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뷰 독자 ‘타이어’님께서 올려 주신 시승기입니다.

오토뷰 애독자이며 차알못(?)인 제 차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입니다.

갑작스럽게 차를 바꿔야 했던 만큼 선택의 폭을 좁혀서 접근했습니다.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보니 계약부터 인수까지 4일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덕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새 차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신차 구입 계획을 세우면서 트레일블레이저를 후보군에 넣었기 때문에 조금 더 쉬운 선택이 가능했네요.

제가 구입한 트레일블레이저의 구성을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트림은 RS를 선택했으며 셀렉티브 패키지Ⅱ, 프리미엄 패키지(Bose 프리미엄 스피커 추가)를 넣은 구성, 색상은 스노우 화이트 펄입니다.

나름대로 성능 좋다는 스위처블 AWD 옵션에 대해 끝까지 고민했으나 최종 선택에서는 제외시켰습니다. 4륜 구동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없어도 잘 지내왔으니까요. 여기에 이 옵션을 넣으면 한 달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4륜 SUV에 대한 로망을 접은 대신 오토뷰에서 추천한 저 배기량 터보 엔진과 CVT 미션의 조합을 통해 효율성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트레일블레이저와 주행한 거리는 대략 2,900km 정도입니다. 인수한 이후 2개월이 넘었으니 현재 추세면 연평균 주행거리는 14,000 ~ 15,000km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행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중에는 30km 내외의 거리를 출퇴근으로 이용하며 주말에는 2시간 내외의 나들이를 갑니다.

파워트레인 이야기(엔진 & 변속기 성능)

지금부터 트레일블레이저를 타면서 느낀 점들을 ‘일반적인 운전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엔진입니다.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가진 SUV, 아무리 소형이긴 해도 제원상의 토크나 마력 수치가 전에 운행하던 크루즈 1.4T와 유사하게 나와 줍니다. 하지만 처음 접근할 때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소형 SUV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체 사이즈가 큰 편이었고, 여기에 저 같은 자그마한 엔진이 탑재되었을 때 힘이 제대로 나와줄까 싶었던 것이 이유입니다. 아무리 최신 기술을 담은 터보 엔진이라고 해도 배기량 1.4리터가 채 안 되는 3기통 스펙으로 얼마나 달려줄까... 이것이 처음 구입을 망설이게 했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입 후 실주행을 한 이후 소감을 말씀드리면 ‘일상적인 주행을 하는데 전혀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효율성이 좋다고 해도 배기량 특성상 일정 수준의 한계가 있어,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가속은 아닙니다. 사뿐하게 달려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 차를 잠시 타본 동승자들도 ‘의외로 가볍게 잘나가는데?’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시속 100km가 넘어가도 꾸준하게 가속이 이루어졌고, 그 이상의 영역까지도 무리 없이 속도를 올려가니 답답함이 느껴질 출력은 아닙니다.

오토뷰 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차는 변속기 특성에 의해 rpm(엔진 회전수)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가속력을 만들어나가는 타입인데, 가속 때 rpm이 상승하면서 소리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속 소음에 대해서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엔진 소리가 듣기에 거슬리는 소음이 아니라 낮게 그르렁거리는 편이라 듣기 싫지는 않습니다. 사운드는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의 중간 정도라고 할까요?

CVT(무단변속기)를 처음 경험해 보는 운전자이기에 재밌게 느꼈던 것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단순히 rpm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1단, 2단, 3단 등으로 구간을 찾아가며 변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엔 rpm과 속도가 같이 상승하면서 이질감이 컸는데, 지금은 트렌드에 맞춰 이질감을 없앤 것입니다.

그러나 CVT 보다 더 낯선 것은 브레이크 조작 계통이었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딸깍, 지이이잉~’하는 모터 구동음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생소했고, 처음엔 이질감도 느껴졌습니다. 이것 역시 최근 트렌드이기 때문에 다른 차종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처음에는 어색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물론 제동 성능 자체에 불만과 불안감이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로 전해지는 모터의 진동은 향후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승차감과 조향 성능

승차감 얘기를 하겠습니다. 노면 요철을 지날 때 상하 움직임이 승용차 보다 많긴 합니다. 그러나 거동 자체가 안정적이며 부드럽고 깔끔한 느낌을 전합니다. 물론 타이어가 새것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조금 더 강하게 들 수도 있습니다.

속도를 올려갈 때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소음도 차량 등급(소형 SUV)을 생각했을 때 수긍할 수준입니다. (ANC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스티어링 휠(핸들) 조작감은 R(랙) 타입 MDPS가 아님에도 위화감이 없어서 좋습니다. 성능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습니다. 그러나 RS 트림에서 장착되는 D컷 스티어링 휠이 멋스럽긴 한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량이 많은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의 평평한 아랫부분이 조작감을 좀 해치는 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안전운행 보조 기능도 마련되는데, 가장 특이한 것은 차선이탈 방지 장치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차선이탈 방지 장치는 코너링에서 조금 더 예민하게 작동하는 듯합니다. 차가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하면 바깥쪽 라인을 침범하지 않았더라도 차를 코너 안쪽으로 툭툭 밀어 넣어줍니다. 코너 안쪽으로 감아들어가는 것보다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는 뜻인가 싶네요.

드라이브 모드는 총 3가지가 제공되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엔진도 좀 더 고회전 영역까지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차에 어울리는 드라이브 모드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스노우 모드는 직접 체감을 하지 못해 어떤 성능 차이를 보여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눈길을 만나봐야 어느 정도 체감이 될 것 같습니다.

(오토뷰 의견 : 눈길에서 직접 시험한 결과 AWD 유무에 따른 차이가 컸습니다. 스노우 모드는 엔진 출력을 안정화 시켜 구동 때 도움을 주지만 이것이 극적 성능 향상을 이끌지는 못합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눈길에서는 윈터 타이어가 가장 좋으며, AWD 시스템은 미끄러운 노면에서 초기 구동에 유리할 뿐, 제동 및 코너링에서는 구동방식 보다 타이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부가 기능에 대하여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 정보를 보여줘서 단순한 구색 맞추는 용도가 아닌, 쓰임새가 좋은 구성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어른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살짝 어지럽다는 얘기도 합니다.

차량을 조작하는 여러 가지 버튼이나 레버의 조작감도 충분히 좋습니다. 그러나 공조기 다이얼 조작감,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개선이 필요합니다.

처음엔 고장 났나 싶었을 정도로 절도감 없이 휙휙 돌아가서... 정말 생뚱 맞은 느낌입니다. 다 잘 해놓고 왜 그 다이얼 두 개만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암 레스트는 제겐 높이가 좀 어중간해서 기어를 조작할 때 팔과 살짝 간섭이 생기네요. 수납공간 확보를 위한 측면은 이해하지만 운전자의 시트 포지션에 따라 조금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실내공간은 차급을 생각했을 때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트레일블레이저 FWD(전륜구동)의 공간 활용 백미는 바로 평평한 뒷좌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공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서 AWD 옵션을 포기해야 했던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만회시켜 주고 있습니다. 뒷좌석에 성인 두 명이 타는 상황에서도 다리쪽공간에 제약이 없으니 답답함이 덜하고, 길쭉한 짐을 바닥에 둘 때도 정말 유용합니다.

트렁크 공간은 넓지도 좁지도 않은, 차량 급을 감안했을 때 적절하다 싶습니다. 전동식 트렁크 해치는 쉐보레의 보타이 엠블럼 조명이 비추는 바닥 보다 범퍼의 센서쪽으로 킥모션을 해주어야 인식이 더 잘됩니다.

사운드 시스템

이제 사운드 시스템에 대한 얘기입니다. 옵션으로 넣은 프리미엄 보스 스피커 중 트렁크 밑바닥에 위치한 서브 우퍼는 무작정 저음만 둥둥 때려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음을 잘 표현해 줍니다. 플랫 사운드에서는 우퍼가 있나 싶다가도 베이스가 강조된 음악을 들을 때 확실하게 존재감을 내줘서 좋습니다. 단순히 뭉개지는 저음이 아니라 단단한 사운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음에 드네요.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해서 정의한다면?

가격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차량 자체만 놓고 본다면 다운사이징 엔진과 함께 주행성능을 놓치지 않았고, 한국지엠답지 않게 여러 가지 편의 장비를 잘 갖췄습니다. 나름대로 다양한 부분에 신경 쓴 소형 SUV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이 차의 매력에 흠뻑 빠져 즐거운 드라이빙을 만끽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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