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라렌, MTC와 함께 워킹 본사 매각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5.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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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라렌이 워킹(Working)에 위치한 본사를 매각했다. 유명한 MTC를 포함해 생산 설비 일체를 모두 매각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본사를 건립해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03년 영국 런던 근교, 워킹에 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양식의 건물이 들어섰다. 숲 속에 자리한 이 건물은 50헥타르 규모의 대지에 세워졌으나, 놀랍게도 숲과 나무에 가려져 외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태극문양처럼 디자인됐으며 건물과 똑같은 모양의 인공 호수와 닿아 있었다. 게다가 당시로서는 드물게 빗물을 수집해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설비를 함께 갖춘 첨단 공장으로써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 건물은 바로 50년 전통의 포뮬러1팀과 희대의 명차와 더불어 각종 슈퍼카를 제작하는 멕라렌의 본사 건물이다. 2004년 멕라렌 테크놀로지 센터가 세워졌고, 이곳에는 멕라렌의 헤리티지를 전시하는 쇼룸과 멕라렌 F1 팀을 위한 공간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2011년 멕라렌 테크놀로지 센터 근처에 제법 큰 규모의 스포츠카 조립라인이 들어섰다.

그리하여 멕라렌은 페라리 다음으로 레이스 팀에서 양산차 제조사로 거듭난 두 번째 포뮬러1 팀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름다운 디자인과 첨단의 시설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사실상 론 데니스가 남긴 기념비와도 같았다.

실제로 론은 이 건물에 많은 애착을 보였는데, 바닥의 타일 색깔을 모두 통일하는가 하면, 조금의 흠집이나 깨진 부분이 보이면 곧바로 교체를 지시할 정도였다. 직원들의 책상 서랍 정리 상태까지 확인할 정도로 결벽에 가까운 성격 탓이었다. 이곳을 방문한 일부 저널리스트들은 분명 레이스 팀의 공장임에도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고 섬뜩할만큼 깨끗했다고 전했다.

론이 떠난 지금도 이 건물은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나 BMW 4실린더 빌딩처럼 멕라렌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최근 멕라렌은 이 건물을 매각했다. 일부 시설만 매각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매각했는데, 여기에는 멕라렌 테크놀로지 센터와 멕라렌 생산 기지 그리고 멕라렌 리더십 센터 등 모든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매각 규모는 1억 7천만 파운드, 한화로 2,364억원이었으며, 미국의 부동산 전문 개발 기업인 글로벌 넷 리스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물을 매각하기 전, 멕라렌이 새로운 부지에 더 큰 규모의 스마트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건물과 시설을 매각한 것이지 이곳을 떠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확한 내막은 이러하다.

최근 멕라렌은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고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위기로 인해 이미 지난해 6월, 바레인 국영은행으로부터 약 1억 5000만 파운드의 대출을 확보해야 했다. 소문에는 그들의 레이스 역사와 헤리티지가 담긴 포뮬러1카들이 담보물로 설정됐다고 하지만, 이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건물은 분명히 매각됐으며, 그들의 대차대조표는 매우 실망스러운 상태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멕라렌은 공장과 시설을 매각해 긴급 유동자금을 확보한 후 시설 전체를 임대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세무상 불리했던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킬수는 있다. 그럼에도 멕라렌이 현재 사업의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9년만 해도 연간 4,600대 가량을 판매했던 멕라렌은 펜데믹으로 인해 지난해는 2,700대 밖에 판매하지 못했고 이는 거의 46%가량 매출이 격감한 수준이다. 따라서 긴급자금수혈을 위해 대출을 발생시켰으나, 펜데믹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3억 파운드 가량을 투자해 지은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의 소유권을 포기해야 했다.

물론 이런 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멕라렌은 2019년까지 매년 주목할만한 수준으로 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리고 현재도 하나의 GT카 모델과 아튜라와 765, 720 등을 포함해 4~5종류의 스포츠카를 생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또한 2020년부터 자신들의 정신과도 같은 포뮬러1팀이 거의 10년만에 과거의 강력했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펜데믹 시기만 잘 극복한다면, 멕라렌은 다시 원래의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부디 멕라렌을 포함해 우리 모두 자유로웠던 그날들로 하루 빨리 되돌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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