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는 유일하게 지면과 마주하며 엔진의 힘을 노면에 전달해 주는 부속이다. 그리고 다양한 자동차의 성격에 맞춰 튜닝된다. 차량 성격과 맞지 않은 타이어를 쓰면 자동차의 종합 성능이 대폭 저하된다.

한 예로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해 개발된 고성능 차에 4계절 타이어를 끼우고 제동을 해보면 제동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과 4계절 타이어 간 성능 차이가 역효과를 부르는 셈인데, 대중 세단에 4계절 타이어를 장착한 것보다 제동거리가 더 길어진다는 얘기다.

이번 비교는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다. 고성능 차에 쓰이는 타이어로 이해하면 된다.

비교 타이어 선정

대상은 시장에서 가장 좋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S(Pilot Sport 4 S), 피렐리 P 제로(P Zero), 콘티넨탈 스포트 콘택트 7(SportContact 7), 한국 S1 에보 Z(Ventus S1 evo Z)다. (이하 PS4S, P ZERO, SC7, 에보 Z로 표기)

이 밖에도 대상은 많다. 굿이어의 이글 F1 에이시메트릭 시리즈, 금호 엑스타 PS91, 브리지스톤 포텐자 스포트 등등.

비교 대상에서 위 3개 타이어를 제외한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굿이어는 국내 인지도가 약해서 수요가 거의 없다. 금호 엑스타 PS91은 포르쉐 991을 위해 개발된 타이어인데,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후속 모델이 개발 되었다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최신 타이어들과 견주기엔 성능이 부족하다는 것. 포텐자 스포트는 아쉽게도 국내에 수입된 것이 없다. 공식 론칭 시기도 4분기께로 밀려 대상에 들지 못했다.

비교 대상 타이어에도 특징이 있다. 시험에 쓰인 미쉐린 PS 4S는 벤츠(AMG) 용으로 만들어진 OE 타이어다. 통상 OE 타이어는 그 차의 밸런스에 가장 잘 부합되도록 개발돼 종합 성능이 좋다. 시험 차가 AMG A 45 4Matic+이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당초 애프터마켓용(RE) 타이어를 구하려 했지만 시장에 재고가 없었다. 미쉐린코리아에서도 수입 계획이 없었다. 지금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구할 수 있는 것은 AMG 용으로 나온 제품과 현대 아반떼 N 용으로 나온 것뿐이다. 수소문을 해본 결과 유럽, 또는 일본에서 공수해 와야 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물류비용만 80~100만 원 추가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OE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피렐리 P ZERO도 OE 타이어다. 람보르기니 우라칸용으로 개발된 타이어인데, 피렐리는 RE 타이어를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타이어는 OE 제품뿐이었다. 시험에 쓰인 타이어는 P 제로 중에서도 신형으로 분류되는 PZ4라는 모델이다.

콘티넨탈 스포트 콘택트 7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당초 5월께 수입된다는 타이어가 6월이 넘어 들어왔다. 그것도 특정 사이즈 소량만 수입됐다. 공식 출시 이전에 풀린 물량이다. 수입 타이어들은 시장에 소량의 타이어를 풀고 이후 타이어 판매를 공식 발표한다. 콘티넨탈코리아에 따르면 8~9월 사이에 공식 론칭된다고 한다.

미쉐린도 자사의 크로스클라이밋2를 론칭하기 몇 달 전 소량의 타이어를 시장에 풀었다. 이후 론칭했는데, 이런 행보는 국산 타이어들과 다르다. 가령 금호 타이어의 마제스티 X는 시장에 제품이 나오기 전에 론칭부터 했고, 한국 타이어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도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수입 타이어들은 물량 일부를 시장에 풀고 론칭, 국산 타이어는 론칭부터 하고 물량을 푼다는 것이 다르다.

마지막 비교 대상은 한국 타이어의 S1 에보 Z다. 기존 시장에 있던 S1 에보 3는 기대만큼 성능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 따라 금호의 중간급 타이어인 PS71과 비교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이번 EVO Z는 미쉐린 PS 4 S, P 제로 등과 싸우기 위해 나온 타이어다. 타이어 테스트에 앞서 국내 타이어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을 봤는데, 한국 타이어의 선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테스트카 & 타이어 규격

시험에 쓰인 차는 AMG A45 4Matic+다. 준중형급 해치백인데, 387마력 성능을 가진다. 여기에 4륜 구동을 맞물렸는데, 앞뒤 구동력 배분, 리어축의 구동력을 좌우 배분되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가속페달 전개에 따라 의도적인 오버스티어도 만들 수 있다. 타이어 규격은 245 / 35 R19로 맞췄다.

18인치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와 같은 프리미엄급 스포츠 타이어 일부는 19인치부터 생산된다.

시험 내용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간단한 시험 내용만 공개했지만 이번부터 조금 더 영역을 넓혀 공개하기로 했다.

기본 시험 항목은 다음과 같다. 마른 노면 제동, 핸들링(슬라럼), 정숙성, 젖은 노면 제동과 핸들링, 서킷 주행 등등. 그러나 개별 항목 안에는 다음 내용들이 들어간다.

직선 주행 때 안정성, 스티어링 중앙 영역의 반응성과 감각, 선형성, 스티어링 앵글, 스티어링의 묵직함, 차선 변경,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 제동을 동반한 코너링, 순수한 타이어의 그립, 타이어를 통한 차량의 밸런스, 스티어 특성, 속도 영역에 따른 소음, 타이어가 만드는 부드러움, 댐핑, 진동 등 계측 외에 20개 항목의 평가를 진행한다.

상당수가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오토뷰 타이어 평가 기준이 강화되었고 그에 대한 평가법 훈련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도움을 주신 다수의 현업 연구원(자동차 섀시, 타이어 개발)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서킷 랩타임은 국내 최고 드라이버 중 한 명인 정의철(볼가스)선수가 담당했다.

시험에 앞서 : 테스트 환경

비교 - 무게

각 타이어의 무게를 보자. 타이어 무게를 낮추면서 강성, 그리고 성능을 확보하는 것도 기술의 핵심 영역이다. 또한 무게가 고르다는 것은 품질이 일정하다는 것을 뜻한다.

무게는 SC7이 가장 가벼웠는데, 10.3Kg 정도였다. PS 4S는 10.4Kg으로 2위, 역시 균일한 무게를 보였다. 피렐리는 2본 10.4Kg, 2본은 10.7Kg로 타이어당 무게 편차가 300g 가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에보 Z는 가장 무거운 10.7Kg이였다. 무게는 일정했지만 다른 타이어 대비 300~400g가량 무거웠다.

무게 부분의 이점 덕분에 SC7과 PS 4S에게 만점이 부여됐다. 100g의 편차가 있지만 여기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국 타이어는 무게가 다소 무거워 차점자가 됐다. P ZERO는 순수한 무게(10.7Kg)와 편차 문제로 가장 낮은 점수(8점)을 받았다.

참고 - 트레드 홈 깊이

트레드 홈 깊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에보 Z가 가장 홈이 얕았고, P 제로가 가장 깊었다. 이것이 내마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기 때문에 참고만 하면 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트레드 웨어를 기준 삼아 내모마성을 가늠하는데, 각 타이어 제조사마다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 때는 의미가 없다. 쉽게 말해 자사 간 비교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예로 A사의 타이어가 200의 트레드웨어 값을, B사의 타이어가 300이란 값을 가졌다고 가정할 때 B사의 타이어 수명이 더 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참고 - 경도

타이어 패턴의 단단함은 어떨까? 경도는 참고 사항일 뿐, 평가 항목은 아니다. 계측 결과 에보 Z가 가장 단단했으며 SC7이 가장 부드럽게 나왔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단단한 패턴을 가졌을 때 수명이 길고, 부드러운 패턴을 가졌을 때 성능이 좋은 경우가 많다.

비교 - 정숙성

스포티한 타이어에서도 정숙성은 중요하다. 이들은 서킷 전용의 타이어가 아니다. 고성능 자동차와 함께 하지만 일상에서 장거리 운전에도 대응해야 한다. 소음이 커지면 운전자의 피로감이 상승한다. 같은 이유로 고성능 차들도 컴포트 모드에서는 배기 소음을 낮춰 피로감을 줄이고 있다.

시험은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시험장 내 2곳에서 진행됐는데, 일반 아스팔트, 그리고 소음 인증 시험에 쓰이는 노면을 이용했다.

시험 결과 SC7과 PS 4S가 유사한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확실히 조용했다. 다만 두 타이어 간의 편차인 0.1dBA은 오차 범위라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제품이 동일한 최고점을 얻었다.

반면 P 제로는 가장 높은 소음을 보였다. 누가 타도 확실히 시끄러운 음색을 들려줬는데 60~80km/h 사이에서 뚜렷한 약점을 보였다. 에보 Z도 제법 소음을 냈는데, P 제로보다는 조용했다. 다만 일정 시간 경과 이후, 특정 속도 영역에서 부밍음(Compression booming noise)이 커졌다.

인증 노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SC7, PS 4S, 에보 Z가 유사한 수준의 59.9~60.0dBA 정숙성을 보였다. 반면 이 환경에서도 P 제로는 가장 높은 62.8dBA 수준의 소음을 냈다.

비교 - 승차감

승차감은 타이어 회전 때의 부드러움, 타이어 자체의 댐핑 능력, 충격 및 진동 처리 능력 등이 비교 항목이 다.

여기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SC7이었다. SC7은 전반적으로 마일드한 성향의 부드러움을 보였는데, 앞서 점검한 경도 값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PS 4S도 좋은 성능을 냈는데, 150km/h 이상의 고속으로 접어들 때 미세한 진동을 동반했다. 다음은 P 제로였다. 160km/h 또는 그 이상에 이르면 PS 4S 보다 뚜렷하게 일정한 진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에보 Z는 일정 시간 주행 후 성능이 떨어질 때가 있는데, 이때부터 진동을 동반한다. 결론적으로 SC7, PS 4S, P 제로, 에보 Z 순으로 점수를 득했다.

비교 - 젖은 노면 제동 & 핸들링

젖은 노면 제동 성능을 보자. 국내에서는 관심을 적게 받지만 유럽에서는 젖은 노면 환경을 매우 중시한다. 이에 국산 타이어 제조사들도 유럽 시장 기준에 맞춰 젖은 노면(빗길) 성능을 높여가는 중이다. 한때 넥센(NEXEN) 제품들의 젖은 노면 성능이 매우 낮게 나왔는데, 최근에는 넥센 제품들도 좋은 성능을 내기 시작했다.

젖은 노면 제동 계측은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광폭 저마찰로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출시 이전 신차들의 주행 시험 때문에, 카메라를 시험장에 들이지 못해 영상 버전을 위한 촬영은 저마찰로에서 별도로 이뤄졌다.

젖은 노면 시험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간 우리 팀이 테스트한 결과 한국 타이어는 젖은 노면에 강했다. 평균 29.43m의 기록으로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다음은 SC7이었는데, 에보 Z 대비 약 43cm 긴 제동거리를 보였다.

하지만 다른 타이어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P 제로는 평균 31m 수준의 기록을 보이며 에보 Z 대비 1.5m 제동거리가 길었다. 미쉐린은 31.7m를 넘어서며 가장 긴 제동거리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와의 격차를 보면 약 2.3m 이상으로 체급이 다르다고 볼 정도로 큰 성능 차이를 냈다.

젖은 노면 핸들링은 어땠을까? 여기서도 에보 Z가 가장 뚜렷하게 좋은 성능을 냈다. 국내 범용 시험장의 젖은 노면 시험장은 생각보다 환경이 좋지 않다. 물이 일정하게 깔려야 하는데, 가끔씩 높낮이가 다른 구간이 존재한다. 가볍게 제동력을 측정할 때는 문제없지만 핸들링을 시험하기엔 거리도 길지 않다. 타이어 제조사들은 자사의 PG(주행시험장) 안에 젖은 노면 시험을 위한 별도의 코스를 설계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시험해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뚜렷하게 젖은 노면 핸들링, 배수성이 좋았던 에보 Z에 최고 점수를 부여하고 유사한 감각을 보인 나머지 타이어는 동점 처리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비교 - 마른 노면 제동

유럽 소비자가 젖은 노면을 중시한다면, 국내 소비자 상당수, 특히 스포츠 타이어 소비자들은 마른 노면 성능을 따진다.

결과는 어땠을까? 제동 성능 시험 결과 SC7이 압도적인 성능을 드러냈다. 유일하게 평균 36.37m를 기록한 것. 2위는 P 제로였는데, 37.5m 수준을 보였다. 1위와 2위 간의 격차는 약 1.1m 이상이다. 앞서 젖은 노면 제동에서도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단지 10cm의 차이로 사고를 면하느냐 당하느냐의 차이가 결정된다. 제동거리 1m의 차이는 에어백이 터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수준의 큰 차이다. 차량 파손도 물론이고.

비교 - 핸들링(슬라럼)

이번 시험은 슬라럼이다. 스티어링 휠을 일정한 리듬으로 돌리면서 최대한의 타이어 성능을 끌어쓰게 된다. 단순히 측면으로 걸리는 횡그립 뿐 아니라 가속에 따른 종(앞뒤) 방향 그립과 조화를 이뤄야 빠른 기록을 낼 수 있게 된다. 콘 사이의 기준 거리는 18m다.

여기서 가장 좋은 균형을 보이며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것은 SC7이었다. 횡으로 힘이 걸린 상황에서 다시금 엔진 파워가 타이어로 전해 질 때도 미끄러짐 없이 노면을 붙들고 나갔다. 다음은 P 제로다. 횡으로 힘을 받는 부분은 평이해 보였지만 엔진의 파워가 전달될 때 의외로 잘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은 미쉐린 PS 4S였는데, 횡으로 버티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엔진의 구동력이 전달될 때 슬립을 보이며 앵글이 소폭 증가하는 아쉬움을 보였다. 에보 Z는 최하위에 머물렀는데, 출발 이후 중반까지는 좋은 성능을 냈다. 하지만 시험이 반복됨에 따라 급격한 성능 저하가 이뤄졌고, 이후부터 차량의 리어축이 미끄러지는 아쉬움을 냈다. 한국 타이어 제품을 시험하며 유사한 경험을 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성능을 지속하지 못하는 문제를 숙제로 남겼다. 같은 이유로 가장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비교 - 서킷 랩타임

스포츠 타이어는 다양한 환경에 노출된다. 고성능 차와 발맞춰 서킷에서 최고 기록을 세울 때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 시험은 서킷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험은 정의철 드라이버(볼가스모터스포츠 소속)가 맡았다. 지난해까지 금호타이어 소속 드라이버로 다양한 타이어 시험을 경험했다. 우리 팀은 과거부터 다양한 드라이버들과 협업해 봤는데, 레이싱 업계가 인정하는 최고 기량의 선수들은 고출력 레이스카로 최고 경주 클래스에서 경험을 쌓은 덕분에 타이어 성능 한계를 정확히 쓰며 불필요한 마모를 만들지 않는다. 그들의 랩타임 편차는 0.1~0.2초 내외에 불과하다. (평균은 0.1초 내외)

서킷은 태백 스피드웨이다. 단조롭게 보이지만 제동, 고속 코너 덕분에 타이어 성능 편차를 보기에 무리 없다. 다만 거리가 짧아 성능 차이 대비 랩타임 편차가 작아 보일 수 있다.

차량 및 특성에 적응하기 위해 A45의 출고 타이어로 먼저 주행을 시작했다. 에어컨을 틀고 달렸는데, 1분 5초대를 끊었다. 매 시험 이후 차량의 냉각 시간은 20분으로 설정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린 정의철 드라이버의 랩타임을 보자. 여기서는 PS 4S가 가장 빠른 성능을 냈다. 기록은 1분 4초 45였다. 차체의 하중 이동 등 본격적으로 그립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낸 것이다. 시험을 담당한 정의철 드라이버는 PS 4S가 가장 빠르게 발열되며 최대 그립을 회복해 랩타임에서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SC7이었다. 0.09초 차이의 편차로 2위에 올라섰다. 사실상 0.1초 내외의 오차 범위로 볼 수 있다. 콘티넨탈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최고 랩타임이 아닌 다른 기록에서도 유사한 차이가 나왔다. 또한 0.01초의 기록을 다투는 것이 서킷이란 전장이기에 이 수치에 최소한의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음은 1분 77초로 3위를 기록한 P 제로다. 일부 성능으로 볼 때 최하위 가능성이 높았는데, 그럼에도 나름대로 선방했다. 하지만 1~2위와 비교하면 격차가 커진다. 그래도 최대 1분 5초대로 진입하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성능을 낸 것은 '에보 Z'였다. 1분 4초 91이란 기록을 냈는데, 이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나머지 기록들은 모두 1분 5초대 초반을 마크했다. 다른 시험 때도 그랬지만 성능 저하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다.

참고 - 주행 후 마모

서킷 주행 이후 타이어의 마모를 확인했다. 드라이버에게 동일한 서킷 주행(랩)을 요구한 것도 시험 이후의 마모를 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마모 자체를 비교 항목에 넣지는 않았다. 주행 조건에 따라 스티어링 휠을 조금 더 감으면 마모가 커지는 환경을 고려해서다.

결과를 확인했을 때 PS 4S의 마모가 가장 적었다. 패턴 중앙이 깎이긴 했지만 가장 양호했다. 다음은 SC7였는데, PS 4S 대비 마모가 조금 더 많았다. 다음은 P 제로였는데, 표면적으로 보면 에보 Z 대비 마모가 작긴 하나 특정 패턴이 떨어져 나가는 문제를 보였다. 일정 수준의 마모 보다 좋지 못한 결과다. 에보 Z는 가장 많은 마모를 보였지만 그래도 패턴이 뜯어져나가는 문제는 없었다.

비교 - 구입 가격

반도체 이슈로 자동차 인도 시기가 늦어지거나 가격이 많이 오르는 추세다. 타이어 업계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데, 원자재 가격 이상, 물류 문제가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마켓이 크지 않은 특정 타이어들은 재고가 거의 없다.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도 여기에 속하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우리 팀은 당초 5월부터 이번 비교를 준비했다. 그리고 타이어 수급에 나섰는데, 당시만 해도 타이어들이 있었다. 그래서 타이어 구입 시기를 비교 테스트 직전까지 미뤘는데, 이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그 사이에 타이어 가격이 인상된 것. 특히 PS 4S는 우리가 재고를 알아보던 6월을 넘겨 7월에 들어가자 공식 가격이 인상됐다. 결국 더 비싼 가격으로 타이어를 구매했다. 그래도 7월은 나았다. 8월엔 수입 타이어들의 가격이 더 올랐으니 말이다.

표는 우리 팀이 조사한 평균 가격이다. 특히 피렐리의 가격이 눈에 띄는데, 가장 낮은 평균 가격을 가진 한국 에보 Z 대비 2배에 이르는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콘티넨탈은 평균 가격이 아닌, 우리 팀이 구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했는데, 아직 물량이 풀리지 않아 제대로 된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 부문의 승자는 에보 Z였다.

비교 - 최종 정리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트 7 : 다양한 환경에서 벌어진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콘티넨탈의 스포츠 콘택트 7 이었다. 고속 직진성이 좋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놓을 때도 자동차의 주행 궤도가 잘 유지됐다. 직진성이 부족한 타이어는 고속도로에서 계속 스티어링 휠을 보정해야 한다. 스티어링 시스템 자체의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타이어에 의해서도 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SC7은 그런 부분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챙겼다.

매우 미세한 조향에서조차 응답성을 보이는 점도 좋았다. 고속주행을 중시하는 독일 환경에서 개발된 타이어다운 대목이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 중앙 복원력, 시속 180km 내외에서도 선형적인 움직임을 가져 운전자를 안심시켰다. 초고성능 타이어지만 노면에서 충격이 들어왔을 때 부드럽게 감싸는 댐핑 특성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초고속 주행에서 제동을 하며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도 신뢰할 수준의 안정성을 보였다. 이전 모델 스포츠 콘택트 6에 비해 분명히 개선된 점들이 많았다. 다만 특정 조건(Rough Road)에서 다소 거친 음색의 소음을 내는 구간이 있긴 하다.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S :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득한 것은 미쉐린 PS 4S였다. 출시된 지 오래된 제품이지만 역시 이름값을 해냈다. 물론 AMG 전용으로 만들어진 타이어라 유리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타이어 A45 전용인지, AMG 버전의 C-클래스 또는 E-클래스를 위한 전용 타이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쉬움으로는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반응이 약간 느렸다. 또한 무게감(복원력)이 다소 부족했다. 스티어링 조향 각도를 고정하고 주행할 때 변화가 생기는 구간이 있었다. 또한 다른 타이어와 달리 조향을 할 때 전륜과 후륜 사이에 미세한 시간 차이가 있다. 이것이 요(yaw) 거동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일상에서는 문제없지만 과격한 스티어링 조작 때 차량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것. 150km/h 이상에서 만들어지는 미세한 진동을 잡아내면 좋겠다.

그러나 서킷에서 보여준 신뢰도가 인상적이었다. 차량의 무게가 실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안정가 있게 차체를 지지해 줬다. 무엇보다 미쉐린의 최대 이점은 '항상 최고일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에 있다. 참고로 미쉐린은 올해 말 이 타이어의 후속 PS 5S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 벤투스 S1 Evo Z : 세 번째는 한국 타이어의 S1 에보 Z였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 등급의 타이어들과 당당히 겨룰 준비를 마쳤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징으로는 스티어링의 무게감 변화에 선형성을 가져가고 있다. 나름대로 경쾌했다. 다만 점수를 높게 딴 SC7 대비 조향각이 약간 더 크다. 그러나 미세한 스티어링 움직임 때 타이어 자체의 롤이 크지 않았으며 균형감도 무난했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뚜렷했다. 특히 고속 주행 또는 과격한 스티어링 조작 이후 조향 성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스티어링 반응이 느려지며 차량의 거동도 커진다. 고속 주행 및 빠른 스티어링 조작 때 불안감을 키우게 된다. 예전에도 한국 타이어의 일부 모델에서 이런 현상을 느낀 적이 있는데, 스포츠 타이어에서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160km/h 이상에서 약간의 고주파 음을 만든다. 하지만 이런 약점을 상쇄시키는 부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가격이었다. 특히 최고가를 경신한 피렐리와 비교하면 약 50%가량 저렴하다.

피렐리 P ZERO(PZ4) : 4번째는 피렐리 P 제로(PZ4)였다. 에보 Z와 유사한 스티어링 특성을 보인다. 조향 이후의 차량 주행 궤적이 안정적이며 선형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P 제로의 최대 장점.

120km/h 미만에서의 핸들링은 무난하다. 반면 그 이상 속도를 내면 지지하는 느낌이 감소한다. 스티어링 조향 반응성이 하락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다른 타이어들이 고속에서 소음을 냈다면 P 제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체험하기 쉬운 60~80Km/h 영역에서 고주파성 공명음을 들려준다. 또한 이것이 전체적인 차량의 정숙성을 감소시킨다. 이후 150~160km/h 이상에 들어서면 미세한 진동이 만들어진다. 타이어 업계에 문의한 결과 이 현상은 생산 제품의 품질 이슈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여 가격 경쟁력도 아쉽다. 현재 가격은 유일하게 60만 원을 넘어선다. 일부 OE 타이어의 가격도 높게 책정되는 편인데, 성능과 가격 두 가지를 만족시키면 좋겠다.

최종 정리

이렇게 테스트가 끝났다. 우리 팀은 최고의 타이어로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트 7을 꼽는다. 이 타이어는 AMG, BMW M 시리즈, 아우디 RS, 포르쉐 등의 고성능차, 또한 다양한 슈퍼카들과 함께 할 때 빛을 낼 것이다. 또는 순수하게 성능을 즐기는 300마력대 안팎의 차와 매칭도 추천한다. 타이어 하나가 차의 성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잘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비교에서는 콘티넨탈 스포츠 콘택트 7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건 꾸준하게 도전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나올, 또는 이번에 테스트한 타이어 일부가 업그레이드 이후 다시금 재도전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이번 비교도 많은 준비 시간과 노력을 더해 얻어낸 결과였다. 국내 시장은 타이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우리가 만든 이 콘텐츠는 '스포츠 타이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여기에 관심을 두는 실제 소비자 수만 명 정도를 대상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자동차와 타이어의 매칭, 다시금 타이어의 중요성은 꾸준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험을 꾸준히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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