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전투기가 중고 매물로 올라왔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0.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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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마니아 특히 전투기 마니아라면 눈에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다. 다름 아닌 전투기 한 대가 중고 경매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해당 기체는 68년산 노스롭 F-5다.

최근 연이은 대박 수출을 터트린 K 방산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군용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아주 특별한 무기 하나가 경매로 출품됐다. 놀랍게도 해당 제품은 미 공군에서 사용했던 전투기, F-5다.

F-5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잘 알려진 전투기다.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면허생산되어 현재도 최전방 기지의 스크램블러로 활용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투기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알고 나면 대부분 놀랄 것이다. 이 전투기의 초도 비행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63년 전인 1959년이다. 원래는 경량급 고등 훈련기로 기획됐는데, 이후 단좌형 전투기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미 공군에 납품될 예정이었지만, 공군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사라질 것 같았던 이 전투기는 당시 미국이 우방국에게 뿌릴만한 저렴한 가격의 전투기로 낙점됐고, 그렇게 프리덤 파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미국을 제외한 멕시코, 블질,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2급 우방국에 뿌려졌다. 대한민국도 그 중 하나였다. 물론 한국은 훗날 이를 면허 생산하면서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고쳐지긴 했지만 놀랍게도 공여받은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착실히 써먹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F-5가 갖고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인데, 일단 무게가 가벼운 대신 엔진 추력이 뛰어나 빠른 상승력을 갖고 있음은 물론 기체가 튼튼했던 덕분에 선회력을 비롯해 기동력이 우수했다. 결정적인 장점은 바로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정비 가격도 저렴했다는 것이다. 또한 쌍발 엔진인 덕분에 생존력도 우수했다 평가된다.

그래서 당시 개발 도상국이었던 한국에게는 이보다 더 유용한 경량급 전투기도 없었던 셈이다. 특히 빠른 출격이 필요한 상황에서 F-5의 기동력과 가속력 그리고 고도 상승력을 대체할만한 기종이 마땅히 없어 이미 내구연한을 초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선에서 활동 중이다.

다만 미국은 극소량의 실험용 기체만 사용했을 뿐, 전술적 목적으로 F-5를 사용한 적은 없다. 이렇게 우방국에게는 감사한 전투기였지만 정작 제작 국가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F-5가 최근 중고로 경매에 올라왔다. 더 놀라운 것은 군용 무기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게 불하하는 형태로 판매된다는 것이다.

일단 해당 전투기의 원래 소속은 미 공군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 공군은 이 전투기를 소량만 도입해 실험용 기체로 운용했다. 따라서 경매에 출품된 F-5는 그 중 한 대로 추정된다. 기체는 F-5의 초기형인 F-5A로 보조 연료탱크가 날개 끝에 달린(팁 탱크) 다분히 클래식한 기체다. 연식은 1968년으로 꽤 오랜 시간 미공군에서 보유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연식에 비해 총 비행시간이 3,367시간인 걸 봐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전투기를 혹사시키는 미공군의 비행 스케줄 상 3,000시간대는 굉장히 적게 사용한 것이다.)

엔진은 GE의 J85 엔진이 2기 탑재되어 있는데, 각각 2,598시간과 3,239시간 사용됐다. 통상적으로 미국산 전투기 엔진의 경우 약 4,000시간 전후를 엔진의 수명을 보는 바, 두 기의 엔진은 한계 수명에 근접해 있는 상태라 봐도 좋겠지만, 민간 비행을 기준을 보자면 당분간 즐길만한 수준은 된다. 게다가 각각 비행시간 100시간 전에 오버홀 된 관계로 당장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그 외 상당 부분들이 원래 상태로 복원되었고, 비행을 위한 항전 장비들은 최신의 것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물론 중요 군용 장비들은 철거되었다. 레이더를 포함해 미사일이 장착될 하드 포인트 혹은 레일은 제거됐다. 물론 기관총도 제외됐다. 있다고 해도 써먹을 일도 없을 뿐더러 사용했다가는 굉장히 큰 문제가 되기에 없는 편이 마땅하다.

이렇게 몇 개의 장비가 제거된 덕분에 무게는 더 가벼워졌으며, 최고 시속 700노트에 분당 30,000피트의 상승 속도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상태가 됐다. 그렇다면 가격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가격 역시 파격적이다. 활약 당시 F-5는 당시 가격으로 210만 달러 였는데, 당시 환율 기준으로도 전투기 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다. 덕분인지 중고 기체의 가격도 아주 저렴하다. 페라리 두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인 13억원 (95만달러)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이 정도에 꿈에도 그리던 전투기를 직접 몰 수 있다는 건 전투기 마니아들에겐 그야말로 하늘이 주신 행운이나 다름없다. 다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전투기는 보유하는 즉시 엄청난 돈을 잡아 먹는다는 점이다. 주기장 이용료를 시작으로 정비 및 연료비용을 대려면 전투기 가격의 수십배는 너끈히 들어간다. 그럼에도 해외의 항공 마니아들 중 극성 마니아는 이런 식으로 민간에 불하된 전투기를 사들여 새로운 사업의 밑천으로 활용한다거나 혹은 박물관 전시용으로 쓰기도 한다.

끝으로 낙찰을 받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직접 가서 찾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현재 이 전투기가 보관된 장소는 미국 일리노이이며 한국으로 가져오려면 일단 전투기 조종 면허 및 F-5 조종 면허가 필요하다. 물론 탁송받아 박물관에 보관할 요량이라면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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