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전성, 무엇이 문제인가?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22.07.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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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는 양산 전기차는 GM이 만들었는데, 지난 1996년에 출시된 GM-EV1이다. 나름대로 소비자 반응은 좋았지만 정유사 반발, 당시 부족한 기술의 한계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단종된 비운의 차다.

이후 대중을 위한 전기차가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전기차는 르노삼성 SM3 Z.E.였는데, 이때가 2013년경이다. 이후 쉐보레가 스파크 EV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에 가세했다. 지금 시점으로 봐도 10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BMW도 유사 시기에 전기차를 내놨는데, i3라는 모델명으로 불렸다. 카본 기술이 더해진 차체, 직경은 크지만 너비가 얇은 특수한 타이어를 끼워 효율성을 낸 나름대로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하지만 다른 전기차들처럼 짧은 주행거리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들이 시장에 출시됐다.

최근 아이오닉 5의 화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자동차 화재 및 폭발은 영화에서나 익숙할 뿐,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 때 쉽게 나오는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간 일부 차들을 통해 화재 문제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터리가 있다.

전기차의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몇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제조상의 문제, 쉽게 말해 불량 제품이 탑재된 경우다. 제조사가 심혈을 기울여도 최소한의 에러율은 발생하기 나름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에러율 0%의 제품은 존재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과충전이다. 몇 년 전 일부 차량들에 대한 리콜이 진행됐다. 더 많은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충전량을 늘린 욕심이 원인이 됐는데, 결국 제조사들은 안전을 위해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하는 리콜을 벌였다. 같은 이유로 지금 팔리는 상당수 전기차들도 배터리 용량을 다 활용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외부 충격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백, 수천 개의 배터리 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수많은 배터리가 팩 안에 모여있다. 여기에 어떠한 충격이 가해지면 배터리 셀의 음극과 양극을 나눈 분리막에 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때 합선이 발생하며 화재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소비자들은 전기차가 매우 특별한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기존 내연기관의 틀을 깬 새로운 장르의 차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테슬라가 보여준 OTA(Over The Air) 등은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은 그은 혁신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기술을 제외한 차량을 만드는 기본 설계 기술은 내연 기관 대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테슬라를 설계한 연구진들도 오랜 시간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는 100년을 넘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사고를 겪으며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를 해왔다. 시트벨트(안전벨트), 에어백, 그리고 차량 자세제어장치(ESC =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도 보편화되기 시작했는데, 시장에서는 반자율 주행이라 부른다. 하지만 반이란 없다. 반자율 주행이란 마케팅 용어일 뿐, 운전자를 지원해 안전성을 확보해 주는 부가 기능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운전 편의성 일부를 지원하다 보니 아직도 반자율 주행이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제 본론이다. 지금의 자동차들은 정해진 틀안에서 안전 시험을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자동차 안전 시험을 하는 각 국가의 NCAP이나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등의 시험법을 따른다. 전면 충돌, 측면 충돌 등이 대표적인데, 정해진 틀안에서의 결과를 갖고 평가표를 작성한다.

하지만 기준 일부가 변경되는 순간 낮은 점수를 득하는 차들도 늘어난다. 미국 IIHS는 최근 측면 충돌 속도를 높이는 시험을 벌였다. 그 결과 일부 제조사 제품들이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과거 IIHS는 업계 최초로 스몰오버랩(25% Offset) 시험을 진행했다. 기존까지는 전면 충돌, 차량의 절반에만 충격을 가해 안전성을 평가했었다. 하지만 스몰오버랩이 시행되자 많은 제조사들의 상품들에서 안전성 문제가 나왔다. BMW를 비롯한 고급차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IIHS가 운전석을 중심으로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시행하자 꼼수를 부린 제조사도 나왔다. 충돌 시험을 하는 쪽만 보강을 하는 방식을 썼는데, 당시 토요타가 문제의 중심에 섰다. 이 때문에 토요타는 안전성 과장을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해줬다.

지금의 전기차들은 어떨까? 과거에 없던 배터리를 차량 중앙에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더 넓은 영역에 배터리를 분포시켜 주행거리를 늘린다. 그럼 여기에 맞춰진 안전성 평가는?

지금의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동일한 충돌 시험으로 평가된다. 전기차만을 위한 특별한 충돌 시험이 없다는 얘기인데, 자동차 제조사들도 기존 내연기관의 방식에 맞춰 안전 설계를 한다. 이 틀을 벗어난 다른 사고의 변수가 나왔을 때의 안전성에 대해 어떤 제조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배터리 셀에 가해지는 충격, 이에 대해 각종 변수에 대해 대응하는 제조사는 매우 제한적이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지금의 자동차 설계 기술은 내연 기관 설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 차의 설계 관점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지금의 자동차 설계, 안전 기술은 수십 년 이상 숙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각종 사고에 따른 변수는 존재한다. 다시 말해 배터리 사고에 대비하게 위해 다수의 제조사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으로 시장에서 나올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모든 자동차가 완벽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현업 자동차 개발자들은 만나보면 여전히 각 영역에서 부족함이 있음을 시인한다. 물론 어떠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그 사실이 쉽게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테스트카로 수십만 또는 수백만 km를 달려가며 오랜 시간 검증한 엔진이지만 시장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를 가끔씩 볼 수 있다. 제조사들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 없이 상품을 개선해 나간다.

제조사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결국 정해진 틀안에서 충분히 검증을 했다는 것인데,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타 변수에 대응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따른다.

전기차가 일상 주행에서 막연히 위험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전기차의 안전성 자체에 숙제가 남았음은 분명하다.

테슬라 모델 X의 사고는 업계에 경각심을 심어줬다. 전자식으로 도어를 개폐하는 차들에도 물리적으로 자동차의 도어를 열수 있는 별도의 레버가 장착된 것이 이유다.

이번 아이오닉 5의 사고와 화재도 기존 시험 방법에 없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현대 자동차의 문제가 아닌, 어떤 제조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만든 사고였다.

독일의 품질 인증 기관인 TUV (SUD)도 다양한 안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일찍부터 전기차 충돌 시험 방법 및 기준도 만들었다. 배터리 안전도 테스트 및 배터리 성능 테스트, 세계 각국의 안전기준에 맞춘 배터리 테스트도 진행한다. 이에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들의 힘을 빌린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TUV가 시험한 내용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전기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중심이 될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들도 많지만 결국 우리의 일부가 될 것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전기차, 그 속에서 발견될 다양한 변수들. 각 제조사와 안전 시험 기관들이 기존 틀을 넘어선 다양한 안전 시험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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