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구매가이드 > 시승기

[시승기] 마세라티, 그레칼레 GT & 모데나

2023-07-18 오후 5:43:51
마세라티는 어디까지 라인업을 확장할까? 원래 마세라티는 콰트로포르테와 그란투리스모 정도만 판매하던 럭셔리 브랜드다. 이후 기블리를 내놓으며 1억원 안팎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부분에 대한 시각은 나뉜다. 대중성이란 것이 럭셔리 브랜드와 어울리지 않으니까. 이후 르반떼를 내놓으며 다시금 고급 SUV 시장의 일원이 됐다. 그 다음엔 슈퍼카인 MC20까지 내놓으며 다시금 과거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의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 중이다.


그리고 지금의 마세라티가 내놓은 것은 그레칼레, 고급 브랜드의 컴팩트 SUV그룹에 속하는 차다.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BMW X3, 벤츠 GLC 등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 소비자 타겟은 포르쉐 마칸 쪽이다. 처음 그레칼레의 등장이 알려졌을 때 전세계 주요 매체들도 포르쉐 마칸과 직접 경쟁할 모델이 나왔다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럭셔리 브랜드가 이 같은 작은 차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판매 볼륨 확장이 주된 이유다. 그렇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갖춰야 한다. 그레칼레는 그 모두를 갖췄을까?


마세라티 내부적으로 MC20의 디자인을 자사의 미래 디자인 특징으로 결정한 모양이다. MC20을 시작으로 그레칼레,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그란투리스모에 이르기까지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기반에 둔다. 그랜저가 스타리아를 눌러 놓은 듯한 모습이면 그레칼레는 MC20을 위아래로 늘린 디자인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좌우로 넓고 낮아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을 선호한다. 안정적이면서 멋진 비율이 구현되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그레칼레는 수평이 아닌 수직적 요소들을 많이 썼다. 세로형 램프, 세로줄 그릴도 특징이다.


우리 팀에서도 디자인 호불호가 갈렸다. 입문형 모델로 귀여운 모습이라 좋다는 의견도, 못 생겼다고 말한 경우도 나왔다. 하지만 ‘마세라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존재감과 거리감이 크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기존 르반떼 등의 앞모습에 현 세대 모델의 뒷모습을 더했다면 어떨까?

시장에서 몇 대 안 팔리는 MC20 하나 띄우겠다고 나머지 차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다.


측면부는 좋다. SUV지만 멋스러운 바디라인을 갖기 때문인데, 르반떼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 마세라티 로고를 표현한 휠 디자인,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전륜 펜더 가니시와 C-필러 로고도 특징이다. 또한 전자식 도어핸들은 보다 매끄러운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후면으로 가면 르반떼와 더 유사해진다. 부메랑 테일램프가 적용돼 통일성을 갖도록 한 덕분이다. 디퓨저와 4개의 원형 머플러의 노출은 강력한 성능을 암시하게 해준다. 편의장비인 전동식 테일게이트도 있다. 대신 조작 버튼 위치가 달라졌는데, 르반떼는 버튼 위치가 입구 좌측 하단에 있었지만 그레칼레는 다른 차들과 같은 곳에 자리한다.


차체는 마칸의 경쟁모델 치곤 꽤 크다. 길이x너비x높이가 각각 4850x1950x1670mm이며 휠베이스가 2901mm에 이른다. 마칸보다 125mm 길고 25mm 넓으며 75mm 높은 키를 가졌다. 휠베이스도 96mm 가량 길다. 카이엔의 크기가 4920x1985x1710mm에 2895mm의 휠베이스를 갖고 있으니 카이엔과 마칸 중간 정도 사이즈라고 이해하면 된다.


실내에서 신세대 마세라티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1970년대부터 고집해온 T자형 레이아웃은 유지했지만 많은 부분이 디스플레이로 마감된다.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제어, 헤드-업 디스플레이, 여기에 시계까지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를 많이 활용하면 현대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좋다. 하지만 마세라티 같은 럭셔리 브랜드라면 고급스럽고 사치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때문에 이런 고급화가 잘 부각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그레칼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하이그로시 블랙 패널도 많이 썼다. 마세라티만의 클래식한 감각이 희석돼 보이는 이유다.

고급 가죽, 원목, 금속 장식 조합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가죽 소재는 두말할 것 없이 좋다. 컬러 스티칭도 많은 면적에 사용됐는데, 일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패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구동배분과 중력가속도, 운전자 지원 기능 등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테마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 만의 아날로그 계기판이 더 멋있어 보인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가 디스플레이를 많이 쓰면 왠지 성의 없어 보인다. 이제 대중 브랜드에서도 흔한 것이 다수의 디스플레이니까.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질과 그래픽 효과가 우수하다. 반응도 빠르다. 기존 마세라티에서 볼 수 없던 에너지 흐름, 구동배분, 심지어 가속 성능과 제동성능까지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연결한다. 내비게이션은 티맵을 사용하는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도 연동된다. 마세라티는 시스템 부분까지 많은 준비를 했다.


공조제어 패널도 터치식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여기서 일부 설정도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시계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다. 시계 뿐 아니라 중력 가속도, 페달조작 그래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럭셔리 오토매틱 시계 대신 더 많은 기능이 있다며 스마트 워치를 제공한 느낌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도 할 수 있는데 간혹 충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폰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인데, 스마트폰의 NFC 기능이 켜져 있을 경우 충전이 안된다.


스티어링휠은 MC20에서 도입됐던 디자인다. 시동도 스티어링휠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건다. 스티어링휠에서 주행모드와 서스펜션의 단단함도 바꿀 수 있다.


전자식 도어핸들이 탑재됐다. 원형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방식이다. 전원이 차단된 상황 등 만약을 대비해 수동 레버로 문을 열수도 있는데, 뒷좌석에는 준비되지 않았다. 도어패널 스피커 커버는 금속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다만 손으로 만졌을 때 꽤나 날카롭다. 탑승객의 손가락이 베이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하겠다.


시트는 다양한 각도로 조작된다. 몸을 감싸는 능력도 좋다. 시승차에는 통풍 기능이 빠졌지만 시판 모델에는 통풍 기능이 추가돼 판매된다.


뒷좌석 공간은 차량 등급 대비 넉넉하다. 시각적으로는 좁아 보이지만 무릎이나 머리 공간에서 아쉬움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크기도 크고 휠베이스가 길기 때문이다. 물론 2.9m에 달하는 길이 대비 광활한 수준은 아니지만 르반떼와 유사한 정도이며 마칸 보다 넓은 공간이라 보면 된다. 마세라티는 휠베이스 대비 뒷좌석 공간을 잘 뽑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나름대로 선방했다.

측면 윈도는 이중접합이 아닌 싱글 구성이며, 뒷좌석 전동 선셰이드가 없다. 에어 서스펜션은 모데난 트림에만 제공되는데, 지상고 조절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

쉽게 말해 기본 트림 GT는 노멀 서스펜션, 모데나 트림은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라는 얘기다.


사운드 시스템은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의 것으로 MC20부터 손잡았다. 기본형에는 14개 스피커와 860W급 출력, 고급형은 21개 스피커와 1285W 수준의 출력을 내도록 꾸몄다. 섬세한 음악 표현과 각각의 악기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 특징. 다른 브랜드의 입체 음향 기능이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었다면 소너브 파베르의 것은 제대로 된 입체 음향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다. 또한 순수한 음원 재생 능력서도 수준급이란 평을 들을 만 한다.


먼저 만난 그레칼레 GT에는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아 에너지 회수 및 일시적인 동력 전달 기능을 갖게 했다. 여기서 발휘되는 출력은 300마력, 최대 토크는 45.9kgf·m다. 우리 팀은 이후 모데나 트림도 만났는데, GT 보다 높은 330마력 성능을 냈다. 최대 토크는 똑같다.

그레칼레는 GT, 모데나, 트로페오라는 트림으로 구분한다. 모데나는 GT와 달리 30마력 높은 엔진마력, 에어서스펜션을 갖춘다. 트로페오에는 MC20서 사용된 V6 3.0리터 트윈터보 사양의 네튜노 엔진이 얹히는데, 530마력과 63.2kgf·m의 토크를 뿜어낸다. 성능이 낮아진 이유? MC20은 슈퍼카다. 이를 위해 드라이 섬프 방식을 기반으로 엔진을 낮춰 달고 최고 성능을 뽑는데 목적을 뒀다.

반면 같은 엔진을 기반으로 튜닝한 그레칼레용 엔진은 웨트 섬프 방식을 기반에 두고 성능을 낮췄다. 최고 출력을 희생한 대신 저속 환경 및 일상에서 편하게, 또한 다양한 노면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튜닝이 가미된 것이다. 마세라티 뿐 아니라 상당수 브랜드들이 SUV용으로 디튠한 엔진을 탑재한다. 이처럼 GT, 모데나, 트로페오 트림 구성은 르반떼, 앞으로 나올 마세라티 모델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스티어링휠 좌측에 자리한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마세라티 특유의 거친 사운드를 토하며 엔진이 회전한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정숙성은 43.0dBA 수준. 디젤처럼 듣기 싫은 소음이 아닌 멋진 배기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사운드는 46.0dBA까지 오른다.

우리 팀이 보유한 데이터로 보면 V6 2.9리터 엔진을 사용한 마칸 GTS의 정숙성이 38.0dBA이었다. 또한 그레칼레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37.0dBA,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41.5dBA를 기록했었다. 쉽게 말해 그레칼레 쪽이 배기음을 조금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


주행을 해봐도 배기음이 꽤나 잘 부각되는 모습이다. 기블리나 르반떼처럼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지만 밖에서도 배기 사운드가 크게 강조되는 느낌이 짙었다.

기블리와 르반떼에 탑재된 4기통 엔진은 마세라티 가족다운 배기 사운드를 들려주긴 했으나 박진감이 약했다. 마스크 쓰고 대화하는 마세라티와 같다고 할까? 그러나 그레칼레는 다시금 배기음에 대한 갈증을 일부 해소하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4기통 엔진 치고 좋았다.

변속은 버튼으로 한다. 센터페시아 피아노블랙 패널과 함께 버튼식으로 숨겨져 있었다. 조금 강하게 눌러야 한다. 버튼의 질감은 아우디처럼 제법 쫀득한 느낌인데 조금 더 힘을 줘야 하는 타입이다. 물론 걱정은 말자. 힘껏 누를 정도는 아니니까. 다만 살짝 터치하는 정도에서는 작동이 안될 때도 있다. 오작동을 막기 위함으로 해석하면 될 듯.


차의 움직임은 가볍다. 페달들의 조작감, 스티어링휠의 무게감 모두 가볍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무게는 1947kg 수준. 성인 남성 1명만 탑승해도 2톤이 넘는 무게지만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덕분에 시내 운전이 편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 2.0급 엔진에서 300마력급 힘을 내려면 터보의 부스트를 높여 써야 하는데, 이것이 터보랙(반응지연)을 만든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1~2초간 뜸들이다 움직이는 현상인데, 은근히 답답하다. 그러나 그레칼레에서는 답답함이 없었다.

이 같은 가벼운 움직임이 자칫 저렴한(싸게 느껴지는) 주행감각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독일차만의 묵직한 감각만이 고급스러운 것으로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레칼레는 가벼우면서 고급스러운 감각까지 느낄 수 있도록 튜닝 됐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조화가 잘되었다는 것.


기블리와 르반떼에서 4기통 2.0리터 엔진은 인상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다. 기존에 쓰던 디젤 엔진의 대체 성격이 강했던 것도 이유다. 그런데 그레칼레와 만나니 궁합이 좋다.

이를 가속 성능으로 환산해 보자. 시험 결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6초만에 도달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 기블리(6.09초)나 르반떼(6.27초)보다 빠를 뿐만 아니라 3리터 엔진으로 367마력과 53.0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AMG GLC 43 쿠페(5.40초)의 기록에 근접한 성능이다. V6. 2.9리터 엔진을 사용한 포르쉐 카이엔(5.83초) 보다 빨랐다.

이 정도의 성능이 답답할 리 없다. 우리 팀은 이후 모데나 버전도 테스트했는데, GT 보다 약간 느린 기록이 나왔다. 당시의 이유는 엔진의 길들이기 부재. 이후 시승이 끝났을 때 추가로 테스트한 결과 GT 보다 빠른 기록을 내주긴 했다. 결론적으로 30마력의 차이가 그리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다만 고속으로 달릴 때는 차이가 난다. 가령 160km/h 이상에서 재가속을 해보면 30마력 높은 모데나 쪽이 약간 더 빠르게 속도를 올려간다는 것이다.


그레칼레는 승차감도 좋았다. 처음 탔을 때 마세라티인데 서스펜션이 이렇게 물러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러나 조금 더 타보니 승차감과 주행성능 모두 갖춘 완성도 높은 섀시를 갖췄다는 것을 쉽사리 느끼게 했다. 슈퍼카 MC20 테스트 때도 불필요할 정도로 승차감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레칼레의 섀시 셋업도 대단한 완성도를 보였다. 균형을 잡는 것.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국산 현대차를 예로 과거엔 물렁한 셋업만 해왔다. 그러다 싼타페DM, 제네시스DH 시절부터 갑자기 핸들링을 잡으려 하드한 셋업을 했다. 이때부터 승차감이 나빠진다. 팰리세이드, 쏘나타, 1세대 코나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으로 아쉬운 승차감을 보였다. 이후 제네시스 G80 이후부터 노선을 바꾼다. 지난해 나온 신형 그랜저는 물렁함의 절정판이다. 팰리세이드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물렁함의 끝판왕이 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승차감과 성능 두가지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가지 요소를 잡으려면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결국 현대차는 양립된 셋업에 실패해 과거 셋업 방향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레칼레로 돌아가자. 노면에서 발생한 충격을 부드럽게 처리한다. 처음엔 GT에도 에어서스펜션이 있나 싶을 정도로 유연하게 충격을 잡았다. 충격 이후 불필요한 진동도 없다. SUV 성격상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 즉 스트로크는 조금 긴 편이다. 그러나 움직임 자체가 깔끔하다. 큰 충격을 받으면 움직이지만 요동치지 않고 바로 자세를 되찾는다.


모데나는 에어서스펜션을 갖췄다. 상하 움직임을 부드럽게 처리함에 있어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 승차감에서 더 유리하다는 것. 노면에 따라 지상고를 높일 수도 있고, 고속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지상고를 낮춰 안정감을 취한다. 주행하는 동안 에어 서스펜션의 장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럼 어떤 선택이 맞을까? GT와 모데나의 가격 차이는 1천만원을 조금 넘어선다. 그 대가는 에어서스펜션과 30마력의 출력이다. 우리는 GT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더 낮은 가격으로 충분히 좋은 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레칼레는 종합적인 주행 밸런스도 우수했다. 마칸은 포르쉐 특유의 기계를 운전하는 감각을 잘 살렸다. 유격 없이 꽉 조여진 기계적 감성이다. 자동차와 운전자 간의 소통도 원활하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일상 주행 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운전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레칼레는 마칸 보다 유격이 많고 하체도 조금 출렁거리는 느낌이지만 잘 달린다. 바디롤이 생길 것 같으면 단단하게 잡아내며 전륜축의 움직임에 따라 후륜도 빠르게 따라온다. 마칸 보다 여유가 느껴지며, 거친 노면을 만났을 때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MC20에서도 느꼈지만 앞으로 등장할 마세라티의 신모델은 이처럼 승차감과 주행성능 모두를 겸비하게 될 것이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변속기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제법 빠른 체결 속도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ZF 변속기를 가장 잘 튜닝해 쓰는 것은 BMW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세라티도 빠르고 감각적인 변속기 셋업을 잘한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ZF 것을 사용한다는 것을 꽁꽁 감춰뒀기 때문이다. 타사와 달리 마세라티는 자사의 파트너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 한다. 마치 자신들이 다 만든 것처럼.


변속기는 스티어링 컬럼에 있는 커다란 패들로 조작할 수 있다. 패들 자체는 금속으로 제작돼 고급스럽다. 하지만 기블리나 르반떼, 콰트로포르테처럼 패들 조작시 ‘탱~’ 하는 특유의 금속 충격 음이 대신 플라스틱 스위치를 조작하듯 ‘딱깍’ 소리만 들려 준다.

구동방식은 4륜이 기본이다. 대부분 주행환경에서 후륜에 많은 힘을 보내고 초기 가속이나 구동 배분이 필요할 때만 잠시 앞바퀴로 동력을 나눠준다. 이 덕분에 4륜 SUV임에도 뒷바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이것이 날렵한 움직임을 만드는데도 도움을 준다.

앞서 노면이 만드는 충격을 거르는 능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고속 안정성에도 도움이 된다.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르반떼가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 일부를 운전자가 무시하고 달려야 했다. 마치 스포츠카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레칼레는 불안감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다양한 환경에서 좋은 밸런스를 보니 자연스럽게 고성능 모델인 트로페오 버전을 기대하게 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자식이다. 까지 밟아도 유압처럼 단단하게 버티지 못하고 ‘탱탱볼’을 밟는 느낌만 전한다. 여기서 따져야 할 것은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에너지 회수 이후 물리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이질감을 얼마나 남기는 지다. 운전자에게 어느 정도의 답력을 전달해 차량과 소통하게 해주는지가 포인트다. 마세라티는 이 부분에 대한 경험이 적은 브랜드지만 나름대로 선방한 셋업 능력을 보였다. 어느 시점에 에너지 회수와 물리 브레이크가 오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교했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원하는 제동 성능도 이끌었다.

GT 트림의 테스트 때는 테스트 환경이 나빴다. 특히 무분별한 염화칼슘 살포로 노면 컨디션이 대폭 떨어졌다. 마른 노면이 아닌 젖은 노면에 가까운 환경, 여기서 그레칼레(GT)는 100-0km/h 제동에서 44.2m의 거리를 기록했다. 많이 미끄러질 때는 46m대까지 밀려났다.

이후 만나 모데나 때는 환경이 좋아졌다. 그래서 37m 만에 멈춰서는 능력을 보였다. 즉, 정상 노면에서는 37~38m 내외의 성능을 갖춘다고 보면 된다. 4계절 타이어를 쓰는 것, 2톤에 달하는 무게를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연비도 무난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정속 주행 시 13.5~14km/L 내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정속 주행을 지속했을 때의 연비다. 저속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거나 그레칼레의 가속성능을 즐기면 64리터의 연료통이 금방 비워진다. 그러나 그레칼레를 타고 정속 주행을 즐길 소비자는 거의 없을 듯하다.

그레칼레의 가격은 99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각종 고급 옵션이 추가된 모델은 1억 2100만 원에 팔린다. 330마력 출력의 모데나 트림은 1억 3300만원, 최상급 트로페오 버전은 1억 6900만 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포르쉐 마칸 S 가격은 1억 300만원, 마칸 GTS는 1억 2200만원부터 시작한다.

자동차 전문가의 입장서 그레칼레의 가격을 보면 “럭셔리 브랜드 마세라티치고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대”라고 말할 수 있다. 벤츠 GLE나 BMW X5를 고민중이지만 너무 대중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걸린다면 마세라티 브랜드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마칸을 타고 싶지만 그 뻣뻣한 주행감이 싫다면 좋은 대안이다.


물론 문제는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마세라티를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 포르쉐보다 낮다고? 요즘은 체감상 벤츠 BMW와 동급 정도로 인식된다.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졌다는 얘기다.

다행인 것은 MC20을 기점으로 마세라티의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2019년 문을 연 마세라티의 새로운 R&D 센터인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의 역할도 컸다. 요즘 트렌드도 따라가려고 하는 등 상품성 개선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라는 큰 숙제가 있지만 아직 마세라티는 죽지 않았다. 다만 서서히 살아날 뿐이다.

오토뷰 | 로드테스트팀 (news@autoview.co.kr)
의견쓰기
  • ㆍ상업광고, 인신공격, 비방, 욕설, 음담패설 등은 예고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 ㆍ최대 500자까지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의견 0개가 있습니다.

ㆍ상업광고, 인신공격, 비방, 욕설, 음담패설 등은 예고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ㆍ최대 500자까지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