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가 헬리콥터의 연료로 사용된다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6.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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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의 주범이 자동차로 지목됐지만, 공범은 많다. 예를 들어 항공, 해상 운송 분야가 그렇다. 그래서 이 분야에도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감자튀김이 비행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

자동차의 전동화의 가장 큰 이유는 탄소배출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있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가 다른 운송수단들에서 배출된다는 사실 말이다. 바로 해상 운송과 항공 운송 분야가 그러하다. 다만 우리의 근처에 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잠시 가려진 것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여객기 제조사인 보잉은 새로운 비행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동체를 탄소 섬유로 만들고 있으며, 롤스로이스는 더 가벼우면서도 더 강력한 추력을 발생시키는 엔진으로 연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전동화화 같은 특단의 조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동차와 달리 비행기, 선박 분야는 엔진의 대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송량은 물론 사고 발생시 입는 피해액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기 때문에 혁신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분야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실험이 기획됐다. 이 실험을 위해 독일의 자동차 연맹, ADAC가 동참했다. ADAC는 50여대의 구조용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50,000소티 이상의 구조작전에 참가하는 유럽 최대의 헬리콥터 대대를 운영 중이다.

따라서 이들이 매년 사용하는 가스터빈용 연료의 양도 엄청난 수준이다. 물론 그만큼의 탄소 배출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ADAC는 연간 약 6,000톤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재 기준의 약 33%에 해당되는 양이다.

결국 ADAC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모색했다. 여기에 몇 개의 회사들이 동참했다. ADAC가 2014년부터 사용한 에어버스 H145의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의 사프란과 함께, 마찬가지 같은 프랑스의 정유사인 토탈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연료를 사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해답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바로 폐식용유다. 폐식용유를 가스터빈 엔진용 연료로 바꾸는 작업은 토탈에서 담당했다.

이들은 노르망디 소재의 정제소에서 폐식용유에 기존 연료를 혼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 때 필요한 폐식용유는 식품 산업에서 사용하고 남은 잔류물의 수거를 통해 얻어졌다. 그 다음 수거된 폐식용유에서 불순물을 거르고 여기에 항공유를 약 50% 가까이 섞어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연료를 만들었다. 이 방식은 현재도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ADAC는 항공유 비율을 40%까지 낮추었다. 그럼에도 ADAC는 궁극적으로는 100% 바이오 연료만으로 비행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항공 업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s)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아우디다. 아우디는 몇 년 전, 대기중의 CO2에서 휘발성 액화 연료를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론 이 기술을 위해서는 또 다른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경제성과 효율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아직은 불완전한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ADAC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랑스의 비행기 엔진 제조사 사프란(Safran)과 정유사인 토탈은 새로운 제조법으로 만들어질 PTL(Power to Liquid Kerosene)을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 연료 역시 ADAC의 헬리콥터 실험에 사용될 예정이다.

물론 당장 ADAC의 노란색 헬리콥터에 두 가지 새로운 연료를 싣고 구조활동을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선 사프란은 이 연료에 맞게 엔진을 개량할 예정이며, 토탈은 엔진에 적합한 최적의 혼합비율을 찾아낼 예정이다. 빠르면 올 여름부터 ADAC의 헬리콥터에 새로운 엔진 혹은 새로운 연료가 탑재되며,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있다면 ADAC의 모든 구조용 헬리콥터에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연료가 사용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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