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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코리아, XM3 E-Tech 하이브리드

전기차 같은 하이브리드

2022-11-12 오후 2:55:47
하이브리드 자동차.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중화가 되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쏘렌토 하이브리드 같은 일부 차종은 당장 계약해도 내년, 또는 내후년에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제대로 된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현한 자동차 제조사는 몇 안 된다. 풀-하이브리드란 전기모터만으로 일정 수준 주행이 가능한 하이브리드를 의미한다.

하이브리드의 원조는 토요타와 렉서스. 당연히 풀-하이브리드를 구현한다. 한때 토요타에게 밀렸던 혼다도 풀-하이브리드 시스템 모델을 판매 중이다. 모터 사용 때 속도가 낮긴 해도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풀-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놀랍게 이 정도다.

GM은 볼트(Volt)의 직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응용한 시스템을 말리부에 탑재했었다. 하지만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펼치며 볼트(Volt)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사라졌다. 한때 링컨도 MKZ 하이브리드 모델을 팔았지만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라이선스 탑재 버전이었다.

그리고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다양한 제조사가 내놓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르노의 E-TECH 모델들

르노도 같은 상황이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몰래 풀-하이브리드에 대한 준비를 해왔고, 그 결과로 ‘E-테크 하이브리드(E-TECH Hybrid)’를 내놨다.

르노는 E-테크 하이브리드 모델로 클리오 하이브리드, 캡처 하이브리드,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춘 상태다. 이 가운데 아르카나 하이브리드가 국내에 ‘XM3 E-테크 하이브리드’라는 모델명으로 출시됐다.

르노에 따르면 새로운 풀-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하면서 150여 가지 특허를 득했다고 한다. 또한 르노 F1 팀과 협업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였다.

한마디로 토요타나 현대차와 다른 독자 개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재미없는 얘기를 해보자.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핵심은 2개의 전기모터, 그리고 엔진과 모터 간 동력 변환을 이루는 PSD(Power Split Device)가 핵심이다. 혼다 하이브리드는 2개의 모터를 사용하지만 엔진의 동력을 클러치를 통해 바퀴로 바로 전달하는 카운터샤프트(Countershaft)가 중심에 있다. 현대 기아차는 변속기의 토크컨버터 대신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이를 일체화 시킨 방식을 쓴다.


르노는 어떤 방법을 썼을까? 기본 구성으로 2개의 모터를 사용한다. 1개의 모터는 EV 모드로 차를 달리게 하는 강력한 전기모터다. 속도를 줄일 때 에너지 회수도 한다. 다른 1개의 모터는 다목적 성격을 띤다. 엔진을 작동시킬 수 있는 시동 모터, 변속기의 속도를 맞춰주는 싱크로나이저, 엔진과 모터가 만들어내는 힘을 고르게 휠로 전달하는 역할에 에너지 회수도 한다. 다른 제조사와 달리 변속기도 추가했는데 모터에 2단, 일반 4단 변속기 구성으로 총 6단 변속기를 갖고 있다.

구동용 모터는 48마력과 20.9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참고로 현대 쏘나타에 탑재된 전기모터 출력이 50마력에 20.9kgf·m 수준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평균이라 보면 된다.

현대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출발 후 10km/h 정도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렸다. 토요타나 렉서스는 20km/h 정도에서 시동이 걸렸다. XM3 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50km/h 이후 시동이 걸린다. 전기모터에 탑재된 2단 변속기가 저속 환경에서 전기모터 사용 구간을 늘린 것이다.

EV 모드도 있다. 배터리 충전량이 넉넉하다면 최대 3~4km 거리를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우리 팀이 시험할 때 (계기판 기준) 최고 66km/h 부근까지 엔진 개입 없이 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EV 모드 최고 속도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터 출력 및 토크가 토요타 대비 크게 부족한 르노지만 변속기 도입으로 전기모터 효율을 높인 것이다. 참고로 현대 기아차는 정책상 EV 모드를 쓰지 않는다.

르노코리아가 최대 75%까지 EV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초반 엔진 개입을 억제시킨 것, 덕분에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영역이 체감적으로도 크게 증가해 있다.

지금까지의 하이브리드 모델 시승 때, 전기모터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가속 페달을 미세하게 밟는 운전을 했다. 그러나 XM3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가속 페달을 밟던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만큼 전기모터 사용량이 많았다. 심지어 이때 느껴지는 힘도 좋았다.

전기모터가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에코 모드에서도 힘 부족을 느끼지 않게 했다. 일반적인 에코 모드는 엔진의 힘을 억제해 연료 효율을 높인다. 반면 XM3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가 적극 개입하니 일정 수준의 힘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힘이 좋다는 뜻은 일반 주행 환경이라는 가정에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솟구치지만 가속감이 큰 편은 아니다. 1.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86마력을 낼 수 있다. 모터의 힘을 더한 시스템 출력 143마력. 순수 내연기관의 힘으로만 보면 대략 120마력대 준중형 차를 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0.69초가 나왔다. 쏘나타 2.0 또는 K5 2.0 정도 성능과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최고 속도는 168km/h 내외다. 유럽 사양은 172km/h에서 제한된다고 한다. 특이점으로는 140km/h 이후부터 속도 상승 폭이 둔화된다는 것, 그 이상에서 뻗어주는 능력을 원한다면 XM3 TCe 260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

르노 하이브리드의 기본 구동 개념은 다음과 같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인다. 이후 추월 가속이 이뤄지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돌려 힘을 키운다. 고속도로 등 일정 속도에서 항속하는 환경을 만나면 전기모터의 가동을 중지하고 엔진으로만 주행하는 것.

엔진이 전기를 만들고 이 전력으로 모터를 돌려 바퀴를 굴리는 것보다 엔진이 바로 바퀴를 굴리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낫다. 이 때문에 혼다도 엔진의 동력을 바로 바퀴로 전달할 수 있는 클러치를 개발한 것이다.

다만 풀-하이브리드와 변속기가 결합되니 가끔씩 소소한 변속 충격이 느껴질 때가 있다. 충격까지는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철컥’하는 변속음이 들릴 때도. 가속할 때는 토요타의 e-CVT처럼 엔진 회전수가 고정돼서 속도를 올리다가도 변속하며 엔진 회전수가 내려가는 등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처음 쓰이는 것이라 익숙하지 않은 기술이라고 할까?

고속에서 2% 부족한 힘, 이것만 이해할 수 있으면 놀라운 실연비라는 보상이 따른다. 평균 속도 10km/h라는 답답한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최소 15km/L 이상 연비를 보여주니까. 이런 최악의 조건을 벗어나 적당히 정체가 반복되는 시내 환경을 만나자 21km/L 대 수준 연비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환경에서 보여준 연비는 23km/L 내외였다. 50리터 연료탱크를 다 비우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주행 가능 거리 900km 이상을 보여주는데, 1천 km 주행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제동 시스템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반응을 추구한 모습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에너지가 회수되고 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물리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이 과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운전자에게 많은 정보를 전한다. 변환 과정도 어설프지 않고 자연스럽다. 흥미로운 것은 하이브리드 모델임에도 브레이크 초반 응답성을 조금 강하게 설정했다는 것.

르노차답지 않게 제동거리도 짧았다. 100km/h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77m였다. 보통의 르노코리아 모델들은 40m 대를 보여줄 때가 많다. 하지만 38m 대라니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최장거리는 41m 대를 기록했다. 초반 제동 성능과 후반 제동 성능 편차가 2m 이상 벌어지는데, 제동 성능 자체 보다 타이어의 지속성에 아쉬움이 생긴다. OE 타이어는 금호가 제공한 솔루스 TA31이다.

배터리 충전 시간도 꽤나 빨랐다. 배터리 용량은 1.2kWh 급으로 토요타 프리우스(1.3kWh)와 거의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엔진이 조금만 돌아가도 빠르게 배터리 게이지를 채우는 모습을 보였고, 여기에 B 모드까지 활성화시키면 더 빨리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가 회수가 시작되는데, 주행 모드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보였다. 시험 결과 에코 모드는 가장 소극적으로 에너지를 회수했다. 차량이 보여주는 중력가속도(G) 변화도 가장 낮았다. (시험 결과 0.12~0.13G 내외)

노멀 모드는 에코 보다 조금 더 에너지를 많이 회수했다. 때문에 중력 가속도는 0.16G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 봤다. 기어 변속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데,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를 회수와 함께 저단 기어로 빠른 변속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속이란 변수가 중력가속도 변화를 키웠다. 경우에 따라 0.11G, 저단 기어로 변속될 때는 0.33G까지 감속이 커졌던 것.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회수하는 B 모드로 설정하면 0.19G에서 0.2G 사이를 꾸준히 오간다. 속도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하기 위해 중력가속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특성도 나왔다.

그렇다고 B 모드가 매우 적극적으로 감속시키는 타입은 아니다. 이에 전기차 같은 원페달 드라이빙은 어렵다. 또한 B 모드는 에너지 회수를 하되 완전한 정지까지 지원하지 않았다.

주행성능 특성은 내연기관 XM3와 같다. 코너에 들어가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확실히 민첩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복합 코너를 통과하는 과정, 일정 수준의 바디롤은 있지만 부드럽게 하중을 바꿔가며 세련된 달리기 성능을 보였다. 부드럽고 여유롭지만 균형을 지키려는 모습.

코너링 때의 기본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 지향이다. 프랑스계 모델 답게 ESP가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편이라 특성을 다 읽기엔 제한이 따랐다. ESP의 셋업은 잘되어 있어 여러 조건에서 선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급작스럽지 않게, 부드럽지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잡는 타입이라 대중들에게는 유리한 모습이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디자인부터 차이를 보인다. 새로운 범퍼 디자인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게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 르노는 F1의 프런트 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앞뒤 범퍼와 측면 하단에는 건메탈 그레이 색상을 썼다. 사이드미러, 루프, B-필러 등은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처리해 지금까지 XM3와 다른 멋을 표현했다. LED 헤드램프에 블랙 베젤 처리를 해서 조금 더 멋스럽게 보이도록 바꿨다.


실내는 내연기관 버전과 같다. 그래도 대시보드에 헥사곤 패턴 마감을 써 하이브리드 모델만의 차이를 살리고자 했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는지 보여주는 항목을 넣었다. 그러나 타사 것들과 달리 시간 차이를 두고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엔진이 작동하면 조금 뒤에 에너지 흐름도에 표기하는 식이다.


센터페시아 스타일도 같고, 피아노 건반 스타일 버튼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여기에 EV 모드 버튼이 추가된 것이 차이다.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위젯을 활용해 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 수도 있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차 안에서 결제가 가능한 인카페이먼트 기능도 있어 유용하다. 현대기아, 제네시스에도 이 기능이 탑재되는데, 일부 주유소와 주차장 사용만 지원한다. 반면 르노는 카페에서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꾸렸다. 다만 디스플레이 터치 반응 속도가 더 빨라졌으면 한다.


공조장치 전용 컨트롤러가 있다. 시각적으로 구형 같아 보이지만 요즘엔 다시 물리적 버튼과 다이얼을 탑재하는 것이 추세다. 운전이라는 환경, 여기서는 조작성이 더 중시되니까. 다이얼의 만듦새도 좋아 조작 때 만족감도 충분했다. 다만 시트의 통풍 & 열선 기능 작동 때 버튼 터치, 다시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이브리드 모델 스타일 차별을 위해 전자식 변속 방식인 e-시프터가 달렸다. 디자인이 멋진데 생각보다 가벼운 조작감을 갖춰 손목 스냅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 좋았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부가 기능으로 열선 기능, 뒷좌석 전용 USB 포트가 마련된다.

그러나 실내에서 기능성을 추구하려면 대부분을 옵션으로 달아야 한다. XM3 하이브리드는 2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RE 트림과 인스파이어 트림이다.

시작 트림인 RE에서는 9.3인치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옵션 사양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이 옵션에 디스플레이 계기판, 앰비언트 라이트,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차로 유지 보조 등 각종 ADAS 사양까지 묶어 206만 원에 판매하는 것이 아쉬움이 된다. RE 트림에 이 옵션만 추가해도 인스파이어 트림 가격과 비슷해지기 때문. 결국 인스파이어 트림으로 유도한 구성이다.

그러나 인스파이어 트림도 앞 좌석 통풍과 뒷 좌석 열선이 옵션이다. 여기에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을 39만 원 주고 또 추가해야 한다. e-시프터도 옵션.


우리가 테스트한 모델의 가격은 최상급 사양에 모든 옵션이 추가돼 3612만 원이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이 3700만 원대다. 분명 그보다는 낮은 가격이지만 그렇다고 저렴하다는 느낌은 없다.

니로는 아무도 구입하지 않을 입문 트림 가격을 2천만 원대에 정하며 합리적이라는 느낌을 보이려 했다. 하지만 막상 구입하려 구성을 확인하면 가격대 많이 올라가는 문제를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니로를 구입하려 장시간 대기하고 있다. 일반 내연기관 대비 연비가 좋으니 조금 비싸더라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

같은 관점에서 XM3 하이브리드를 바라보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니로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가격, 니로 하이브리드를 능가하는 도심 주행의 모터 활용능력. 여기에 대단한 수준의 연비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각종 액세서리 추가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니 말이다.

이제 물량 싸움이 중요하다. 신차가 출시되고 길거리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소비자 관심도 빠르게 줄어든다. 신차 출시 후 제때 물량 대응을 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사례도 몇몇 있다. 르노코리아가 판매량 증대를 통한 실적 향상을 원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언제까지 해외 수출을 업으로 삼을 수 없지 않은가?

오토뷰 | 로드테스트팀 (news@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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