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비교] RAV4, CR-V, 티구안, 3008, 체로키 중 최고는?

  • 기자명 정리 김선웅 기자
  • 입력 2021.09.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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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오토뷰가 공동 진행하는 ‘세그먼트 챔피언 2021’. 한 해 출시된 신차 중 최고를 가리는 ‘코티(COTY, Car Of The Year)’와 달리 동급 경쟁 모델 중 최고를 가린다는 의미에서 코티보다 치열한 승부가 이뤄진다. 코티에서는 경차와 최고급 대형 세단이 경쟁하지만 유사한 조건을 가진 동급 모델 비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3번째 무대는 ‘수입 컴팩트 SUV’ 분야다. 토요타 RAV4, 혼다 CR-V, 폭스바겐 티구안, 푸조 3008, 지프 체로키가 우위를 다퉜다.

토요타 RAV4는 명실상부 글로벌 베스트셀링 카다. 북미에서는 승용차 판매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을 정도. 그동안 토요타 대표 모델 역할을 했던 캠리와 코롤라의 자리를 RAV4가 대신하고 있다. 현재 모델은 오프로드 감성까지 더해 조금 더 강인한 SUV의 면모가 강화됐다.

혼다 CR-V도 토요타 RAV4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베스트셀러다. 북미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RAV4만의 장기였던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됐다. 덕분에 혼다만의 스포티함과 친환경 경쟁력까지 갖게 됐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폭스바겐 브랜드와 폭스바겐 그룹을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SUV로 꼽힌다. 최초의 티구안이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600만 대 이상이 생산됐으며, 2019년 한 해에만 91만 대가 생산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폭스바겐의 3A 전략으로 새로운 디자인과 편의 장비들을 보강하면서 가격까지 낮춰 눈길을 끌었다.

푸조 3008은 '2017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푸조만의 독특한 개성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SUV도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아이-콕피트(i-Cockpit)이라는 이름의 실내 테마는 동급에서 보기 힘든 고급스러움도 갖추고 있다. 하이브리드 부럽지 않은, 또는 하이브리드를 능가하는 효율성도 무기다.

지프 체로키는 ‘지프’라는 이름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SUV를 가장 SUV답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지프만의 정신이 체로키에도 담겨있다. 그렇다고 많은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각종 편의 및 안전 장비도 다양하게 갖췄다.

세그먼트 챔피언 2021 수입 컴팩트 SUV 심사 결과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선정됐다. 어떤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확인해 보자.

단, 경쟁 모델 보호를 위해 2위까지만 모델명과 점수를 공개하고 나머지는 직접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실외 & 실내 디자인

실내외 디자인과 소재를 비교했다.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분야다. RAV4와 CR-V, 티구안은 평범함을 택했다. 독창성보다 누구나 무난하게 이용 가능함이 경쟁력이다. 반면 3008과 체로키는 제조사의 색이 짙게 묻어 있었다. 3008은 실외나 실내 모두 푸조만의 색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반감보다 호감을 느끼도록 완성도가 높았다. 단순한 디자인뿐 아니라 조립 품질까지 우수했으며,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도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심사에 참여한 정연우 심사위원(UNIST 교수)은 “3008은 합성수지의 소재 자체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는데, 오히려 매력적으로 완성시켰다”면서 “외관 디자인도 그렇지만 실내 디자인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푸조 하면 다소 저렴하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이번 3008은 실내도 독창적이고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잘 만들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여기서 2위를 기록했다.

공간

같은 등급을 비교했기 때문에 공간 분야 평가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반복 탑승하면서 점수를 줬다. 앞좌석에 앉았을 때 공간과 시야는 어떤지, 뒷좌석 공간이 충분한지, 실내로 들어온 돌출 공간은 크지 않은지, 트렁크 공간 경쟁력이 어떤지, 뒷좌석 시트가 어떻게 접히고 공간 확장도 지원하는지 등 다양한 항목별 평가가 이뤄졌다. 트렁크 공간을 실제 확인해 보기 위해 골프백을 준비해 직접 넣어보면서 실생활 경쟁력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혼다 CR-V가 이 분야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앞좌석 공간과 시야 부분에서 경쟁 모델과 점수 차를 벌리더니 실내 공간을 침해하는 돌출 공간 부분도 가장 적어 한 번 더 차이를 냈다. 트렁크에 골프백도 가로로 넉넉하게 수납됐다. 경쟁 모델들은 겨우 들어가거나 대각선으로 넣어야 가능했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2열 활용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유연한 시트백 각도 조절은 물론 경쟁 모델은 거의 지원하지 못했던 시트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SUV는 공간 활용성 이점이 부각되어야 하는데 티구안이 이 부분을 잘 한 것으로 평가 받은 것. 덕분에 1위는 CR-V, 2위는 티구안으로 선정됐다.

문병주 심사위원(중앙일보 자동차 팀장)은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SUV 특성을 생각하면 혼다 CR-V 쪽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양정호 심사위원(한국타이어 연구원)은 “CR-V는 뒷자리가 넓고 안락하게 느껴 가족과 함께 이동할 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인포테인먼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평가는 사용하기 쉬운지, 반응속도는 빠른지, 디자인이 보기 좋은지, 내비게이션 완성도 등을 평가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폭스바겐 티구안이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의 탑재로 가장 화려하면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터치를 하지 않고 손짓으로 컨트롤이 가능한 ‘제스처 컨트롤’기능은 티구안에만 탑재됐다. 지프도 경쟁 모델 중 신형에 해당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 드라이버)는 “티구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난하고 국산차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반면 몇몇 차량은 내비게이션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들었다”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사용자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디오 시스템

오디오 시스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모델은 지프 체로키였다. 비교 차종 중 음압이 강하게 나와 보다 강력한 사운드 구현이 가능했다. 비트 있고 강인한 음악을 들을 때 오디오 시스템의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혼다 CR-V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고역대에서 전달되는 사운드가 깔끔하게 전달됐는데, 고음 영역만큼은 경쟁 모델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저역대가 소폭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나 해상도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N.V.H.

소음, 진동, 승차감도 평가했다. 이 부분에서는 일본 브랜드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었다. 유럽 브랜드 대비 소음 진동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보다 정숙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티구안이었다. 정숙성 자체는 RAV4가 가장 좋았지만 승차감을 비롯한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쌓은 덕분이다. 특히 서스펜션의 움직임과 차체 강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행 성능

핸들링 성능을 비롯한 차량의 주행 밸런스 부분은 티구안의 독무대였다. 2위를 기록한 RAV4와도 큰 점수 차로 여유롭게 따돌렸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만 엔진과 변속기는 빠른 반응으로 심사위원들을 만족시켰으며, 폭스바겐 특유의 핸들링 성능은 동급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움직임과 운전 재미 모두를 양립했으며, 신뢰감을 전달하는 제동 성능까지 갖추고 있어 동급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기태 심사위원(오토뷰 편집장)은 “완성도가 높다고 보는 것은 폭스바겐 티구안 쪽이다. 테스트 모델이 전륜구동 모델임에도 차량에서 느껴지는 밸런스가 상당히 좋았다. 서킷 환경에서 더욱 잘 부각됐다”며 티구안의 완성도를 칭찬했다.

김동륜 심사위원(금호타이어 연구원)은 “티구안은 토탈 밸런스가 정말 좋은 차다. 모든 밸런스가 너무 뛰어나 오히려 파워트레인쪽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다. 서킷에서는 티구안이 모든 차 중 한 수 위”라며 티구안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

전문 드라이버의 평도 마찬가지였다. 이원일 심사위원(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은 “티구안 쪽이 롤(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과 피칭(앞뒤로 흔들리는 움직임)이 가장 적었다. 처음 운전했을 때 SUV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반응도 좋고 잘 달렸다. 브레이크 성능도 잘 나왔다”라며 높은 주행성능에 만족감을 표했다.

가격 대비 가치 (가격 배점은 2배)

마지막으로 가성비를 확인했다.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로 구입 욕구를 불러 일으키냐는 것. 출시 가격뿐 아니라 할인 가격까지 감안해 심사했다. 그 결과 티구안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차의 대중화를 위한 3A 전략 덕분에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음에도 가격이 낮아진 점이 유효했다. 폭스바겐의 할인 혜택까지 더해졌을 때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점도 힘을 실어줬다.

최종 점수

이렇게 폭스바겐 티구안은 최종 192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디자인,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주행 성능과 가격 경쟁력까지 다방면에서 동급 최고 모습을 보여줬다. 2위는 토요타 RAV4다. 항목별 1위는 하지 못했지만 꾸준히 2~3위에 오르며 점수를 쌓아 나가며 준우승에 올랐다. 모든 분야에서 무난한 토요타다운 모습을 보인 것. 티구안과 다른 경쟁력을 갖췄지만 다수의 영역에서 평균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모든 경쟁 모델이 대중 브랜드에 속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특별한 점은 크지 않았다. 누가 더 단점 없이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대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폭스바겐 티구안과 토요타 RAV4가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어떤 소비자가 접근해도 후회 없이 만족스럽게 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그동안 수입 대중 브랜드는 국산차의 공세에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산차의 가격이 대폭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커졌다. 수입차는 유지가 힘들다고? 하지만 시험장에 나온 차들 상당수는 잔고장이 적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폭스바겐 티구안이 선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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