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포르쉐 718, 미드 일렉트릭 파워로 바뀐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10.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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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MR 스포츠카,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다음 모델은 내연기관이 아닌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으로 바뀔 예정이다. 새로운 718은 콘셉트카 미션 R의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것이라 한다.

718은 분명 가장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포르쉐지만, 그 누구도 718을 단순히 엔트리급 포르쉐라고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경우는 911보다 더 나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718만의 매력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파워트레인을 차체 가운데 배치한, 미드 마운트 후륜구동 구조는 911이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인 RR보다 이론적으로도 유리한 점이 많다.

오늘날 대부분의 레이스카가 MR 구조인 것은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인데, 718은 그런 점에서 구조만 두고 본다면 911보다 더 이상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추고 있어, 박스터의 경우 카이엔보다 먼저 포르쉐에게 긴급 자금을 수혈해 준 모델이기도 하다.

네 번의 세대교체가 있었음에도 박스터와 카이맨이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처럼 합리적인 가격에 이상적인 운동성능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며 이런 특성은 지금까지도 변함없다. 그런데 최근 718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그보다 먼저, 포르쉐는 최근 911의 전동화 계획에 대한 질문에 당분간 911은 전동화 계획이 없다는 이야기를 발표한 바 있다. 대신 다른 모델들의 전동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그중 첫 번째가 마칸이며, 다음이 바로 718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음에 출시할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현재의 4기통 내연기관이 아닌 완전 전동화 버전으로 출시된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다음 세대 718을 기다리던 팬들 중 일부는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718의 고유한 개성은 변치 않을 예정이다. 포르쉐 디자이너, 미하엘 마우어는 “미션 R에 아주 많은 힌트들이 숨어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포르쉐 미션 R은 일렉트릭 레이스카를 주제로 제작했던 콘셉트카였다.

미션R은 대부분의 내연기관 레이스카와 동일하게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을 차체 가운데 탑재한 모델이며, 무려 1,073마력의 출력을 가진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GT 레이스카이기도 하다. 물론 콘셉트카이며 아직 이 정도 모터 파워의 레이스카를 수용할 레이스 시리즈가 없기 때문에 현실에서 미션R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는 없다. 대신 여기에 쓰인 구조 설계 ‘e 코어(Core)’ 레이아웃이 새로운 718에 적용될 예정인 것만은 틀림없다.

e 코어 레이아웃으로 설계된 미션R의 구조를 토대로 새로운 718의 구조를 유추해 보면, 우선 배터리팩은 드라이버시트 뒤에 장착될 것이다. 많은 수의 레이스카들이 연료 탱크를 드라이버 시트 뒤에 배치시키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특히 배터리는 EV에서 가장 많은 무게를 차지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차체 가운데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아 놓는 방법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타이칸만 하더라도 시트 포지션을 더 낮추기 위해 플랫폼의 구조를 스케이트보드가 아닌 T자 타입의 구조로 설계했다.

따라서 새로운 718 역시 바닥에 배터리를 깔지 않고 드라이버 시트 뒤에 배치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야만 시트 포지션뿐만 아니라 루프의 높이까지 낮출 수 있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포르쉐 테크니컬 수석, 미하엘 슈타이너는 “대부분의 2도어 스포츠카들은 매우 낮은 포지션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저항을 낮출 수 있으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운 실루엣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라이버 시트를 최대한 낮출 경우 배터리는 드라이버 시트 뒷편 말고는 넣을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드 엔진 디자인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 패키징과 함께 무게 중심을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전기모터는 후륜과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포르쉐라면 기어 박스를 이용해 후륜 구동축과 연결하는 방식을 취할지도 모른다. 분명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변속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다. 아직 출력을 비롯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발휘할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 내연기관 718의 플랫폼과는 완전히 무관한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718이 제작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타이칸에 쓰인 J1 플랫폼과도 무관하다는 것이 포르쉐 CEO 올리버 블룸의 설명이다.

또한 다음 세대 718에 쓰일 e코어 플랫폼은 향후 아우디와 람보르기니의 하이 퍼포먼스 모델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아우디는 물론 람보르기니까지도 2035년 이후 전동화 시대로 돌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718의 플랫폼이 이들 스포츠카들의 전동화 계획에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동화된 718을 기존 고객들이나 새로운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론과 실제에서 분명 일렉트릭 스포츠카는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압도할 정도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카에게서 고객들의 기대는 단순히 압도적인 퍼포먼스에만 있지 않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이다. 과연 포르쉐는 EV를 통해 어떤 감성을 계승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새로운 감성을 전달하게 될 것인가? 이것이 새로운 718이 해결해야 할 진정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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