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1953년식 C 타입, 신차 발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10.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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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1953년식 레이서, C 타입의 신차를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의 자동차지만 분명히 말하면 이 차들은 한 번도 도로를 달려본 적이 없는 새로 제작한 신차다. 물론 앞으로도 도로는 달릴 수 없다.

최근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일어나는 일이 바로 과거에 존재했으나 지금은 거의 다 사라진 역사적인 모델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벤틀리 뮬리너가 르망 24에 참가했던 스피드 6를 완벽한 고증을 거쳐 새롭게 제작했다.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건 복원이 아닌 아예 처음부터 새로 제작한다는 점이다.

재규어도 클래식 디비전을 두고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엔초 페라리가 인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쿠페 E 타입을 전동화 버전으로 새로 제작하는 일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두 대의 신차를 제작, 발표했다.

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C 타입이다. 이 차는 레이스카로 1953년 르망 24에서 무려 1,2,4,9등을 차지했다.

게다가 평균 랩타임 기록을 깨뜨리고 당대 가장 빠른 르망 레이서로 이름을 남겼던 재규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차였다.

이번에 제작한 C 타입은 총 두 대로 각각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C 타입은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으로 컬러를 마감했다. 실내는 같은 톤의 스웨이드 그린으로 마감했는데, 이 차는 당시 우승했던 C 타입 XK051을 그대로 복각한 것이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도색을 하지 않은 알루미늄 패널 그대로 제작했으며, 실내는 버건디 컬러의 스웨이드로 마감했다.

당시 사용했던 설계도를 바탕으로 제작했으며 부서 내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했는데, 바디워크 제작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가장 큰 난관은 엔진을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C 타입에는 3.4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는데 웨버 카뷰레터를 포함해 제작하는 데 무려 9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요즘 기술이라면 3.4L 배기량에서 500마력대는 너끈히 뽑을 수 있겠지만, 출력도 당시 수준인 220마력으로 설계했다.

레이스카에 적용된 클래식 재규어 배지는 놀랍게도 영국의 전통적인 주얼리 메이커, 디킨 앤 프랜시스에서 제작했다. 이처럼 귀금속 세공에 조예가 깊은 회사들이 자동차 회사의 엠블럼을 제작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예를 들어 부가티의 경우 이탈리아의 전통 있는 은세공 공방에 마카롱 배지 제작을 의뢰하며, 애스턴마틴도 영국의 귀금속 가공 전문 공방에 윙 엠블럼 제작을 부탁하고 있다. 재규어는 디킨 앤 프랜시스에게 엠블럼뿐만 아니라 연료 탱크의 제작도 함께 의뢰했다고 한다.

다른 부품들은 모두 재규어 클래식 사업부에서 제작했는데, 당시 제작됐던 모든 부품을 설계도면 및 실제 차량을 보면서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브레이크 액 레저보아 옆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브라켓까지 그대로 복제했다. 오리지널 차량에서도 이 브라켓은 아무런 용도 없이 그냥 달려 있던 거라고 한다.

이렇게 엔진을 제외한 새시와 바디워크 제작에만 약 4개월 (3,000시간) 가량이 소요됐으며, 가격은 169만 달러, 한화로 24억 원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오리지널 모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오리지널을 그대로 재현했고, 심지어 재규어에서 직접 제작했으니 이건 또 다른 종류의 오리지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끝으로 이 차는 레이스카인만큼 도로 주행은 불가능하다. 다만 FIA 승인을 얻은 차량으로 재규어 클래식 챌린지 또는 FIA 히스토릭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만으로도 이 차가 오리지널임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이 차를 구입하게 된다면 소유주의 이름을 대시보드에 새겨주며 전용 키 하우징으로 제작해 준다고 한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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