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 클래식 포르쉐 리스토어 사업 중단 예고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8.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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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내로우(Narrow) 포르쉐가 가진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신들만의 기술과 색깔을 더하며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싱어(Singer)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911 리스토어 사업을 그만 둔다고 밝혔다.

포르쉐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길, 지금까지 판매된 포르쉐 911 중 약 70%가 아직도 현역으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내구성을 성능과 타협한 스포츠카, 그 중에서도 매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포르쉐가 이처럼 장시간 현역으로 머물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포르쉐 자체의 노력 때문이다. 지금도 포르쉐 서비스 센터에 가면 930 혹은 964의 부품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지역마다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품들을 구할 수 있으며 또한 정비나 수리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포르쉐 클래식을 이용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내비게이션을 설치할수도 있다. 이처럼 포르쉐 본사에서 여전히 911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70%의 포르쉐가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911만 전문적으로 수리하고 복원하며 업그레이드 하는 애프터마켓 제조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공장 출고 당시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수도 있지만, 대체로 복원과정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더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RWB는 964나 993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브랜드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이 브랜드 역시 이 분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싱어다.

싱어가 처음 포르쉐 911을 리스토어해서 내놓았을 때, 전세계 포르쉐 마니아들 특히 클래식 포르쉐를 간절히 원했던 마니아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내놓은 컴플리트 카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저 오리지널리티 재현에만 충실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른바 순정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약간의 터치와 성능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싱어만의 색깔을 아주 조심스럽게 입혔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RUF와 거의 흡사했다. 다만 이들은 클래식 포르쉐에 집중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이 점이 전세계 포르쉐 마니아들에게 먹혔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었음에도 주문이 몰려들었고, 심지어 포뮬러1팀이자 기술 솔루션 개발사인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이 이들의 파워 트레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할 정도로 모두가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었다.

물론 그 사이 자신감이 자만으로 바뀌면서 포르쉐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던 적도 있었다. 911을 베이스로 한 랠리카 컨셉트를 디자인하면서 멋대로 포르쉐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심지어 이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포르쉐에게 제재 조치를 당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건 이들이 멋대로 만든 컨셉트카 조차 포르쉐의 감성이 그대로 깃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돌연 이들은 더 이상 리스토어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창업 이후 12년동안 이들이 리스토어한 964는 총 450대였다. 딱히 한정판이라 제한을 두지도 않았고, 그들이 구할 수 있는 964가 더는 남아 있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CEO 롭 디킨슨의 이야기에 따르면 “964는 수만대나 있습니다. 리스토어할 가치가 충분한 차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일까?

일단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판매한 450대의 포르쉐가 가진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종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싱어에서 제작한 포르쉐의 가격은 최대 13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들의 차를 구입해 준 고객들이 앞으로도 만족하며 소장할 수 있게끔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여기서 포르쉐와 자칫 불편한 관계에 치달을 뻔 했던 컨셉트카 사건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그 컨셉트카를 제작하면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했고, 또 자체 제작 능력이나 설계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물론 외관과 이름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기술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롭 디킨슨은 더 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스토어를 포기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어쩌면 싱어라는 이름의 완벽한 자체 설계 차량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싱어의 독립 모델이 나온다고 해도 마니아들이 갖고 있는 기대나 신뢰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고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고 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리스토어 중단 발표가 오히려 싱어가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열어 보일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과연 이들이 만들어 낼 새로운 프로젝트가 무엇일지, 그리고 어떤 차가 이들의 역량과 이름으로 세상에 태어나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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