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마니아가 포르쉐 홍보 매니저로 취직한 사연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8.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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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만큼 브랜드를 사랑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래서 포르쉐는 그중 한 사람을 선택했고 그를 PR 담당자로 임명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하나의 브랜드를 역사부터 현재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물론 임원이라도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들이 맡은 업무는 대체로 세밀하게 나누어진 것들이며 꼭 브랜드를 완벽히 알고 있어야만 일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완벽히 이해하며 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떻게 걸어왔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람들에게 브랜드가 왜 좋은지 그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저우 키위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약 9년 전 그는 포르쉐 영업부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포르쉐 딜러로 일하게 된 계기도 순전히 포르쉐를 향한 감출 수 없는 애정 때문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이미 성공한 딜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포르쉐의 PR 담당자로 승진했다. 어째서일까?

현재 그는 거의 900개에 달하는 포르쉐 미니어처 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숫자는 포르쉐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숫자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미니어처를 모으기 시작한 건 2015년의 일로 당시 포르쉐는 24h 르망에서 또 한 번의 우승을 거두었다. 그때부터 그는 포르쉐 미니어처 레이스카를 모으기 시작했고, 결국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포르쉐의 위닝카를 모두 수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그의 컬렉션은 900개를 훌쩍 넘겼다. 그리고 사내 콘테스트를 통해 자기가 가진 미니어처 카를 전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저우 키위는 미니어처 카를 수집하면서 포르쉐가 쌓은 업적과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수집할 때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모델을 중심으로 수집하는데, 우선 포르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차를 중심으로 수집하며 그중에서도 특별한 모델이거나 혹은 영감을 준 모델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모은다고 밝혔다.

수집 과정에서 쌓은 지식은 모두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하나의 미니어처 카를 두고 할 수 있는 포르쉐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던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수집품을 가지고 모델의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등 업무에도 마니아적인 성향을 적극 반영했다.

결국 포르쉐는 그를 영업부에서 홍보부로 이동시켰고, 매니저로 승진시켰다. 그보다 더 포르쉐를 사람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적극 활용해 포르쉐를 사람들에게 알렸다.

일례로 중국 북부에서 열린 아이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포르쉐에 대한 인상을 명확히 심어주기 위해 자신이 가진 컬렉션 중 480개를 선별해 PORSCHE라는 레터링으로 전시했다. 특히 연대별로 사람들이 포르쉐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자신의 컬렉션에 대한 이해가 확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도 그의 컬렉션 중 약 700대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미 900대를 가지고 있는 그는 수집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매년 100대 정도를 사 모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는 포르쉐에서 9년간 일하면서 900대를 모았고 내년에는 1000대가 넘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은 무엇일까? 그가 소개한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 중 하나는 917/30 Can Am 1:18스케일 모델이라고. 이유는 공학을 전공하지 않아 자동차의 구조를 잘 모르는 본인에게 정교한 미니어처가 새시, 엔진, 터보차저에 관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단 저우 키위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깜짝 놀랄만한 경지에 도달해있는 이른바 ‘덕후'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때로는 그들보다 더 큰 애정으로 브랜드를 사랑하며 사람들에게 전파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그들보다 더 완벽히 준비된 파트너를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브랜드들이 그들의 지식과 노력 그리고 애정과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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