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운동가들, 포르쉐 전시장 점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0.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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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포르쉐 전시장이 9명의 환경 운동가들에게 점거됐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요구하기 위해 전시장을 점거한 것일까?

이따금 환경 운동 단체 중에서는 제법 강렬하고 과격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그린피스다. 이들은 꽤 강한 방법으로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데, 현대자동차 쏘나타 광고판에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표시한 적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 회사들에게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 단체들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한 단체는 아예 포르쉐 전시장을 점거해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했다. 9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자신들을 연구원 또는 과학자로 소개했다. 정확히 무엇을 연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흰색 가운을 입고 포르쉐 파빌리온에 나타났다.

이들은 좀 색다른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 911과 마칸 주변에 주저앉아 바닥에 손바닥을 붙이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중 한 사람은 마칸의 트렁크에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신문을 올려두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그린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좀 더 구체적이다.

이 단체의 이야기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이 세계 2위 제조사로써 기후 변화에 좀 더 빨리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기후 변화에 대비한 로드맵을 설정했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목표의 실천을 위해 다양한 세부 전략을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국내 출시한 ID.4와 같은 전기차 확산과 더불어 제조 및 운송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워낙 규모가 큰 회사인 탓에 한꺼번에 급진적으로 변화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진행하는 기후 변화 대책 전략을 보면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체는 폭스바겐그룹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드맵 2050년도 좋지만 그보다 더 빨리 현실적인 행동을 보여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이와 더불어 독일 정부에게 9유로짜리 대중교통 티켓의 재도입과 함께 아우토반을 100km/h로 제한해달라고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무제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탄소 배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포르쉐 파빌리온을 시위 장소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르쉐가 아우토반에서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폭스바겐그룹의 CEO, 올리버 블룸이 포르쉐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을 차지했다. 그래서 이들은 올리버 블룸이 아우토반 속도 제한에 찬성해 줄 것을 함께 요청했다. 시위 방법은 단순히 바닥에 앉아 손바닥을 붙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손에 접착제를 발라 바닥에 붙여 버린 것이다. 이 시위 방법은 영국 정부가 천연가스와 유전 개발 프로젝트 재투자를 발표했을 당시 진행했던 반대 퍼포먼스와 같은 방식이다.

현재도 시위가 진행 중인데, 일단 폭스바겐그룹은 이들의 시위를 방해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식사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편의를 베풀고 있다. 다만 영업시간 종료 후에도 시위가 계속 이어지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전등과 난방은 껐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에 전등과 난방을 공급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유발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긴 하다. 그런데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 단체는 단식 투쟁을 결정했다. 결국 폭스바겐그룹은 당국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이들을 주의 관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실제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2%가량은 자동차에서 나온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전 세계 자동차를 모두 탈탄소화한다고 해도 에너지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결국 자동차의 탈탄소화로 상황을 개선한다고 해도 이내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래식 화력 발전소 또는 대규모 탄소 배출원의 경우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어 공정한 성장 기회의 제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자동차 회사들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꼭 자동차 회사들이 기후 변화의 주범인 것처럼 지목되는 건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책임은 있으나 그들이 가장 눈에 띄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공격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럴 때일수록 시야를 넓히고 문제의 핵심 발생원이 어디인지 파악한 후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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