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자체 제작 서두르지 않는 BMW, 이유는?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1.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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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우스 배터리, 이른바 전기차 배터리의 내재화가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추진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트렌드를 따르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BMW도 있다. 전기차 판매가 2배로 늘었음에도 말이다.

다임러와 폭스바겐, 이 두 회사는 현재 배터리의 자체 제작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기가 팩토리를 건설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건설했다. 각각 8기가 그리고 6기가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 두 회사는 배터리 제작에 그치지 않고 자체 배터리 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이미 시작됐다. 전기차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면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이 전기차 성능을 대변하기 때문에 전기차 핵심 기술의 주도권을 다시 인하우스로 찾아오려는 것과 함께 전기차 가격을 낮춰 보급율을 늘이기 위해서라도 배터리 내재화는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모든 브랜드가 다임러와 폭스바겐을 따라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아직 많은 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LG, 삼성, SK, CATL, 노스볼트와 같은 외부 배터리 제조사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들도 결론적으로는 분명 인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들도 인하우스 배터리를 제조해야만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는게 BMW의 주장이다.

전기차의 시대를 가장 빨리 열었던 브랜드 중 하나인 BMW는 벌써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전기차 주문서를 받았다. i4를 시작으로 iX, iX3 등 BMW의 포트폴리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럼에도 BMW는 아직 배터리를 내재화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BMW 재무 책임자, 니콜라스 피터는 “BMW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향후 10~15년 동안 어떤 기술이 전기차에 적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현재는 분명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력이지만 이미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15년 후에는 어떤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를 움직이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많다. 우선 BMW 근로자 협회는 배터리 공장을 증설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면 근로자의 숫자도 지금에 비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우려하는 일자리 창출도 충분히 이유 있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BMW는 앞서 설명한 이야기를 근거로 당분간 기가 팩토리를 세울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BMW가 외부 파트너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않으려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의 매출 실적에 있다. 지난해 자동차 업계를 휩쓸고 간 위기 중 하나는 바로 반도체 수급 부족과 배터리 부족에 따른 생산량 감소였다. 실제로 다수의 브랜드가 이 위기 상황에서 매출이 떨어졌다. 하지만 BMW는 5년만에 처음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판매량을 20만대 가량 추월하면서 앞질렀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BMW는 배터리 및 반도체 파트너들과의 돈독한 관계로 보고 있다. 사실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내재화는 현재 배터리와 반도체를 공급하는 파트너사들에게 장기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현재 우리 물건 납품받아 쓰고 있으면서도, 앞으로 직접 제작할거니까 주문량을 줄이겠다는 고객사를 좋게 볼 회사는 없다. 당연히 납품 우선 순위에서도 조정되며 특히 신기술 적용 우선 순위에서도 제외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상황에도 일장일단은 존재한다. 지금 당장은 매출이 떨어지는 상태지만 훗날 기가 팩토리가 완벽히 운영될 경우 인하우스 배터리를 갖춘 회사의 수익은 증대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BMW가 이야기하는 기술 불안정 혹은 기술 표준 미비는 분명 또 하나의 위협이다.

아직 누가 현명한지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어쨌든 현재 전기차를 둘러싼 과도기적 현상은 자동차 회사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열심히 일어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 과연 10~15년 후에는 누가 활짝 웃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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