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먹기 끝판왕? 혹은 명품? 오랜 시간 사랑 받은 엔진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1.09.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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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퇴출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제조사가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제조사도 다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내연기관 엔진은 수많은 부속이 모여 동력을 만들어낸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큰 돈을 들여 개발해왔다. 하지만 이 엔진의 수명은 그리 긴 편이 아니다. 과거의 기술을 갖고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져서,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등 이유도 여러가지다.

하지만 내연기관 엔진도 상황에 따라 수십년 이상 사용되기도 한다. 우려먹기 끝판왕이라고? 대체할 수 없기에 긴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명품’ 내연기관 엔진을 모았다.

오펠 CIH(Cam In Head engine) 엔진 : 1965~1995년, 30년 사용

오펠의 CIH 엔진은 1960년대 생소했던 개념인 모듈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실린더를 추가하고 빼는 것 따라 4기통에서 6기통을 오갔으며, 배기량도 1.5리터에서 3.6리터로 변환 가능했다. 현대적인 엔진 디자인인 오버헤드 캠샤프트 구조와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오버헤드 캠샤프트는 캠축이 밸브 상단에 위치하지만 오펠의 CIH 엔진은 캠축이 밸브 측면에 자리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엔진은 오펠은 물론 쉐보레, 혼델, 복스홀 등 다양한 브랜드가 사용했으며, 대우 로얄시리즈에도 탑재됐을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로버 V8 엔진 : 1967~2004년, 37년 사용

1960년, GM이 3.5리터 배기량을 갖는 V8 엔진을 개발했다. 가장 큰 특징은 당시 생소했던 알루미늄 엔진이었다는 것. 경량화에 큰 이점을 갖는 엔진이었지만 GM은 가격과 신뢰성 등을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중지하고 로버에게 판매했다. 그땐 알지 못했다. GM이 설계한 알루미늄 엔진의 신뢰성이 어느정도 였는지 말이다. 이 엔진은 훌륭한 출력과 토크를 발휘했고 경량화까지 이점을 가져 로버는 물론 랜드로버, MG, 모건, TVR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사용했다. 배기량은 3.5리터를 시작으로 4.6리터까지 증가했다.

AMC 직렬 6기통 엔진 : 1964~2006년, 42년 사용

내쉬-켈비네이터와 허드슨 모터스가 합병하여 만들어진 자동차회사 AMC. 당시 포드나 GM보다 규모가 작았던 AMC는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 확보와 우수한 내구성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AMC의 직렬 6기통 엔진도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 엔진은 당시 AMC가 보유중이던 지프 모델에게 사용됐다. 오프로드 주행에 초점을 맞춘 만큼 큰 출력 발휘가 필요치 않고 우수한 내구성까지 갖춰 2006년 랭글러 모델까지 사용됐을 정도로 오랜 수명을 가졌다.

시트로엥 공랭식 2기통 엔진 : 1948~1990년, 42년 사용

시트로엥의 공랭식 2기통 엔진은 2CV를 통해 양산화가 이뤄졌다. 당초 1939년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각종 전쟁으로 인해 출시가 연기돼 1948년 공개된 것. 2CV 이외에 아미(Ami) 메하리(Megari) 등 다양한 모델에 탑재됐다. 배기량은 초기 375cc에서 나중에 652cc까지 커졌다. 제주도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에도 이 엔진이 탑재된 2CV를 볼 수 있다.

페라리 콜롬보 V12 엔진 : 1947~1989년, 42년 사용

엔초 페라리(Enzo Ferrari)와 조아키노 콜롬보(Gioacchino Colombo)가 신형 엔진을 개발했을 당시 일화가 유명하다. 페라리가 콜롬보에게 어떠한 1.5리터 엔진을 만들지 물어보자 콜롬보는 “마세라티는 4기통, 영국 업체들은 6기통, 알파로메오는 8기통을 사용하니 우리는 12기통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후 페라리에게 12기통은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고, 특히 콜롬보 엔진은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페라리 다양한 모델에 사용됐다. 초창기 배기량은 1.5리터였지만 나중에는 4.9리터까지 확대됐다.

알파로메오 트윈캠 엔진 : 1954~1997년, 43년 사용

2개의 캠샤프트를 사용한 알파로메오의 엔진은 전륜구동 모델과 후륜구동 모델에서 40년 이상 사용됐다. 배기량이 1.3리터에서 2.0리터까지 확대됐으며, 새로운 밸브와 트윈-스파크 시스템이 추가되는 등 꾸준한 계량도 이뤄졌다. 향후 피아트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때도 이 엔진을 기초로 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가졌었다.

포드 켄트 엔진 : 1959~2002년, 43년 사용

포드의 엔진은 무난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사용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차량 특성에 맞춰 성격 변화를 쉽게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 면에서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드의 켄트 엔진은 소형차를 위해 개발됐지만 캐이터햄, 로터스, 모건, TVR 등 다양한 경량 스포츠카 회사에서 애용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인기를 끌었다.

뷰익 V6 엔진 : 1962~2009년, 47년 사용

뷰익 브랜드는 자사의 신모델 스페셜(Special) 출시와 함께 미국 최초 대량생산 모델에 V6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첫 시도임에도 완성도가 높아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모델에 탑재됐고, 현재 GM V6 엔진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이 엔진을 사용한 브랜드도 다양하다. 쉐보레, 캐딜락, 홀덴, 지프, 올즈모빌, 폰티악 등이 V6 엔진을 사용했으며, 뷰익은 이 엔진을 2009년까지 생산해 라크로스에 탑재했다.

BMC A-시리즈 엔진 : 1951~2000년, 49년 사용

초창기 803cc 배기량을 갖고 제작된 A-시리즈 엔진은 작고 가벼우며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평이한 성격을 가졌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이 영국에서는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오스틴, 미니, 모리스, 반덴플라스 등 다양한 제조사는 물론 스포츠카와 키트카 시장에서도 인기를 끄는 엔진으로 사랑받았다. 특출난 것이 없지만 범용성에서 인정 받은 사례다. 이 엔진은 향후 1275cc까지 배기량이 증가했다.

포드 윈저 V8 엔진 : 1961~현재, 58년째 사용 중

쉐보레에 스몰블록 엔진이 있다면 포드에는 윈저 엔진이 존재한다. 푸시로드 OHV 방식을 고수하는 이 엔진은 3.6리터부터 5..8리터까지 다양한 배기량이 존재하며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성능도 뛰어나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도 사용했을 정도. 현재는 양산차에 탑재되지 않지만 튜닝이나 키트카 등 개별적인 사용을 위해 주문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L-시리즈 엔진 : 1959~2020년, 61년 사용

L-시리즈 엔진은 롤스로이스가 만든 두번째 V8 엔진이다. 또, 영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된 엔진으로 꼽히기도 한다. 초창기에는 185마력을 발휘하는 6.2리터의 배기량을 가졌으며, 마지막으로는 6.75리터에 트윈터보까지 더해지며 530마력을 발휘할 정도로 개선됐다. 롤스로이스 실버 클라우드 II와 벤틀리 S2에 탑재됐으며, 2020년 벤틀리 뮬산을 마지막으로 단종됐다. 현재도 약 3만 6천여대 정도의 L-시리즈 엔진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쉐보레 스몰블록 엔진 : 1955년~현재, 64년째 사용 중

쉐보레의 가장 성공적인 엔진으로도 꼽힌다. 1955년 쉐보레 벨 에어(Bel Air)와 1세대 콜벳 등에 탑재되기 시작했으며, 뷰익, 캐딜락, GMC, 허머, 올즈모빌, 폰티악 등 다양한 제조사가 함께 사용해 성능과 내구성을 인정 받았다. 이 엔진의 생산량만 1억개가 넘었을 정도. 현재는 세대를 거듭해 직분사 시스템에 슈퍼차저까지 사용할 정도로 기술적인 진보도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엔진만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폭스바겐 타입 1 엔진 : 1938~2003년, 65년 사용

폭스바겐 비틀과 함께 탄생한 타입 1 엔진은 수평대향 4기통에 공랭식 구조를 갖는다. 985cc에 24마력을 발휘했던 이 엔진은 비틀과 함께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렸고, 현재의 폭스바겐이 있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다. 타사에서 사용하며 범용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비틀 자체가 오랜 시간동안 생산된 만큼 이 엔진도 덩달아 긴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낼 수 있었다. 후기형은 1.6리터로 배기량이 증가했으며, 출력은 50마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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