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드 하이브리드로 선택의 폭 넓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마세라티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초기 기블리의 품질 관리를 못 했던 것이 이유다. 하지만 2016~2017년형부터 좀 달라졌다. 최근엔 ‘그래도 달리는 건 잘하는데?’라는 말을 들을 만큼 소비자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뀌었다. 이런 이미지 변화에 있어 오토뷰 팀의 메시지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란투리스모, 그리고 기블리는 우리 팀이 좋아하는 차량 중 하나니까.

마세라티를 두둔해서가 아니다. 좋은 것은 좋고, 부족한 건 안 좋다고 바른 말은 하되 적어도 차를 알고 제대로 평가하자는 것이 우리 팀의 취지다. 누군가 지레짐작으로, 남들이 하는 말만 듣고 당신을 깎아내린다면 어떨까? 직접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 일부를 설득하기는 어렵지만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놀림을 받을 정도로 엉터리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는 여전히 마세라티의 숙제다.

기블리가 어느덧 2번째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첫 기블리가 등장할 당시만 해도 디젤 세단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디젤은 사라지고 전동화 전략이 주요 목표가 됐을 정도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마세라티도 이러한 세상의 흐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명 일반적인 럭셔리 & 슈퍼카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남들보다 먼저 프리미엄 브랜드와 겹치는 가격대로 내려왔고, 남들보다 먼저 SUV를 선보였다. 그리고 먼저 전동화 전략, 나아가 전기차에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마세라티는 이미 전기차를 선보였을 것.

그리고 마세라티는 한 가지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에 4기통 엔진을 탑재한 것. 럭셔리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를 위해 여러 가지 지켜야 할 선을 정한다. 이 중 하나가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 유지다. 그런데 마세라티는 마치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데 언제까지 ‘라떼는 말야’를 외칠거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리고 4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자, 낭만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사실 마세라티가 몸담고 있었던 과거 FCA는 제조사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관련 벌금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내고 있었다. 주범은 알파로메오와 마세라티. 벌금을 줄이기 위해 테슬라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해 연명한 것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이제 고효율 모델이 즐비한 PSA와 합병해 스텔란티스가 출범하면서 사정이 나아졌지만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아예 내연기관 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까지 제출한 상태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을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대중 브랜드건 슈퍼카 브랜드이건 전기차로 넘어가야만 한다. 이렇게 된 거 하루라도 빨리 전기차를 내놓으며 탄소 배출권에서 자유로워지고 소비자들의 신뢰도 얻는 한편,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도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마세라티는 가능성을 봤다. 나름대로 럭셔리 브랜드로는 빠른 이미지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 또한 앞으로 나올 신차들에는 무조건 전기차 버전이 더해지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돌고 돌아 우리 팀 앞에 기블리 하이브리드가 도착했다. 남은 것은 냉정한 판단이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누가 봐도 마세라티 기블리다. 그래도 후면 테일램프 디자인을 바꿨는데, 이는 3200GT와 알피에리 컨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개 모델의 테일램프를 섞은 모습이 나쁘지 않다. 자세히 보면 세련되게 잘 꾸몄다. 전면 디자인은 그대로다. 하지만 10년 넘는 수명을 가졌던 그란투리스모나 기블리, 디자인 하나는 정말 잘했다.

테스트한 트림은 그란 스포트다. 향후 마세라티는 지금의 그란 스포트, 그란 루쏘 등의 트림명을 통일할 예정이긴 하다. 여기에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와 함께 프런트 범퍼의 피아노 블랙 인서트, 프런트 윙의 그란 스포트 배지, 바디-컬러 사이드 스커트 등으로 조금 더 스포티한 멋을 표현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상징하게 구성했다. 전륜 펜더 에어벤트와 브레이크 캘리퍼, C-필러의 마세라티 엠블럼 등을 블루 컬러로 마감해 새로운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마세라티는 뉴 기블리에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면서 기블리 디젤 대비 80kg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기블리 하이브리드가 기블리 디젤을 대체하는 모델임을 알 수 있다.

가벼워진 엔진과 뒤쪽에 자리한 배터리 덕분에 이상적인 50:50의 무게 배분을 갖게 됐다. 우리 팀이 직접 무게를 측정한 결과 전:후 무게 배분은 50.15:49.85 수준으로 나왔다. 공차중량은 2004kg. 기블리 (V6 350)과 비교했을 때 약 10kg 내외 가벼운 수준인데, 그래도 조금 더 경량화를 추구해 주면 좋겠다.

실내의 틀도 기존과 같다. 그래도 레드 스티칭 대신 블루 스티칭으로 하이브리드 모델만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탑재에 따라 계기판을 통해 에너지 흐름도 모니터링 기능도 넣었다. 다른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과 다른 부분이다. 타사들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장착을 해도 이런 기능을 넣지 않는다. 심지어 메르세데스-벤트는 배터리 잔량 표기 기능도 없다. 마세라티 계기판의 상징이던 블루 컬러의 디스플레이 패널 배경도 블랙 컬러로 바꿨다. 깔끔한 게 보기 좋다.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에 있다. 작아 보이던 8.4인치 디스플레이를 10.1인치 크기로 늘렸다. 단순히 크기 키운 것이 아니라 해상도가 HD 급으로 변경돼 깔끔한 느낌도 커졌다. 새로운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좋고 반응 속도 역시 빨라졌다. 자세히 보면 디스플레이 글래스 끝부분을 둥글게 처리했다. 나름대로 꼼꼼한 마감을 보여주려 한 것.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조작 스위치도 플라스틱 마감에서 금속과 하이그로시 블랙으로 바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뒷좌석은 시각적으로 좁아 보이지만 실제 탑승했을 때 만족도가 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은 없다. 다만 휠베이스 대비 레그룸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국산 차들이 공간을 잘 뽑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는 것은 사실.

트렁크 하단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용 배터리를 넣었다. 일반 12V 배터리도 같은 공간에 있다. 트렁크 용량은 500리터 수준.

간단하게 새로운 기블리의 실내외를 살펴봤다. 변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추가가 이번 모델의 핵심이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시동 버튼을 누른다. 특유의 거친 배기음을 토한다. 4기통 엔진에 대한 걱정이 컸던 탓일까? 마세라티 사운드는 엔진이 바뀌어도 그대로 살아있었다.

물론 기존 마세라티 오너들이 보기엔 사운드가 축소된 경향이 크다고 느낄 것 같긴 하다. 음색은 살렸지만 사운드 레벨은 낮아진 것. 6기통 모델처럼 부밍음과 함께 주위를 진동 시킬 정도의 강렬한 존재감을 내지는 않는다. 그래도 배기 사운드를 들으면 마세라티 일원임은 알 수 있다. 물론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음색은 더 짙어진다.

주행을 시작해본다. 변속기는 충격 없이 변속을 이어간다. 정지해 했을 때 가속 페달을 조금이라도 밟아야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은 여전하다. 일상 주행 때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이 조금 달라졌다. 회생 제동 시스템 추가에 의한 변화다.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할 때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이뤄져 있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정상 컨디션이라면 이질감은 개선될 여지도 있다.

마세라티답지 않게 조용하다. 원래 마세라티는 스포츠 모드가 아닐 때 조용한 편인데, 외부 배기 사운드는 커도 실내 유입이 적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톤 다운된 배기 사운드 덕분에 더 정숙하게 느껴진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37.0dBA 수준으로 나왔다. 캐딜락 CT6 3.6, 아우디 Q7 45 TFSI 등과 같은 정숙성이다. 그러니까 마세라티치고 조용한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고급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정숙성을 갖췄다는 것.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보다 스포티한 배기음이 실내로 전달되는데, 이때가 41.0dBA 수준을 보인다. 참고로 기블리 350과 기블리 SQ4는 각각 47.5dBA, 46.5dBA을 기록한 바 있다. 수치만 봐도 이번 모델의 정숙성을 쉽게 알 수 있다.

80km/h 주행 중 측정한 정숙성은 57.5dBA 수준. BMW 730Ld, 벤츠 E300, 제네시스 GV80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처음 마세라티라는 기대를 품고 주행을 시작하면 배기 사운드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밋밋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장거리 운전을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SQ 4 모델만 해도 배기 사운드가 부각되다 보니 사운드에 의한 약간의 피로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것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행복감을 주겠지만.

너무 조용한 마세라티는 팬들의 기대감을 낮출 수 있다. 이에 마세라티는 일반적인 시동 방식으로 배기음을 들려주게 만들었다. 보통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면 전기모터가 엔진을 작동시키면서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 이를 통해 엔진 부담을 덜어주고 냉간 시동 시 배출가스 저감을 유도한다.

고성능 스포츠카나 슈퍼카는 냉간 시동 소리가 유난히 우렁차다. 각종 윤활과 빠른 촉매 온도 상승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존재감 부각’도 이유가 된다. 페라리나 포르쉐를 샀는데 시동을 걸어보니 비실비실한 소리가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조용해졌다지만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시동을 걸어보면 다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다름을 알 수 있다.

배기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하는 것 같다고? 사운드야 말로 마세라티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사운드 튜닝의 값어치가 수천만 원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자체의 의미를 크게 본다는 얘기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오랜 시간을 들여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는 영역이다. 그리고 마세라티의 사운드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전기차를 만들더라도 마세라티만의 사운드만큼은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마세라티는 개발 중인 전기차의 모습보다 주행 사운드를 먼저 공개한 바 있다.

답답한 시내 구간에 진입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계기판에서 e-Booster가 열심히 작동하고 있음이 표출된다. 여기서 e-Booster는 일종의 전동식 컴프레서다. 내연기관 엔진의 터보차저는 배출가스가 터보차저를 돌려 압축공기를 만들고, 이것을 흡입구로 밀어 넣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때 터보차저가 원활한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흔히 이것을 터보랙이라고 말한다. 마세라티는 e-Booster가 먼저 터보차저로 강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배기가스가 터보차저를 돌리지 않아도 바로 성능을 뽑아내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엔진 반응성 향상이라는 결과를 내주는 것.

그렇다고 전기모터가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 10kW(13.6마력)의 힘을 엔진에 보탠다. 물론 330마력짜리 엔진에 이 힘을 추가한다고 체감적으로 큰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 어디까지나 배출가스를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뿐 극적 성능 변화를 만드는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09초를 기록했다. 350마력의 기블리 350이 5.95초를 기록했으니 거의 동등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엔진 길들이기가 잘 이뤄진다면 보다 빠른 가속성능도 기대해볼 수 있다. 마세라티는 5.7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조금 더 작은 타이어를 끼웠을 때의 얘기다. 국내 수입되는 마세라티 모델들은 대부분 옵션으로 설정된 큰 사이즈의 휠과 타이어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아 제조사 발표 수치 대비 소폭 떨어지는 가속 시간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이 내용은 메르세데스-벤츠, 심지어 AMG, BMW도 같다. 메르세데스-AMG도 우리 팀이 계측한 결과 제조사 발표 기록을 낸 적이 없는데, 큰 사이즈의 휠 때문에 무게가 늘었기 때문이다.

6초대의 기록 자체가 느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주행할 때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만족감은 충분하다. 원하는 만큼 가속을 해주고 추월도 손쉽다. 그리고 이 차에는 4기통 2리터 엔진이 탑재돼 있다. 이 사실을 잊게 한다는 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

물론 e-Booster가 있다고 해도 엔진 반응은 V6 3.0 트윈터보보다는 느리다. 2개의 작은 터보차저를 돌리는 것보다 1개의 큰 터보차저를 회전시키는데 조금 더 많은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재미난 점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터보차저가 과급하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마치 튜닝카를 타는 것처럼.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으면 200km/h 정도는 여유롭게 도달한다. 여기서 욕심을 내면 240km/h대까지도 달릴 수 있다. 최고 속도에 욕심을 낸다면 250km/h 도달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고속 안정감은 수준급. 본래 300km/h 속도 영역대를 감안하고 설계한 차체와 섀시를 바탕으로 하니 200km/h의 속도는 여유롭다. 다만 OE(신차 출고용) 타이어의 성능이 조금 부족해 220~230km/h부터 프런트 타이어의 그립감에 대한 아쉬움이 생긴다.

제동력을 보자.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아 제동성능이 기대만큼은 나오지 못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7.48m 수준. 마세라티는 정상 컨디션일 때 35.5m의 제동거리를 개런티 한다. 제동거리를 내세우는 제조사는 많지 않은데, 마세라티는 이를 강조한다. 그리고 제동 지속성도 자랑인데, 서킷과 같은 환경을 달려도 브레이크 시스템이 지치는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 2톤에 달하는 차체를 방어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는 것.

본격적으로 주행성능을 확인해본다. 스포츠 모드로 바꾼 뒤 패들을 활용하며 코너를 공략한다. 핸들링도 좋지만 변속기 성능에 먼저 매료된다. 알루미늄 패들을 당기는 즉시 변속기가 반응한다. 단순히 반응만 빠른 것이 아니라 실제 기어의 체결도 빠르게 이뤄진다.

기어를 내릴 때 자극적인 사운드와 빠른 변속기 반응, 기어를 올릴 때도 빠른 체결이 만족감을 키운다. BMW가 ZF 8단 변속기를 잘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마세라티도 셋업에 있어 만만치 않다. 더욱이 한 여름 서킷을 달려도 변속기 온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점들이 레이싱을 바탕으로 차를 만들어 온 브랜드들의 강점이다.

스티어링 조작과 함께 일관성 있게 따라오는 차체도 인상적이다. 3m의 휠베이스, 2톤의 무게를 감안해도 가볍게 방향을 바꾼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전륜의 움직임과 반응, 섀시의 빠른 방향 전환 등 모든 것이 잘 조율돼 있다. 전후 50:50에 가까운 무게도 도움을 줬을 것이다. 물론 운동성능 좋다는 컴팩트 세단(3시리즈급)과 비교하면 핸들링이 아쉽긴 하다. 그러나 5~7시리즈급 모델들과 비교하면 수준급의 핸들링이다. 물론 본격적으로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BMW M5 정도와 비교하면 아쉽겠지만, 일상을 감안한 스포츠 세단의 범주 안에서 본다면 상위권을 마크할 수 있다.

긴 코너에 진입한다. 전륜 타이어가 버거워 하며 언더스티어 성향을 나타낸다. 테스트 모델에 탑재된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F1 에이시메트릭 3. 전륜 245mm, 후륜 275mm 너비가 사용된다.

이 타이어는 쉐보레 카마로와 함께 개발된 타이어다. 고출력을 받아내야 하기에 성능도 좋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6.2리터 엔진의 카마로 SS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준 바 있다. 서킷을 주행해도 이상 마모 없이 잘 버텨내는 모습이 좋았다.



반면 기블리 하이브리드에서는 성능 보다 저항값을 줄이는데 목적을 둔 것 같다. 타이어 공기압도 적정치에 맞췄는데 사이드월의 사용을 제한하며 오로지 중앙 트레드로만 접지 성능을 확보하려 했다. 이런 성향은 인피니티 Q50S 때도 경험한 바 있는데, 당시 타이어는 던롭 SP 스포트 맥스 050 DSST CTT였다. 타이어 업체들도 환경을 위해 저항값을 낮추는 것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마세라티와 잘 어울리는 구성은 아니다. 다만 시내 주행에서는 소음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행 소음이 적기도 했지만.

기어비는 무난한데 2단 기어비가 약간 길게 느껴진다. 때문에 3단에서 2단으로 내릴 때 속도 저감폭을 키워야 한다. 고출력 터보를 감안한 셋업 같다. 이외에 전반적인 기어비는 무난하다.

ESP(자세제어장치)도 테스트했다. 성능 확인은 100km/h로 주행하며 이뤄졌는데, 급격한 조작을 할 때 다소 거칠게 제어하는 타입이다. 무게감이 있는 차다 보니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느낌인데, 주행 궤도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ESP를 끄고도 시험해봤는데, 언더스티어 폭이 늘어남을 알 수 있었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탑재된 만큼 연비의 이점이 약간 더 살아나긴 한다. 막히는 시내에서 가다 서다를 해보니 평균 15km/h의 주행 속도가 나왔는데, 이때 약 7km/L의 효율을 보였다. 보편적인 2리터 가솔린 엔진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14~15km/L까지 향상된 연비를 볼 수 있다. 다른 기블리들은 아무리 관리하며 달려도 12km/L를 넘기 힘들었다. 이에 비추면 25%가량 향상된 효율이다.

연료탱크 용량은 80리터로 넉넉한 편이다. 덕분에 고속도로를 정속으로만 주행한다면 이론상이지만 100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 과거에는 연료 게이지가 금방 줄었는데 이제는 천천히 줄어드는 것이 체감될 정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뉴 기블리. 이름 그대로 기존 대비 ‘마일드’해졌다. 보다 정숙해졌으며, 출력 발휘하는 성향도 부드러워졌다. 스포츠카 성격보다 고급 세단 성격이 짙어졌다. 분명 이번 미션은 효율 상승이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마세라티다움은 그대로 유지했다. 달릴 때 포효하는 배기 사운드는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대형차임을 잊게 해주는 날렵한 핸들링 성능도 그대로 갖췄다. 운전 재미는 여전히 좋다.

마세라티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이 첫 발걸음을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통해 내디뎠다. 어느 정도 대중과 타협하면서 마세라티만의 고집도 느낄 수 있었다. 줄을 잘 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세금과 연비로 인해 더 인기를 끌 만한 요소도 갖췄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전혀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한 마세라티. 만약 수십 년 후 마세라티가 큰 성공을 하게 된다면 그 분기점이 바로 기블리 하이브리드 출시부터였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지금의 문제는 직접 마세라티를 경험하지 못한 대중들에 의해 나온다. 물론 2013~2016년 사이 모델들에서 발생한 품질 이슈도 여기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들이 개선됐는데, 인터넷 댓글만 봐도 그냥 험담부터 하는 경향이 많다. 그냥 댓글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 아무리 실소비자들이 만족해도 대외적 평가가 좋지 못하면 구매자들도 한 번 더 심사숙고하기 마련이다. 상품성 향상도 좋지만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대중이 바라보는 마세라티의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자사에 대한 본질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마세라티는 그냥 고급차, 비싼 차가 아닌 레이싱을 기반에 둔 고성능 지향 모델이다. 그리고 그 본질은 운전을 할 때 표출된다.

기블리 V6(350)와 하이브리드 중에서 뭘 선택하면 좋겠냐고? 이 답도 간단하다. 만약 마세라티의 본질을 느끼고 싶다면 6기통이 답이다. 기블리 S 대비 디튠된(출력을 낮춘) 엔진을 갖췄지만 고급차로의 감성적 측면, 본격 성능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난다. 반면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며 정숙한 고급차가 좋다면 하이브리드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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