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최고의 고급 대형 세단...일부 품질, 급나누기는 아쉽다

장르를 대표하는 차들이 있다. 프리미엄 콤팩트 시장을 이끄는 3시리즈, 고급 스포츠카의 중심에 있는 포르쉐 911, 고급 대형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최고급 대형 세단의 중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고급 대형 세단. 물론 롤스로이스 팬텀이나 벤틀리 플라잉스퍼 같은 모델도 있지만 이들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에 속한다. 가격대도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이가 난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인기인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그 중심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있다. 다시금 벤츠를 대표하는 것은 S-클래스다. 말이 필요 없다.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고, 시장의 모든 이들이 벤치마크 1순위로 삼는 모델이다.

S-클래스는 지난 1951년 등장했다. 우리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시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S-클래스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오랜 역사에 맞춰 S-클래스도 400만 대 이상의 누적 판매량을 자랑한다.

이번 모델은 7세대로, 7년 만에 변화를 맞았다. S-클래스는 과거와 달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020년 9월, 디지털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바이러스가 많은 것들을 바꿨다.

디자인은 앞서 소개된 다른 벤츠 패밀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A-클래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익숙해진 모습이라 어색함은 없다. 다만 이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사실. 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그래도 신차다운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줘서 좋은데, 전 세대 모델이 고급차다운 세련미를 뽐냈다면, 현세대에서는 스포티함을 바탕으로 한 세련미라고 표현하고 싶다.

헤드램프 안에는 디지털 라이트(DIGITAL LIGHT)가 있다. 헤드램프당 130만 이상의 픽셀로 이뤄진 프로젝션 모듈과 84개의 멀티빔 LED 모듈이 적용된 것으로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헤드램프의 픽셀 밝기를 결정한다. 이 밖에도 노면에 여러 가지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한데 국내 법규 문제로 이 기능은 빠졌다.

그릴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중앙부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숨겨져 있다. 우리 팀이 만난 S-클래스는 디젤 모델로 S400d라 불린다. AMG 라인 디자인을 갖춰 범퍼 하단부 형상이 다르다. AMG 특유의 A 윙 디자인 범퍼다. 가로줄을 억제한 것이 특징인데, 조금 더 심플한 모양새라 소비자들이 좋아할 것으로 예상된다.

측면부는 전통적인 세단의 멋을 풍긴다. 다만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이라 뒷도어의 크기가 조금 작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휠은 별 모양인데, 시원스러워 보이는 한편 브레이크 시스템의 냉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다. 후면부는 익숙한 느낌인데, 독창적인 모습을 갖춘 LED 램프 디자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머플러 쪽이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드는데, 억지스럽게 조잡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좋다.

확실히 S-클래스는 달라졌다. 조금 더 젊어졌다고 표현해야 하나? 다만 이전 모델도 디자인 완성도가 높았고, 특히 마이바흐 쪽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렬한 느낌을 줬던 터라 꼭 현재의 것이 우수하다고만 말하기도 어렵긴 하다.

차량 탑승을 위해 도어를 열 때는 플러시 도어 핸들(Flush Door Handle)을 당기면 된다. 평상시 수납됐다가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표면을 만지면 돌출되는 방식이다. 전자식 도어 핸들이라 살짝 당겨도 문이 열리는데 반응 속도가 느리다. 아우디도 이런 방식을 쓰는데, 아우디의 것은 반응이 빨라 어색함이 없지만, S-클래스의 것은 핸들을 당긴 후 미세하게 시간차를 두고 개폐되는 타입이다. 시간차 개선이 필요하다.

인테리어는 간결하다. 버튼들을 많이 생략하고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쟁력을 뽐낸다. 이전에도 2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최신 차의 느낌을 전했는데, 지금은 더 커진 센터 디스플레이 덕분에 미래차의 느낌이 잘 살아난다.

시트 조절은 도어에 있는 시트 모양의 레버로 한다. 과거와 같은 방식인데, 조작법이 조금 다르다. 이전의 것은 레버 자체가 움직였다. 지금은 반 터치 방식이다. 반 터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조작법이 조금 다르기 때문인데, 손만 댄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레버 자체의 움직임은 없지만 약간을 힘을 줘야만 시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뭔가 고장 난 레버를 힘으로 눌러 작동시키는 것 같다. 우리 팀은 이전 방식이 더 직관적이며 조작성 측면에서도 낫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밖에 버튼들도 하나의 틀로 묶여 있다. 개별 버튼을 하나의 틀로 만드니 원가 절감에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 조작성이 다소 애매하다. 패널이 커지다 보니 유격에 의한 떨림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아쉬움은 센터페시아 일부 버튼에서도 나타나는데, 심플함을 추구한다는 측면은 이해하겠지만 감성을 중시하는 고급차에서는 다소 의아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고급 차란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촉감에도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번 모델은 디자인에만 중심을 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시트는 좋다. 정확히 디자인이 잘 됐다. 조작 레버는 아쉽지만 시트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상당하다. 이는 장거리 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시트의 재질, 나파 가죽이긴 한데, 최고급의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S400d는 나파 가죽을 쓴다. S350d는 1억 4천만 원대에 팔리는데 일반 가죽이다. 국산 르노삼성 SM6도 나파 가죽을 쓴다는데, 최고급 S-클래스에서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닐까? 결국 최고급 가죽을 체감하려면 S580으로 가야 한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를 위한 배려일 수 있지만 소재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S400d는 마사지 기능도 부재였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감싼 플라스틱의 측면이 매우 날카롭다. 플라스틱을 몰드에서 꺼낸 이후 마감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많이 바빴나? 이런 모습도 최고급 차와 어울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년께 나오는 S-클래스는 이 부분을 개선할 것 같다.

우드 패널도 실제 나무를 쓰긴 했는데, 너무 얇게 펴 바른 것 같다. 패널을 때려보면 틱틱거리는 플라스틱 소리가 나는데,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연구진들이 친환경차이기에 원목 사용을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

앞 좌석은 넉넉하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좋다. 앞서 말한 일부 것들이 아쉽지만 근본적인 틀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 여전히 고급차의 최고 위치에 서기에 충분하다. 특히 차세대 MBUX가 눈에 띄는데, 여러 부분에 공을 들였다. 해상도, 인터페이스 등 나무랄 부분이 없다. OLED 패널을 이용했는데, 다양한 기능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응도 빠르다. 공조장치 조작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단 영역에 공조장치 컨트롤 영역을 마련했는데, 이는 좋은 구성이다. 볼보를 비롯해 르노삼성 일부 모델이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줬는데, 벤츠는 애초 공조장치 조작의 중요성을 잘 알고 디자인했다. 내비게이션도 쓰임새가 좋은데, '수입차의 내비게이션은 엉망!'이라는 소비자 인식 변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외에 지문, 얼굴, 목소리 등 생체 인증 방식도 쓴다. 과거 아우디 일부 차의 시동 버튼에 지문 인식 기능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했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수준까지 발전한 신세대 고급차를 만나고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도 면적이 넓어져 조금 더 화려한 실내 분위기를 보여준다.

계기판도 신경 썼다. 테마의 변경은 물론 공을 움직이는 에코 게이지를 달아 재미도 선사한다. 신차답게 계기판 내 카메라가 운전자를 모니터링한다. 졸음운전이나 딴짓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인데, 만약 눈이 스티어링 휠 등에 가려지면 경고를 통해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그리고 테슬라를 통해 선보인 도로 위의 상황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구현된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물체를 인식할 때 약간의 실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한다. 정차 시 차량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차로 인식하는 경우다.

뒷좌석도 좋다. 다만 노멀 휠베이스 모델이라 공간 자체가 넉넉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전 세대 모델 대비 81mm 늘어난 휠베이스만큼 이전 세대 운전자가 탑승한다면 공간의 차이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시트는 적당한 쿠션감을 보인다. 뒷좌석 전용 모델은 아니라 해도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S400d는 운전자 중심 모델이다. 그래서 뒷좌석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에 시간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 팀은 향후 S580을 통해 뒷좌석, 그리고 S-클래스가 갖춘 모든 경쟁력을 별도 조명할 예정이다.

안전 기능은 어떨까? ADAS 기능은 물론 최신이다. 차간거리 설정이나 차로 유지도 기본이며, 다양한 시나리오 도입을 통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하게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만 써봐도 끼어드는 차량에 대한 대응 능력 등이 향상되었음을 잘 느낄 수 있다. 그밖에 주차 공간을 발견한 후부터 차량이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기능도 있는데, 의외로 편했다. 360도 전방위 카메라도 기능성은 물론 화질까지 좋았다.

이제 정리해 보자. S-클래스는 이 시대 고급차에 어울리는 다양한 것들을 갖췄다. 다만 일부 버튼이나 레버, 소재에 대한 개선 숙제를 안고 있긴 하다. 물론 지금의 S-클래스 소비자들은 이런 것들 보다 차를 언제 받는지를 중시하겠지만 고급차란 많은 것들을 제대로 갖췄을 때 완성된다. 지금 S-클래스의 일부 것들을 감안하면 오히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가 더 나아 보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우리는 벤츠를 좋아한다. 정확히는 S-클래스다. 우리 팀은 늘 S-클래스를 최고라 생각해 왔다. 그리고 S-클래스는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줬다. 지금의 일부 것들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자동차란 세워놓고 감상하는 장식품이 아니니까.

첫 시험 환경은 일반 도로다. 저속에서의 발진 성능, 가감속 때의 승차감 등 많은 것들을 평가한다. 시동 버튼을 누른 이후의 엔진 음색, S400d는 디젤임에도 제법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실내 중앙 기준 38.0dBA 수준의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어지한간 가솔린 세단들의 정숙성과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디젤 엔진 특유의 음색이 들리긴 하나 거슬리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달릴 때의 정숙성은 56.5dBA 수준으로 이 정도면 부족할 것이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모든 영역에서 가솔린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디젤 엔진도 정속 주행 때 엔진 회전수(rpm)을 낮출 수 있어 의외로 조용한 경우가 많다. 즉, 디젤이 모든 영역에서 시끄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끄러운 음색을 들려주는 것은 정차 시뿐이다. (일부 모델은 가속 때도)

S350d와 S400d 모두 3.0리터 급 디젤 엔진을 쓴다. 하지만 수치적 성능에서 차이가 나는데, 토크가 월등히 높은 400d 쪽의 초기 발진이 더 여유롭고 편하다. 부드러운 주행, S-클래스 격에 맞는 주행을 하는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다만 언덕길을 오르는 등 일부 과부하 조건이 걸릴 때 저속에서 변속 충격이 나올 때가 있었다. 매우 큰 충격은 아니지만 이 차는 최고급 세단이다. 이런 세부적인 쇼크까지 잡아내야 한다. 아마도 이 문제는 초기형에만 해당하고 내년쯤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모델에서는 잡힐 가능성이 크다. (물론 테스트카 하나의 문제일 수도 있긴 하다.)

시내 구간에서 과속방지턱을 넘는다. 부드럽게 잘 넘는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뒷바퀴가 턱을 넘은 이후의 승차감이 중요하다. 고급차는 여기서 진동을 길게 남기지 않는다. 잘 짜여진 차체, 부드럽지만 물렁거리며 균형을 깨버리지 않는 이상적인 서스펜션을 갖춰야 한다. S-클래스에 점수를 준다면? 당연히 만점 수준이다. 다만 서스펜션이 과거 대비 조금 하드해진 느낌이다. 아니면 OE 타이어에 의한 하드함의 부각일 수 있는데, 이건 다른 타이어를 끼워봐야만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우리 팀이 테스트한 조건만 보면 이전 대비 조금이나마 단단해진 느낌이 있었다.

최근 벤츠와 BMW를 보면 서로의 역할이 달라진 것 같아 재미있다. BMW는 단단한 하체를 중심에 두고 최고의 핸들링과 코너링을 선사해 왔다. 반면 벤츠는 늘 부드러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BMW는 부드러움, 벤츠는 나름대로의 틀안에서 단단함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한 주행을 추구하고 있다.

서킷 상황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BMW의 M이 서킷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황은 다르다. 전 세계 카마니아들이 관심을 쏟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AMG 모델들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도 서킷 기록 경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의외로 BMW가 아닌 벤츠(AMG)가 이 부분에서 우위를 다툰다는 것이다. BMW도 물론 도전은 한다. 기록이 안 나올 뿐. 그래서 사람들은 운전 재미(BMW M)와 순수 빠른 차(AMG)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마니아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고 있는 것은 아직 BMW의 M이다.

다시 S-클래스로 돌아가자.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차체 앞부분의 반응도 제법 빠르다. 큰 차체를 가진 모델들은 대부분 힘들게 앞머리를 움직이고, 이후 시간차를 두고 리어축이 따라오는 모습을 보인다. 차체, 휠베이스라 길어질수록 그런 현상이 짙다. 반면 S-클래스는 나름대로 한체급 작은 차같은 기동성을 보인다. 크지만 제법 유연한? 야구장에서 활약하는 이대호 선수를 떠올리면 될까?

이번에는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자. 빠른 스티어링 휠의 조작. 앞서 말했지만 차체의 움직임이 제법 날카롭다. 물론 C-클래스 수준을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E-클래스와 비교해도 아쉬움이 크지 않다. 여기에 스포트 모드까지 활성화시키면 보다 단단해진 댐퍼를 중심으로 핸들링 성능이 한층 빛을 발한다.



우리가 테스트한 S400d에는 4륜 구동 시스템인 4Matic이 달린다. 후륜에 약간 더 힘을 주는 방식이라 주행 조건에 따라 오버스티어 특성도 느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 특성은 언더스티어이며 특별한 조건에서만 오버 성향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이 특성이 설계상 특성인지, 타이어에 의한 오버스티어 성향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궁금해할 내용은 아니지만)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속도계 바늘이 치솟고 두둑한 토크를 중심으로 밀려나가는 S400d는 프론트축을 누르는 듯한 모션을 보이며 속도를 높여나간다. 이것이 기술이다. 가속을 할 때 모든 차들은 머리를 치켜들고 속도를 올려나간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되었을 때 머리를 낮추면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차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머리를 들고 가속해 나가는 차도 있다. 당연히 전자의 차가 더 완성도 높다.

물론 속도에 따라 반응하는 서스펜션(에어매틱)의 영향도 크겠지만 차체 디자인과 어우러진 종합 성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인테리어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완벽하게 만회되는 순간이다.

다만 코너링 자체가 빠른 편은 아니다. S400d에는 전륜 255, 후륜 285mm 급 타이어가 쓰였는데, 의외로 횡으로 버텨주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S400d에는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evo3가 쓰였는데, 스포츠성이 강한 타이어다. 벤츠 S-클래스에 왠 스포츠 타이어? 제네시스나 렉서스의 상급 모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최고급 세단들은 스포츠 타이어를 쓴다. 여기엔 '안전성을 위함'이라는 조건도 깔린다. 고속주행 중 급조작 환경을 생각하면 된다. 타이어 그립 초과로 날아가느냐,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장애물을 피해 가느냐로 보면 된다. 물론 일상에서는 충분히 남아도는 성능이긴 하나, 타이어 크기에서 오는 성능을 생각했을 때 약간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래도 국산 타이어가 세계 정상급 차에 장착된다니 반갑긴 했다. 사람들은 OE 타이어로 쓰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데, 포르쉐, 벤츠 등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들의 파트너로써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공급 가격이란 변수도 있긴 하지만.

여기서 잠시 S400d의 가속력을 보자. 공식 기록은 5.4초. 그러나 이보다 약간 늦은 기록인 5.7초 대가 나왔다. 약간은 아쉬운 기록 같지만 이 정도의 편차는 휠 타이어의 사이즈에 의해 얼마든지 발생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거리는 91m 가량. 스포츠카들이 50~60m 내외에서 도달하는 것을 감안해도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S400d는 4륜 구동 시스템을 더해 2150kg대의 실측 무게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차체 무게는 전륜 축의 54%, 후륜에 약 46%가 걸리도록 설계돼 있다. 2톤을 넘어서는 차체를 짊어지고 5초대를 내달린다는 것은 대단한 성능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꾸준히 속도를 올려 최고 속도 영역인 250km/h에 도달하게 된다. 테스트 당일엔 시험장에 차들이 많아 최고 속도까지 올리지 못했지만 230km/h 이상을 넘어설 때까지도 꾸준한 속도계 바늘의 움직임이 보였다. 무엇보다 100~150km/h 사이에서의 묵직하고 빠른 움직임이 좋았다.

그리고 200km/h 이상의 고속에서 조향에 따른 움직임을 요구할 때도 충분한 신뢰감을 줬다. 같은 속도를 달리고 있을 때라도 운전자는 차를 믿고 달릴 때 마음이 편해진다. 속도는 올라가지만 불안불안하면 운전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 S400d는 고속 주행에서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제동력은 어땠을까? 시속 100km/h로 달리던 S400d는 36.7m 내외에 멈춰 섰다. 그리고 반복된 시험. S400d는 최장 37.5m 내외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평균 37.2m 수준의 성능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최단, 그리고 최장거리 간의 편차다. 누군가는 이 부분에 큰 의미 없이 최단 거리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단 거리는 조건이 좋을 때 딱 한 번만 나온다. 중요한 것은 평균이며, 가장 늘어졌을 때다. 편차가 약 65cm에 달한다는 사실은 언제 어떻게 정지를 요구해도 일정한 거리 안에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의 조작감. 무거워서도, 가벼워서도 안된다. 초기에 갑자기 큰 힘으로 캘리퍼를 압박하는 것도, 끝까지 페달을 밟아야만 제힘을 내는 셋업도 이상적이지 않다. 적당한 힘에 의한 컨트롤. S-클래스의 제동 시스템은 그런 고급차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S-클래스는 미친 듯이 달리기 위한 스포츠 세단이 아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요구하는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실내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S-클래스의 차체를 비롯한 각 섀시 파트의 성능은 여전히 최고를 달린다. 벤츠도 장사꾼이다. 더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을 위한 무엇인가를 짜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노골적이라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억지스레 치장한 옷을 벗기고 났을 때의 그 순수함. S-클래스는 이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탄 S400d 4Matic은 연비도 좋았다. 덩치급의 대형 차임에도 고속도로 정속 주행 기준 17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까지 가족이 전 세대 S350d를 탔었다. 그리고 가장 만족한 부분은 주행 연비였다. 그전에 타던 가솔린의 어퍼 미들 클래스 세단과 비교하면 거의 공짜로 차를 타는 기분도 들었다. 부자라고 돈을 쓰는데 기쁘지는 않다. 적어도 장거리 주행을 위해 S400d(S350d)를 택한다면 지출에 따른 부가적 기쁨도 추가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세대 S-클래스는 충분히 좋았다. 하지만 이 차의 본질은 580급에서 나온다. 그리고 롱휠베이스, 이를 통한 뒷좌석의 경쟁력이 가치의 본질에 선다. 그래서 우리 팀은 S580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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