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조용하고 편안한 세단

렉서스 LS는 렉서스의 자존심이며 역사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듣고 보지도 못한 ‘렉서스’라는 이름을 걸고 등장한 대형차가 있었으니 바로 LS였다. 누가 이 차에 1억 원 주고 구입할 생각을 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이 시장에서의 최고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로 통한다.

그래서 렉서스는 정공법을 택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기보다 제대로 좋은 차를 만들어 ‘인정’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60명의 디자이너, 1400여 명의 엔지니어, 2300명의 테크니션들을 모아 450가지 프로토타입과 900가지 엔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물론 이 숫자가 마케팅 용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정성 들여 만든 차가 LS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세계 최초 기술을 적극적으로 탑재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기술력을 리드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

세계 최초 에어 서스펜션 탑재(1989년), 세계 최초 에어백이 내장된 틸트 &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시스템(1989년), 세계 최초 전동 조절이 가능한 안전벨트(1989년), 세계 최초 레이저 용접 기법 적용(1989년), 세계 최초 음성 인식 가능한 GPS 내비게이션(1992년), 세계 최초 8단 자동변속기(2006년), 세계 최초 8기통 풀 하이브리드 세단(2007년), 세계 최초 LED 헤드 램프(2007년), 세계 최초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한 실시간 차량 및 보행자 감지(2017년) 등등 종류도 많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이제 자동차 소비자들 가운데 렉서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직 벤츠, BMW, 아우디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않지만 같은 프리미엄 모델 시장에서 경쟁하며 팬층도 두터워졌다. 특히 고장 나지 않는 좋은 차, 고급 소재 아낌없이 사용한 차, 승차감 좋고 조용한 차 등으로 이미지를 잘 쌓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최고가 LS였다.

그런 LS가 한 번 삐딱선을 탔다.

5세대 진화하며 스포티한 주행감각을 추구한 것. 그렇다고 경쟁 모델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핸들링을 중심으로 감각적으로 스포티함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승차감이 나빠지고 명확했던 성격도 모호해졌다. 저속에서 부각되는 엔진 소음. 더 이상 조용한 차라 부르기도 애매했다. 오토뷰는 전통적으로 LS에 후한 점수를 줘왔다. 타사 대비 성능에 대한 경쟁력은 떨어져도, 그만한 정숙하고 편안하며 관리하기 쉬운 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차가 아닌, 내가 편안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 우리 팀은 그런 소비자에게 LS를 적극적으로 추천해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2세대 LS600hL을 구입한 소비자도 있었다.

그러나 5세대 LS를 통한 렉서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우리가 알던 렉서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야 했고, 판매량도 곤두박질쳤다. 결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고,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잘못된 선택,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디자인도 간결해졌다. 3갈래로 나뉘었던 헤드램프의 ‘ㄴ’자 주간 주행등을 원래대로 돌렸다. 범퍼 디자인도 단순하게 처리했다. 나머지 디자인은 거의 같다. 크고 웅장함이 느껴지면서 날렵한 모습도 겸비한다. B-필러를 사이드 윈도와 동일한 높이로 처리한 부분은 생각보다 존재감이 크게 다가온다. 모두 둥글둥글 해지고 있는 디자인 속에서 렉서스만의 특징은 변치 않아 존재감도 크고 값비싸 보인다. 비싸 보여야 한다는 것은 플래그십 세단에서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루나 러스터 색상도 추가됐다. 미세한 알루미늄 가루를 포함한 페인트를 고밀도로 도포하는 공정을 거친다. 입자감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거울과 같은 표면을 만들고, 작은 빛에도 뚜렷한 반사광을 전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봐왔던 색상과 다른 독특한 느낌이다.

소재의 고급화, 실내 마감은 최고다

실내 마감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급 소재도 아낌없이 썼다. 남발한 수준이랄까? 실제 금속 사용은 물론 박음질(스티칭)을 한 번이라도 더 넣으려 했다. 스피커 커버조차 독특한 패턴으로 만들었다. 한 번 더 손길이 가게, 한 번의 공정이라도 더 거치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다. 헤드 라이너는 스웨이드로 마감했다. 벤츠 S-클래스는 마이바흐나 AMG 정도가야 이를 쓰고 2억 원 안팎 및 미만 모델에는 직물을 쓴다. 확실히 고급 소재 사용은 렉서스가 잘 한다.

도어트림에 레이저 컷 스페셜이라는 이름의 장식이 보인다. 원목과 금속을 하나처럼 융합 시킨 것인데,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장식이다. 플라스틱에 얇게 우드를 펴 발라 쓰는 일부 경쟁사 디자이너들이 꼭 봤으면 하는 부분.

첨단 이미지도 보여준다. 국내 시장 데뷔가 늦어졌지만 24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각종 대형 모니터, 11.6인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터치 컨트롤 시스템 등이 첨단 고급차 느낌을 살려내고 있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너무 커서 그런지 초점이 잘 맞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또한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터치 컨트롤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조금 더 쉽게(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익숙해지면 문제없지만 좋은 인터페이스란 처음 접해도 쓰기 편하다.

시트 내부 구조도 바꿨다. 시트 내부에 사용된 패드도 저반발 우레탄을 사용해 진동을 더욱 잘 흡수하게 했고, 부드러운 착석감을 느낄 수 있게 개선했다. 박음질 장식도 더 깊게 표현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오토만 시트도 좋다. 예전부터 렉서스가 잘하던 부분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조수석이 앞으로 전진한 뒤 최대한 접히고 뒷좌석은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게 변한다.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는 원격 전동 조작이 되기 때문에 수고스럽게 몸을 일으켜 각도 조절을 할 필요도 없다. 특히 지압 효과를 담아낸 마사지 기능이 매력의 정점에 선다. 타사 것도 좋다지만 꼭꼭 눌러주는 감각, LS 만한 것이 없다.

동급을 넘어… 최고 수준의 사운드 시스템

사운드 시스템은 마크레빈슨 제품이다. 사운드 시스템에 관심 없는 막귀라도 23개의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LS의 사운드는 최고라고 느낄 것이다. LS와 고급 쿠페 LC에만 들어가는 마크레빈슨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은 아무 음악이나 들어도 각각의 악기들이 뭉치지 않고 선명한 음색을 들려주도록 한다. 특히 클래식을 들을 때 만족감이 높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늘 LS의 사운드 시스템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 그리고 스피커 개수에 현혹되기 보다 정확한 음질을 잘 살리는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겪기 전까지 이해하기 쉽지 않던 얘기. 하지만 LS를 타보면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별도의 음장 효과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다. 순수 음질로 승부하겠다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음장 효과를 내세우는 경쟁사들도 있는 만큼 약간의 유행은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트렁크 용량이다. 일반 가솔린 모델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트렁크에 배터리가 탑재돼 공간을 희생하게 됐다. 풀-사이즈 세단이지만 트렁크 공간은 소형차 수준에 불과하다. 골프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불편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아쉬움으로는 360도 전방위 카메라의 화질이 조금 더 좋았으면 한다. 저해상도 이미지를 디스플레이 사이즈에 맞춰 억지로 늘려 놓은 것 같다.

저속 주행 환경 개선 … 조용해진 엔진

시동 버튼을 누른다. 이제는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엔진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시킬 때 회전수가 소폭 낮아진 것 같다. 렉서스의 의도인지 오차 범위인지 모르겠지만 전기형이 1000rpm을 유지했던 반면 현재는 992rpm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ANC(Active Noise Control)도 달아 조금이라도 더 정숙한 환경을 만들려 했다. 80km/h 주행 정숙성에서도 약 56dBA을 기록해 전기형의 57dBA 대비 한층 조용해진 환경을 만들었다. 테스트 당일 바람이 조금 불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0.5dBA 정도 낮은 소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기어 레버 조작 방식은 토요타가 프리우스를 통해 도입한 것과 같다. 레버를 왼쪽으로 당긴 뒤 밑으로 내리면 전진, 왼쪽으로 당기고 위로 올리면 후진이다. 병렬 방식 하이브리드 대비 전진과 후진 전환이 빠른데, 이것이 직병렬 방식 하이브리드의 장점이다. 그리고 내연기관 모델들과 달리 부드럽게 전후진을 할 수 있다.

일상 환경에서 주행을 하며 몇몇 과속 방지턱과 요철 등을 지난다. 푹신하면서 기분 좋게 넘는다. 옆자리서 운전하던 김기태 PD가 “이거지! 이래야 렉서스 LS지!”라며 만족감을 표한다.

전통을 따른 부드러운 승차감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LS는 서스펜션 부분이 변경됐다. 새롭게 개발한 AVS(Adaptive Variable Suspension) 시스템은 댐핑 압력을 낮춰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의 조합으로 일정 수준의 주행 성능도 갖췄다. 또한 파워트레인 쪽 마운트를 바꿔 실내로 유입되는 진동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고급 대형 세단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승차감을 내준다. 편안한 시트, 편안한 승차감에 정숙성까지 더해지니, 이제야 고급 세단으로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낸다. 이후 속도가 어느 정도 상승하면 엔진이 가세해 동력에 힘을 더한다. 일반적인 토요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었다면 CVT(무단변속기)처럼 이질감이 컸겠지만 LS에는 4단 기어를 사용하는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직결감이 느껴진다. 물론 내연 기관차의 것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개의 전기모터와 파워스플릿 디바이스, 여기에 4단 변속기가 결합된다. 여기에 전기모터의 회전수를 다단계로 나눠 가상으로 변속기의 역할을 하게 만든다. 그 결과 총 10단의 변속 효과와 효율을 낸다.

에코 모드는 일반 CVT 변속기처럼 최적의 효율을 만들어내 집중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10단 변속기처럼 절도 있고 빠른 변속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장점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가능한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토요타나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시속 80~100km의 속도부터 엔진이 작동했다.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는 4단 변속기의 도움으로 140km/h의 속도까지 전기모터의 힘으로 주행할 수 있다.

전기모터 사용 영역이 넓어지니 연비가 높아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4~15km/L 수준의 효율도 나온다. 도심 주행에서도 이점이 큰데, 약 11km/L 전후의 연비를 보인다. 좋은 연비에 연료탱크 용량도 84리터로 넉넉한 만큼, 연료게이지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실제 연비와 체감연비 모두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가솔린 대형 세단에서 넘볼 수 없는 연비로 굳이 경쟁차를 꼽자면 디젤 엔진을 단 대형 세단 정도를 떠올리면 되겠다.

V6 3.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앳킨슨 사이클 엔진(299마력)과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가 더해지면서 시스템 총 출력 359마력이 됐다. V6 3.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단 LS500(422마력) 보다 출력은 낮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주행 감각을 만들지는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6.27초가 나왔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는 5.5초대를 기록했는데, 차량 컨디션 문제인지 가속 시간이 늘었다. 그래도 5.0리터 엔진이 탑재된 제네시스 G90의 6.28초보다 빠른 기록이긴 하다. 다만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모델들이 5초대를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금 더 가속 시간을 당겼으면 한다. 물론 가속 성능만 본다면 LS500이란 솔루션이 있긴 하지만.

고속 도약 성능도 수준급이다. 엔진과 모터가 힘을 더해 속도계 바늘을 쉼 없이 끌어올린다. 일반적인 토요타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180km/h 영역에서 속도 제한이 이뤄질 때가 많다. 반면 LS500h는 200km/h 이상도 달릴 수 있다. 스피드미터 상으로 220km/h를 넘어서기도 한다. 유럽 사양은 250km/h까지 달리는데 북미, 국내 사양은 220km/h 내외가 한계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속도 영역대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다. 이 분야에서 최고는 벤츠 S-클래스다. 하지만 이제 일반 소비자들은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LS의 고속 안정감은 크게 발전했다. 거짓말 같다고? 동일한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다.

다만 타이어 한계가 있긴 하다. LS에 쓰인 245mm급 올시즌 타이어는 롱마일리지 중심이라 경쟁차들이 쓰는 여름용 대비 마른 노면 서능에서 일부 한계를 갖는다. 만약 고속 주행을 즐긴다면 타이어를 바꾸길 추천한다.

정숙하고 부드러워진 LS500h. 그렇다면 본격 달리는 성능은 어떨까?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 엔진 회전수가 4000rpm을 넘어서자 인위적으로 엔진 사운드를 키워낸다. 새롭게 추가된 ESE(Engine Sound Enhancement) 덕분이다. 감각적으로 스포티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왠지 LS와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음색을 조금 더 두텁게 만들어 V8 사운드 같은 감성을 보여줘도 좋겠다.

스티어링 감각은 나름대로 정직함을 살리려 했다. 직설적인 느낌이 가미되었다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 후 반템포 쉬고 차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과 동시에 프런트의 움직임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매우 민감하게 움직이는 타입은 아니다. 대형 세단의 틀 안에서 빠른 모습을 갖춘 것일 뿐.

주행 성향은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코너를 돌아 나가는 상황에 따라 오버스티어 특성을 보여줄 때가 있다. 나름대로 스포티함을 버리지 않으려는 렉서스의 의지였을 것이다.

자세제어장치의 개입도 세련됐다. 과거엔 이 부분에서 큰 아쉬움을 줬는데, 빠른 코너링, 연속된 코너에서도 부드러운 제어를 통해 운전자를 놀래지 않게 했다. 다만 긴급 회피(빠른 차선 변경) 등 순간적으로 주행 밸런스가 깨지는 환경에서 급작스러운 개입을 보일 때가 있다. 조금 놀랄 수 있긴 한데, 긴급 상황에서의 중요성은 안정적인 주행 궤도 설정이니 이것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겠다.

냉정히 말하자면 승차감 개선으로 핸들링 성능 일부를 잃긴 했다. 하지만 지금도 충분하다.

차체를 지지해야 할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붙잡는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급격한 차로 변경, 슬라롬 같은 시험 때도 롤은 있지만 밸런스(주행 균형)가 망가지는 모습은 없었다.

좋은 차체 균형은 타이어가 가진 제한적인 성능을 잘 쓸 수 있게 만든다. LS500h에는 245mm 너비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L450이란 4계절(올시즌) 타이어가 쓰인다. 독일 브랜드처럼 후륜에 더 넓은 타이어가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LS500h는 안정적으로 노면을 잡고 나갔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엔 타이어조차 불만이었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날카로운 핸들링, 하지만 타이어는 컴포트.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컴포트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성능을 지향한다. 그래서 OE 타이어 성능에 대한 불만도 사라졌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어떨까? 좋았고, 부족했다. 말장난이라고?

과거부터 하이브리드를 다뤄온 만큼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을 잘 정리했다. 일반 내연기관과 동일한 제동 감각과 유사한 수준으로, 급제동이 아니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렉서스의 노하우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대목 중 하나다.

이제 제동 성능을 보자. 시속 100km에서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거리는 38.14m. 이후 시험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가 늘어났는데, 최장 41.99mm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평균 제동거리는 39.90 수준. 하지만 제동 편차가 커 아쉽다. 물론 타사들이 쓰는 여름용 타이어였다면 제동거리나 제동 편차도 줄었겠지만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한데, 렉서스는 약 40m 대 제동을 타깃으로 삼는 모양이다. (제조사마다 타깃 제동거리가 있다)

그리고 주행에서 아쉬움을 꼽자면 하이브리드 특유의 감각, 쉽게 반응 지연 등이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동력 전달 직결감은 좋다. 하지만 중간 가속을 비롯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땠다 다시 밟는 과정이 나올 때 감각이 명확하지 않다.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등 빠른 조작을 요구할 때도 미세한 딜레이가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영역의 최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부분조차 개선해 줄 것이다. 그러나 LS의 성격이 최고급 대형 세단인 만큼 이런 요소들이 감점을 만들지는 않는다. 이 차의 지향점은 부드러움에 있으니까. 더 빠릿한 것을 원한다면 같은 값에 포르쉐 911을 사면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신차 수준의 만족감을 전할 내용을 가득 담고 있었다.

렉서스 LS에 대해 정리해 보자.

대형 세단이 추구하는 편안한 승차감, 정숙성도 개선됐다. 운전자가 원할 때 제법 스포티한 느낌으로 운전할 수도 있다.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실내, 뒷좌석 탑승객을 배려한 각종 사양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실주행 연비)까지 챙겼다.

시동을 끄면 시트는 뒤로 움직이고 스티어링 휠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많이 봤을 것이다. LS는 시트를 들어 올려 더욱 편안한 승하차 환경을 만든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내리라는 렉서스 엔지니어들의 배려다.

명품은 비싼 재료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크게 높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렉서스 LS는 좋은 차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최근 독일 브랜드들이 돈독이 올랐다. 수익성 개선을 외치며 트림과 옵션 항목을 세분화시켜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무리 기업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최근의 이러한 변화는 달갑지 않다. 그리고 최근 우리 팀이 만난 S-클래스는 그분에서 큰 실망감을 안겼다. 그래도 지금 주문하면 내년에 차를 받는다.

오랜만에 렉서스를 만났다. 노골적인 원가절감이나 옵션 장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을 더 넣으려 했다. 여전히 ‘일본’이란 국가가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그러나 국가명만 떼고 순수 차만 보면 경쟁력은 있다. 이 부분은 소비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강요할 것도 강요받을 없다.

우리 팀의 렉서스 LS500h에 대한 의견은 하나로 모였다.

만약 부모님께 선물한다면 벤츠 S-클래스를 선택할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지만 내가 타기 위한 용도면 렉서스 LS를 택할 것이다. 어차피 편안하게 타기 위한 차이고 정비나 관리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S580 보다 고급스러운 요소를 갖추면서 가격도 월등히 저렴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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