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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Review] 배터리 기술, 이제는 반고체 배터리로 향한다?

2023-04-25 오후 6:07:09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으로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주행거리와 충전 문제, 그리고 화재 위험이다.

굳이 범인(?)을 지목하자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부피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충방전을 지속해도 꾸준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이 때문에 전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전기차 대중화까지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 이제 전기차 산업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리튬, 망간, 코발트와 같은 물질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테슬라, GM, 포드 등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광산 업체와 손을 잡아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번째 문제로는 화재 문제가 꼽힌다. 배터리에서 불이 나는 원인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분리막이 손상됐고, 음극재와 양극재가 서로 닿아 연쇄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불이 붙는 과정을 거친다. 설계상 혹은 냉각 장치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적으로 불이 붙기도 한다. 리튬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가지 형상이 생성되고 계속 크기가 커져가면서 결국 분리막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덴드라이트(Dendrite)라고 한다.

세 번째 문제는 에너지 밀도다.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다른 방식의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kg당 250Wh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평균 150Wh/kg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66% 이상 밀도가 높은 것에 해당한다.


문제는 자동차 배터리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긴 차종은 약 500~600km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충전으로 80%밖에 충전을 할 수 없다는 점, 겨울철에는 주행거리가 30~40%는 감소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체감 주행거리는 크게 줄어든다. 900~1000km의 주행거리는 갖춰야 겨울철에 80%만 충전해도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는 ‘마음속 마진’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더 크게 높여야 한다. 연구소에서는 400Wh/kg에 이르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을 때 300Wh/kg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테슬라가 개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4680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도 296Wh/kg 수준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쓰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전해질이 없고, 배터리 안정기 등을 추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지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이 가능하다.

또, 고체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 배터리가 손상되더라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약 450~500Wh/km 수준까지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미 셀단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대량생산까지 할 수 있는 자동차 전용 전고체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이슨이 4년여의 시간 동안 한화 3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면서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내놓으려 했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현재는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내놓을 유력한 업체로 꼽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개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는 삼성 SDI가 전고체배터리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크게 3가지 계열로 나뉜다.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등이다. 황화물계는 높은 이온전도, 양산 적합성 등이 강점이지만 수분에 취약하고 기술장벽이 높고 비싼 단가 등이 단점이다. 산화물계는 안정성에 우위가 있지만 연성이 부족해 전해질과 전극 간 접촉이 쉽지 않다. 고분자계는 기존 양산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상용화 가능성도 높지만 이온전도가 낮은 부분이 치명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형태가 바로 반고체 배터리(semi solid-state battery)다. 중국 CATL(宁德时代)은 전해질을 응축했다고 해서 콘덴스드 배터리(Condensed Battery)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념은 어렵지 않다.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이 액체,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이 고체라면 반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중간 형태인 젤의 형태를 보인다. 전해질 종류는 여러 가지다. 젤을 사용하거나 점토를 사용하기도 하며 수지 전해질을 쓰기도 한다.


반고체 배터리는 일반 전해액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을 두루 갖는다. 먼저 에너지 밀도를 현재의 전해액 배터리 대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가 넘을 수 없었던 3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단숨에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수준까지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 CATL이 개발한 초고밀도 배터리는 kg당 에너지 밀도가 500Wh에 달해 전고체 수준을 기록했다.

충방전 내구 성능도 뛰어나다. 일본의 배터리 이노베이션 허브(Battery Innovation Hub)가 개발한 반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수명의 2배에 이른다. 일본 가이시 기업은 세라믹 전극을 사용해 스마트 기기용 반고체 배터리인 에너세라(EnerCera)를 개발했다. 에너세라는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세 배인 9000회 재충전이 가능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가진 안전 성능도 반고체 배터리에서 기대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해질 자체가 형태를 유지하면서 안전성을 가진다면 반고체 배터리는 활성 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젤 형태의 전해질이 배터리 폭발을 막아준다. 또, 리튬에서 생성돼 분리막을 손상시키는 덴드라이트 억제력도 갖는다.

제조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 액체 대신 젤 혹은 점토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극을 건조하고 응고시키는 공정이 필요 없어졌다. 미국 24M 테크놀로지(24M Technologies)에 따르면 반고체 배터리는 제조비용을 최대 40%까지 절감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탄소 발자국과 조달 비용은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난제 중 하나인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 적극적인 업체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원계 배터리 리더 한국 배터리 업체를 상대로 단숨에 전세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펑 자동차(东风汽车)는 2022년 1월 중국의 간펑리튬(赣锋锂业)의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E70 50대에 대한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 12월 15일 동펑 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란투(岚图)에서 82kWh 용량의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추이광(追光)을 출시한 후 1월 13일 양산을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양산형 반고체 배터리 승용차 타이틀을 갖게 됐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니오(蔚来) 브랜드의 전기차 ET7도 반고체 배터리를 달고 오는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웨이란 신에너지(卫蓝新能源)가 개발한 반고체 배터리로, 360Wh/kg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다. 10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효율성도 겸비했다.


궈쉬안가오크어(国轩高科)가 개발한 반고체 배터리는 360Wh/kg 밀도를 갖는다. 이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는 가오흐어 자동차(高合汽车)의 파이픽스(HiPhiX)로, 올해 양산이 예고됐다. 이 차는 1회 충전으로 1000km 주행이 가능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가속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중국 배터리 업체가 자동차 회사와 손을 잡고 반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중국 에버브라이트 증권은 2024~2025년이 반고체 배터리 상업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고체 배터리는 이름만 보면 전고체 배터리 같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전해액과 분리막이 필요하고 본질적인 배터리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저온 충방전 성능도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산 공정 자체의 완성도도 반고체 배터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로 지적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만 불이 붙어도 자동차 전체로 불이 번지는 셀 붕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토뷰 |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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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2개가 있습니다.
  • 새벽 님 (juli****)

    결국 주행거리가 최악의 조건에서 500이상 갈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가 나와야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겠군요.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겠죠.

    2023-05-02 오전 07:38(210.*.*.236)
  • 녹차한잔 님 (korb****)

    아직은 전기차가 갈 길이 참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LCD모니터가 보급에 성공할 때처럼 뭔가 획기적인 게 있어야 할 거 같네요

    2023-04-27 오전 09:16(20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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