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80 시절만해도 이 모델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BMW 5시리즈 & 아우디 A6와 동급 경쟁모델이라는 인식은 적었다. 하지만 S90으로 진화했고, 어느덧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동급일 선상에서 비교되고 있다.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해 볼보도 많은 노력을 했다. 차급을 키우고 고급화전략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롱휠베이스 사양을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광활한 뒷좌석 공간은 지금도 인상적일 정도. 5년 10만km 보증과 같은 A/S 경쟁력 확보도 노력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한국화를 이루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2022년형 S90이다. 크기와 고급화에 이어 편의성까지 업그레이드한 S90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연식 변경 모델인만큼 실내외 디자인은 모두 동일하다. 마침 우리팀이 2020년에 만났던 S90 B5 모델과 색상마저 동일해 뭐가 다른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디자인이지만 차체 곳곳에 금속 장식으로 고급스런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금속장식 적용범위가 생각보다 넓은 편인데, 과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볼보의 단아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크기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길이는 5m가 넘고 휠베이스는 3m 이상이다. 휠베이스는 120mm 늘어났는데 모두 뒷좌석 공간을 늘리는데 사용됐다. 경쟁차들과 비교해보자.

이정도다. 어떻게 보면 반칙 수준으로 길이를 늘린 것인데, 그로 인해 차량의 중후함과 뒷좌석 경쟁력 등이 크게 개선됐다.

실내도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두 동일하다. 나뭇결을 느낄 수 있는 원목, 나파가죽, 금속장식, 심지어 크리스탈까지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편안함과 기능성으로 유명한 볼보의 시트. 몸을 잘 감싸주면서도 편안한 감각에 가죽 질감까지 우수하다. 여기에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해 만족감이 높다. 뒷좌석은 정말 넓다. 상석으로 사용되는 오른쪽 뒷좌석은 앞좌석 시트와 선루프까지 조작할 수 있다. 여기에 트림에 따라 뒷좌석도 통풍 기능이 탑재된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측면과 후면 선셰이드도 특징.

실내에서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도 즐길 수 있다. 스피커 안쪽 케블라(Kevlar) 소재를 콘티뉴엄(Continuum)이라는 것으로 변경해 기계적인 공진을 제거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8년동안 70회 이상 연구가 이뤄졌다고.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도 추가돼 더욱 정숙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물론 자동차의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헤드폰이나 이어폰처럼 극적인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제 달라진 부분을 보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티맵 내비게이션, 플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음성인식 비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계기판에서 내비게이션 정보를 볼 수도 있다.

선루프는 터치조작방식으로 변경됐으며, 옆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비상 상황 발생시 사고 접수 및 긴급 출동 신청도 할 수 있게 됐다. 경쟁사 대비 도입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SOS 기능을 넣은 점은 칭찬하고 싶다.

대신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일반모델에 빠지고 T8 모델에만 적용된다. 여기에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교체되면서 스마트폰 연결은 애플 카플레이만 된다는 점도 아쉬웠다. 안드로이드오토는 개발 중이며 곧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추가가 이뤄질 예정이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냉각 기능이 탑재됐다. 일정 온도 이상 도달하면 팬을 돌려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이때 계기판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냉각중이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한다. 그런데 이 팬소리가 은근히 거슬린다. 고급차답게 실내가 정숙해서 더욱 팬소리가 크게 부각되는 경향도 있다. 볼보가 예전에는 송풍구 팬 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컸었는데, 인포테인먼트 냉각 팬 작동소음도 적정 수준으로 조율했으면 좋겠다.

S90과 주행을 할 차례다. 기존 테스트 모델이 B5 사양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B6에 4륜구동이 추가됐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이 B5였다면 여기에서 일렉트릭 슈퍼차저가 추가되면 B6가 된다. 덕분에 출력은 250마력에서 300마력으로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35.7kgf·m에서 42.8kgf·m로 높아진다. 참고로 여기서 전기모터가 추가되면 T8이 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약 14마력(10kW)과 4.1kgf·m의 토크를 만들어 엔진에 힘을 더해주고 에너지를 회수해준다. 이 48V 시스템 덕분에 기존 T6의 크랭크 방식 슈퍼차저에서 일렉트릭 슈퍼차저 방식으로 변경됐다. 한마디로 엔진의 부담이 적어진 것이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자동 8단.

대신 조금 더 무거워졌다. 직접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27kg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S90 B5가 1842kg이었으니 80kg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4륜구동 시스템이 추가된 것이 이유인데, 오히려 100kg 미만 정도만 증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동을 걸면 부드럽게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끽끽끽 부릉’이 아니라 살며시 깨어나는 감각으로 엔진이 작동한다. 이 역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이다. 이정도 감각은 벤츠의 ISG(Integrated Starter Generator) 방식 마일드 하이브리드에서나 보여주고 있는데, BSG(Belt Starter Generator) 방식을 쓰는 볼보가 동일한 감각을 구현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부드러운 시동만큼이나 S90은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티어링휠은 살짝 가볍게 조작된다는 느낌을 전달하며 차량은 살짝 출렁거린다고 느낄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달한다.

과속방지턱도 부드럽게 넘는다. 다만 차체가 긴 덕분에 방지턱을 넘고나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양이 조금 많은 편에 속한다. 물론 이것이 멀미를 유도한다던가 승차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속도를 높여 진입하게 되면 어느정도 반발력을 전달한다. 댐퍼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막기위해 일을 한 것이다. 최근 독일차부터 유행하고 있는 스프링은 부드럽게, 댐퍼는 단단하게 설정한 셋팅이다. S90은 여기서 조금 더 부드러운 성향이 강조됐다.

정숙성도 좋다. 아이들 상태에서 35.5dBA을 기록했다. 기함급 세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전 후면 모두 이중유리창을 사용하는 등 정숙성에 신경 쓴 결과다.

여기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려간다. 확실히 B5와 B6간 성능차이를 느낄 수 있다. B5가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발휘했다면 B6부터는 여유로워진다. 엔진 반응도 만족스럽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대배기량 엔진처럼 즉각적이면서 여유로운 힘으로 차체를 이끌어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성능을 확인했다. 결과는 6.58초. S90 B5의 7.55초에서 1초가량 단축됐다. 더 큰 엔진을 쓰는 제네시스 G80 2.5T(6.71초) 보다도 빨랐다. BMW 530i(6.36초)와 비교될 정도이니 성능 부분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안정감이 좋다 보니 가속감이 둔감하게 전달된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속도계가 쉼없이 상승한다. 안전을 위해 속도제한이 이뤄지는 180km/h까지 말이다. 이 속도에 도달해서야 가속감이 사그라들 정도. 이 속도까지 올리지 않더라도 수준급 고속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직진성을 비롯해서 하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의 경쟁력이 높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해 속도 봉인을 했다는 점이 아쉬웠을 정도다.

ADAS 기능도 확인했다. 기존에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휠 좌측 중앙 버튼을 누르고 좌우 버튼을 눌러 활성화시켜야 했다. 이제는 중앙 버튼만 누르면 바로 차간거리 유지와 차로 중앙유지 기능이 활성화된다. 과거처럼 스티어링휠이 차로 유지를 위해 너무 강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 어느정도 운전자의 개입에 유연하게 반응해준다.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는 물론 유일하게 대형 동물까지 감지할 수 있는 전방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기능도 경쟁력이다. 오토하이빔 기능의 경우 상대방에게 눈부심 없이 먼 거리를 비출 수 있는 기능을 비롯해 스티어링 조향에 따라 조명을 움직여주며, 좌우 조향에 따라 코너 부분을 비춰주는 것도 가능하다. 표지판을 인식해 표지판만 따로 밝게 비춰 주기도 한다. 벤츠처럼 화려하게 보여주지는 않아도 기능성 하나는 충분하다.

코너를 돌아 나가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이 차의 길이가 길고 하체는 부드럽다는 것이 느껴진다. 전륜은 민감하게 반응해도 후륜은 늦게 따라오는 편. 하지만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대비해 그렇다는 것이 S90의 균형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주행감각은 평이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듯하다. 가장 독일차다운 움직임은 아우디 A6가, 역동적인 주행감각은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가 앞서며 최근 렉서스 ES는 큰 폭의 주행성능 향상이 눈길을 끌었다. 이제 S90은 동급에서 가장 무난한 주행감각을 보이게 됐다.

무난하지만 기본적으로 잘 달리는 성격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이는 코너를 돌아나갈 때 확인할 수 있다. 차체 거동이 안정적이다. 무게중심 이동 폭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불안한 모습 없이 매끄럽게 코너를 돌아 나간다. 타이어가 차량에 비해 충분한 성능을 내는 만큼 코너링 속도 역시 낮지 않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량을 제어할 때 감각도 좋다.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과거에는 개입 시기가 조금 빠른 편에 속했지만 현재 모델은 조금 더 기다린 후 개입한다. 이후 특정 상황에서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먼저 개입하는 부분이 있다. 스티어링휠이다. 차량 뒷부분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작동시켜 적정 궤도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준다. 끊음없이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신기능을 넣어주는 철학은 칭찬할만하다.

제동성능을 테스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7.22m를 기록했다. 기존 모델이 34m를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데, 이는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신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동 내구성능은 충분히 좋았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37.87m까지 밀려난 것이 전부였다. 평균 제동거리는 37.58m.

S90은 만족스러운 모델이다. 또, 타면 탈수록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특정 단어로 이번 S90을 설명한다면 ‘넓은 공간’, ‘편안한 승차감’, ‘안전’, ‘음성인식 기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 S90의 매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존재감이 강한 차들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출시전부터 새로운 신기술 알리기에 집중한다. 아우디나 랜드로버처럼 디자인 경쟁력이 강한 제조사는 출시전에 매력적인 디자인을 어필한다. 벤틀리나 마세라티 등 럭셔리 브랜드는 역사적인 정통성부터 알리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과 달리 볼보는 신차 출시 전부터 새롭게 개발한 안전기술부터 알린다. 엄밀히 따지면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안전기술은 아니다. 타사에도 있거나 자사에 있던 기술에 또 다른 기술을 융합해 한번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많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어떤 연령대의 소비자도 볼보를 선택하면 안전 부분만큼은 믿고 탄다.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뢰’를 얻고 ‘인식’을 바꾸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니까 아직도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폭스바겐은 프리미엄 브랜드 진입에 실패했으며, BMW는 지금도 ‘예전의 그 BMW가 아냐’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이다.

볼보는 어떤가? 대부분 소비자들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믿고 맡긴다. S90은 여기에 가족이 함께 이동해도 편하고 고급스러우며 다양한 기능성까지 갖췄다. 패밀리 세단으로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추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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