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수소 연료 전지 스포츠카, 비전 FK 컨셉트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9.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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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최근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통해 수소 연료 전지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개념의 스포츠카도 함께 발표했다. 671마력의 수소 연료 전지 스포츠카다.

다수의 브랜드가 적어도 2030년까지 현재 시판하는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를 BEV로 대체할 것이라 발표하고 있으며, 특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내연기관을 대체할 차세대 파워트레인으로 BEV(Battery Electric Vehicle)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대체재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바로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다. 이 분야가 연구되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특히 다임러가 FCEV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다수의 실험용 차량을 제작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뒤이어 토요타가 합류했다. 그들은 벌써 2세대 미라이를 발표했고 시판에 나섰다. 심지어 수소 내연기관 레이스카를 제작, 발표하는 등 수소를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FCEV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브랜드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실험용 FCEV를 소개하는가 하면, 토요타에 이어 첫 번째 FCEV인 넥쏘를 시판했고 의외의 인기도 끌었다. 게다가 한발 더 나아가 수소 연료 전지를 적용한 대형 트랙터, 엑시언트를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에 시판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하이드로젠 웨이브를 통해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수소 경제를 향한 구체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공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현대차는 색다른 개념의 자동차 하나를 소개했는데, 비전 FK로 이름 지어진 이 컨셉트카는 다름 아닌 스포츠카였다. 이미 N을 통해 다수의 스포츠카를 전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천천히 마니아층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전 FK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와우팩터들을 갖고 있다.

우선 이 컨셉트카의 파워트레인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넥쏘를 개발, 시판했기 때문에 수소 연료 전지를 이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는 것은 현대차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플러그인 시스템을 추가했다. 정확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는 것. 내연기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기능은 PHEV와 동일하며, 단지 수소만을 동력원으로 삼는 게 아니라 외부 충전을 통해 BEV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수소 충전 환경이 안된다면, 충전을 통해 일정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방식은 파워트레인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긴 하겠지만, 적어도 수소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또한 수소 충전에 대한 부담을 대폭 줄여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듀얼 모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듀얼 모터는 현재 현대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리막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듀얼 모터는 단지 더 높은 출력을 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크 백터링 시스템처럼 쓰인다. 이론적으로 디퍼렌셜이나 ABS와 연동한 방식보다 모터를 제어하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간단하다. 복잡한 기계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프로그램만으로도 간단히 토크 벡터링을 구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훨씬 더 정교하며 능동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좀 더 흥미로운 것들이 발견된다. 우선 두 개의 수소 연료 탱크가 리어에 탑재되어 있는데, FCEV에서 연료 탱크는 BEV의 배터리 사이즈와 같은 개념이다. 크면 클수록 주행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문제는 부피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이고 싶다면 공간의 크기와 타협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주행거리가 기대 이상으로 긴 FCEV가 등장한다면 그건 아마도 SUV 이거나 혹은 대형 트레일러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카도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스포츠카는 실내 공간에 대한 요구가 세단이나 SUV만큼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카가 갖는 뚜렷한 목적성 때문이며 소비자들은 이 장르의 자동차를 왜 구입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스포츠카는 상용차와 비슷한 개념의 설계 사상을 반영한다. 비전 FK도 이와 같은 개념이 적용됐다. 그래서 좀 더 복잡한 PHEV + FCEV 파워트레인을 적용했으며, 두 개의 연료 탱크를 리어 모터 위에 탑재할 수 있었다. 현대차의 발표에 따르면 비전 FK의 주행 가능 거리는 약 600km다. 스포츠카로써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다.

마지막으로 패키징에 있어서 근사한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리막에서 제작한 배터리와 컨트롤 모듈 등이 T자 형태로 수납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폭스바겐그룹의 J1 플랫폼과 유사하다. 보통의 BEV들은 배터리팩을 바닥에 깔아 놓는다.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고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문제는 시트 포지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BEV들이 CUV 혹은 SUV 형태를 띠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타이칸과 이트론 GT는 그렇지 않다. 분명 BEV임에도 두 차의 시트 포지션은 스포츠 GT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전 FK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츠카 특유의 낮은 루프라인과 함께 바닥에 달라붙은 듯한 낮은 시트 포지션을 갖고 있다. 비록 이론적인 접근이지만 비약적으로 낮아진 무게 중심과 더불어 리어에 전가된 하중 덕분에 비전 FK는 스포츠카가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인 운동 성능을 만들어 낼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비전 FK의 양산 가능성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다. 훌륭한 조건들을 지니고 있고, N을 발표하면서 스포츠카 시장에 대한 충분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번 컨퍼런스에서 현대차는 비전 FK의 양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반영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들은 분명 향후 현대차의 FCEV 볼륨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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