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더의 복각판, 그레네이디어의 인테리어 디자인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7.19 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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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오스의 디펜더 복각판, 그레네이더는 랜드로버가 아닌 법원으로부터 디자인 사용 적법함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오리지널 디펜더의 향수를 가진 사람들 취향을 저격할만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추가로 공개했다.

지난해 오토뷰 기사를 통해 랜드로버의 오리지널 디펜더가 다른 회사에서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물론 100% 똑같은 디자인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디펜더 110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의 클래식한 SUV는 놀랍게도 자동차 회사가 아닌 화학 회사에서 현재 제작에 들어갔다.

영국의 화학 회사 이네오스(INEOS)의 회장은 마그나 슈타이어에게 이 자동차의 제작을 의뢰했는데, 한때 랜드로버와 법정 분쟁까지 갔지만 결국 영국 법원은 이네오스의 편을 들어줬다. 그렇게 디펜더의 디자인은 랜드로버가 아닌 엉뚱한 회사가 사용하게 됐다. 물론 마니아들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디펜더의 오리지널 복각판에 가까운 스타일을 21세기에도 여전히 경험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디자인 사용 권한을 인정받고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공개한 이후 한동안 뚜렷한 소식을 전하지 않았던 이네오스가 최근 그레네이디어의 인테리어 이미지를 공개했다.

그레네이디어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디펜더의 오리지널리티를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부여했다. 우선 오늘날 대부분의 SUV들과는 다른, 군용 전술 차량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딱딱하고 각진 사각형의 인테리어는 오히려 신선하다. 마치 상자처럼 생긴 에어 벤트와 센터페시아에는 온갖 기능이 구현되는 스위치들이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모니터 한 장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오늘날 디자인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특히 척탄병이란 이름에 걸맞게 군용 통신기처럼 디자인된 센터페시아는 밀리터리 룩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는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주 특별한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볼륨과 열선 그리고 에어컨디셔닝을 위한 온도 조절과 같이 자동차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버튼들이 단지 좀 더 근사하게 디자인된 것뿐이다.

심지어 비상등은 아예 미사일 런처의 스위치처럼 금속제 가이드 안쪽에 들어가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니의 스위치와도 비슷한 디자인이다. 공기청정기처럼 생긴 에어벤트 가운데에는 나침반과 방위계가 자리하고 있다. 시선을 아래로 돌려보면 정겨운 세 가지 노브가 보인다. 맨 왼쪽은 사이드 브레이크이며 가운데는 기어노브 그리고 오른쪽은 SUV 애호가들에게 지금도 사랑받는 4WD 컨트롤 노브가 자리 잡았다.

물론 모든 게 클래식하게만 꾸며진 것은 아니다. 상자 같은 센터페시아 꼭대기에는 커다란 사이즈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올려놓았다. 꽤 딱딱해 보이는 그래픽이지만 그레네이디어의 성격에는 딱 맞다. 게다가 기어 패널 뒤편으로는 다이얼 방식의 컨트롤러도 마련해 놓았다. 활용도야 높지 않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이렇게 그레네이디어의 인테리어는 클래식 혹은 밀리터리의 분위기만 내었을 뿐 오늘날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능이나 편의성은 빼놓지 않았다. 심지어 기어노브는 BMW 오너들에게는 대단히 익숙한 디자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레네이디어의 파워트레인은 BMW 그리고 BMW의 파트너인 ZF에서 제작한 것이다. 그래서 기어 노브의 디자인도 BMW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점은 오리지널 디펜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따로 있다. 두 장의 사파리 글라스 사이에 자리한 오버헤드 스위치 콘솔이다. 마치 비행기의 오버헤드 콘솔을 보는 것처럼 디자인됐는데, 여기에는 주행과 관련된 버튼들이 들어간다. 특히 오프로드로 진입했을 때 파워트레인의 반응이나 지상고의 조절을 오버헤드 콘솔에서 컨트롤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와는 완전히 멀어진 타입이지만, 기계를 다루는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밀리터리와 에어크래프트의 세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아주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게다가 각 스위치 패널을 육각 볼트로 단단히 고정시켜, 흡사 필요에 따라 모듈을 교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이것 역시 전형적인 군용 항공기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제 활용에서도 군용차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다양한 추가 장치들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커넥터와 함께 보조 스위치 패널도 함께 갖추고 있는데, 덕분에 대시보드에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된다. 시트는 오염에 강한 레카로 시트이며 바닥에는 배수를 위한 드레인 플러그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이네오스는 2022년 7월 고객 인도를 목표로 약 130대의 그레네이디어 테스트카를 전 세계 험지로 보냈다. 얼어붙은 북유럽 끝 마을부터 모로코의 모래 언덕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환경에서 내구성 및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꽤 많은 계약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영국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새로운 랜드로버의 디펜더가 지나치게 비싸고 사치스러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디펜더는 세상에서 가장 만만하게 쓸 수 있는 도구와 같은 자동차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그레네이디어야말로 새로운 디펜더라 여길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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