국 가격과 비교해 보면 혼다코리아가 제시한 가격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약 500만 원 정도는 낮춰 나왔다면 좋았을 듯싶다.


파일럿을 타보면 혼다가 엔지니어링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것들이 주행을 할 때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보이지 않는 성능까지 감안하기는 어렵다. 가격을 바탕으로 차를 볼 때 눈에 띄는 화려함이 그 가격에 합당한지를 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파일럿에는 낮은 점수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차를 좀 아는 임자를 만나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텐데, 쉽지 않은 문제다. 혼다도 새로운 소비자 개척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시각적 만족도 역시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이제 해외 매체들도 성능 보다 기능성 평가 비중을 키우고 있다. 좋다는 것과 좋아 보이는 것. 이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지만 같은 상품을 좋게 포장하는 것 또한 제조사의 기술이다.

오토뷰 | 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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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3개가 있습니다.
  • 잘살고있지 님 (ipse****)

    신형인데 구형같은 디자인

    2023-09-20 오전 07:06(211.*.*.202)
  • cjybike 님 (cjyb****)

    대쉬보드가 10년전 대쉬보드 같아요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괜찮은데 얼굴이 못 생겼다 --> 그 사람의 매력이 감소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봅니다.

    2023-09-19 오후 06:09(203.*.*.40)
  • 녹차한잔 님 (korb****)

    기본기는 있지만 무게가 확 늘어난게 좀 발목을 잡는 모양새네요. 일반 대중적인 모델에서 경량화를 하기가 힘들기는 하겠지만..

    2023-09-15 오전 09:09(20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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