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들 취향 맞춰 지갑을 훔치다!

제네시스가 GV80 하위 모델인 GV70을 내놓으면서 SUV 라인업이 넓어졌다. 향후 GV60이라고 불릴 전기차 버전도 추가될 예정인 만큼 제네시스도 SUV 모델에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GV70의 첫 출시 당시 반응은 냉담했다. 4천만 원대부터 시작했지만 제네시스가 강조하는 일부 기능, 고급스러움을 느끼려면 6~7천만 원대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값으로 동급 수입 모델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는 대단했다. 올해 GV70 판매량을 살펴보자.

잘 팔린다. 인기 많다는 소형 SUV도 GV70의 판매량 근처에도 못 미친다. 콤팩트 SUV도 마찬가지. 현대 팰리세이드나 기아 쏘렌토 정도는 되어야 GV70보다 높은 판매량을 가진다. 가격이 훨씬 비싸도 말이다.

‘한국형 마칸’이라고 불렸던 GV70. 이에 오토뷰 로드테스트팀이 차량의 완성도를 직접 확인해 봤다.

좋은 디자인이다. 이번 공식 시승에 앞서 2021 중앙일보 '올해의 차' 심사 현장에서 미리 만나봤지만 전문 디자이너도, 심지어 타사 관계자도 GV70의 디자인을 인정했다. G70 세단은 페이스리프트 이후 이상하다는 평도 많았지만 GV70에 대해서는 90% 이상 호평했다.

제네시스 고유의 날개 형상 엠블럼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 쿼드 램프 등도 정체성을 유지한다. 지-매트릭스(G-Matrix)라는 이름의 패턴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에 적용돼 있다.

측면부는 아치형 라인인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 볼륨감 있는 리어 펜더가 특징이다. 루프라인이 부드럽게 내려오면서 쿠페형 SUV의 느낌도 난다. 후면부도 심플한 멋을 표현했는데, 2개의 대구경 머플러가 멋스러움을 더했다. 테스트 모델은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버전이라 전후 범퍼도 한층 스포티하게 변했다.

실내는 제네시스 특유의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송풍구를 중앙부터 조수석까지 한 줄의 선으로 연결한 모습도 멋스럽다. 타원형 디자인이 센터페시아, 도어 패널, 도어 핸들, 심지어 글로브 박스에도 적용됐는데 과하지 않고 깔끔한 느낌을 전한다. 미니처럼 원형 디자인을 남발하면 자칫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GV70은 적당히 깔끔하면서 정돈된 모습을 보여줬다.

기어 셀렉터를 비롯해 주행 모드 다이얼은 보석을 연상시킨다. 기어 다이얼에 조명도 들어와 더 예쁘게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더해져 기능이 강화됐다. 기존까지는 좌우 방향 정도만 알려줬는데, 이제 안내 지점과 진출 방향까지 정확하게 표시해 준다. 여기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설정 단계도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에 표시하면서 ADAS 연동 기능에도 신경 쓴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활용성은 좋다. 다만 실제 사용하고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과 다른 모습으로 경로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자세히 봐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운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처음에 신기하다고 화면만 보면 오히려 사고 발생이 커질 수 있다. 적정선에서의 활용이 중요하다.

그보다 아쉬운 것은 제네시스의 공통적인 문제인데, 센터페시아 모니터까지 손을 가져갈 때 거리가 멀다. 시인성을 살리는 한편 운전 중 조작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긴 한데, 센터 콘솔의 인포테인먼트 다이얼만으로 조작하면 답답함이 느껴지니 다시 손으로 터치하게 된다. 모니터가 멀리 있으니 몸을 일으켜야 하는 것도 불편. 조수석에 항상 사람을 태우고 다녀야 하나?

계기판은 안경 없이 3D 입체 효과를 보여준다. 콘티넨탈이 개발한 기술인데, 입체효과를 약하게, 또는 강하게, 또는 기능을 끌 수 있게 만들었다. 일부 차종에 먼저 투입된 기능인데, 운전자에 따라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전방을 보다가 계기판을 보면 계기판의 시각 인식 센서가 운전자가 계기판을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입체영상을 띄우는 만큼 짧게나마 시간이 지연되는 현상도 나온다. 이때 계기판이 빠르게 흔들리는 것이 목격된다.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시트는 좋다. 제네시스는 독일 척추건강협회의 공인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케팅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착석감은 무난하다.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라 해도 장거리 운전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여기에 통풍, 열선 기능에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엉덩이와 허리 모두 마사지를 해주는데, 볼보나 렉서스처럼 손으로 지압하는 느낌을 키워주면 좋겠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센터 터널이 다소 크게 자리 잡고 있지만 다리 공간(레그룸)이나 머리 공간(헤드룸)도 무난하다. 시트백 각도도 제법 큰 범위로 조작된다.

세계 최초 기술도 있다. 지문인증으로 운전자를 확인하는 것. 이것으로 결제도 할 수 있다. 후석 승객 알림 기능도 기존에는 초음파 센서를 활용했는데 이제 레이더 센서를 사용해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해낸다.

주행 준비를 시작하며 시동을 건다. 테스트 모델은 4기통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4륜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시동을 걸어도 조용하다. 시동 때 스포티한 배기 사운드를 뿜나 싶었는데, 이내 잠잠해진다. 아이들 상태의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36dBA. 기아 K7 3.3, 제네시스 EQ900 3.3터보, BMW 540i 등 다양한 고급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숙성이다. 진동도 적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도 마치 전기차처럼 부드럽게 움직일 뿐이다. 80km/h 주행 시 들리는 정숙성도 수준급으로, 55dBA에 불과한 수치를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과 동일한 수준이다. 요즘 현대차 일부 모델은 정숙성이 아쉽지만 그래도 상급 제네시스에서는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가볍게 도심부터 주행을 시작한다. 페달 응답성을 민감하게 설정하지 않았다. 일정 수준 부드러운 전개가 이뤄지도록 설정한 것이다. 브레이크 페달도 민감하지 않다. 하지만 가속과 감속 자체는 매끄럽게 이뤄진다.

서스펜션도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다. 어지간한 요철을 부드럽게 누르며 지난다. 실내에 전달되는 충격도 부드럽게 처리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셋업이다. 상향 평준화된 차체 설계 영향 덕에 차체가 전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테스트 모델에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윈드 실드에 장착된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전방 요철을 감지하고 요철을 넘는 순간 서스펜션에 감쇠력 변화를 준다. 우리 팀은 이미 G80을 통해 이 기능 유무에 따른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유의미한 차이는 있지만 이는 비교를 해야 알 수 있는 정도다. 당시 5% 정도의 차이를 보였던 바 있다. 없어도 괜찮으니 욕심내지 않아도 될 기능이란 얘기다.

엔진은 4기통 2.5리터 가솔린 터보다. 현대 쏘나타 N 라인을 통해 경험해본 엔진이다. GV70 엔진은 304마력과 43.0kgf·m의 토크를 가진다.

역시나 엔진 반응이 빠르지는 않다. 가속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도 그렇지만 터보랙이라고 부르는 지연 현상도 다소 있다. 물론 빠르게 달리려 할 때의 얘기며,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부드럽고 무난한 성능을 가진다고 보면 된다. 5030 환경에서는 슈퍼카를 넘어 하이퍼카급 성능이다.

에코 모드가 꽤 쓸만하다. 아우디나 폭스바겐처럼 운전자의 가속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원하는 가속을 돕는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다. 일부 차량 전용 고속화도로에서의 추월도 어렵지 않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 주행도 해준다. 이제 기능성은 충분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아이들 상태의 엔진 회전수가 750rpm에서 1000rpm 내외까지 높아진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 묵직해지고 엔진은 보다 민첩한 반응을 보이려 한다. 변속기도 빠른 걸음을 보챈다. 주행 안전장치의 개입 시점도 약간 늦춰지며, 서스펜션도 조금 더 단단하게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가속감은 무난했다. 토크감이 다소 아쉬웠지만 옥탄가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입사들과 달리 고급 휘발유 권장 모델에도 일반유를 넣어 시승차를 운영한다.

토크감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2.5리터 급으로는 충분한 성능이다. 굳이 3.5 터보 모델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험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은 6.95초로 나왔다. 런치 컨트롤 기능과 4륜 구동 시스템이 초기 발진 때 미끄러짐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다만 런치 컨트롤은 1~2회 정도 재미를 위해 지원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3회 정도에 이르면 변속기 과열로 런치 컨트롤을 사용할 수 없다. 포르쉐처럼 수십 번 반복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3번 만에 변속기가 과열됐다는 표시를 해주는 것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변속기가 과열되기 전에 동력 일부를 차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단점은 아니다. BMW, AMG의 일부 모델도 3회까지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보다 스포츠 및 스포츠+ 모드에서 활성화되는 스피커를 통한 인공 사운드 기능이 걸리적거린다.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이질감만 전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아직 감성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고속도로에서 느껴지는 고속 안정감도 무난하다. 아직 독일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는 아니다. 특정 조건에서 물렁거리는 서스펜션이 불안감을 키우기도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그런 특성까지 경험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기능은 운전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준다. 차간 거리도 잘 유지하고 속도를 올리거나 줄이는 동작도 자연스럽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동작도 제조사가 설정한 값에 따라 작동할지,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학습해서 맞춰줄지 결정하게도 만들었다.

같은 남양연구소에서 개발된 만큼 현대 기아 시스템과 거의 비슷하지만 차로를 바꿔주는 기능과 운전자 전방 주시 모니터링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물론 차로를 바꿔주는 기능이 테슬라 수준까지를 해주지는 않는다. 차로를 변경해도 안전하다는 상황이 판단된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고 스티어링 휠을 살짝 조작해 차로를 변경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줘야 절차가 끝난다. 아직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차로 변경 보조가 작동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더 많이 띄운다. 귀찮은 점이 많아 기능을 쓰는 소비자는 없을 것 같다. 처음 차를 탄 친구나 가족에서 이런 기능도 있다고 과시하는 용도랄까?

와인딩 로드를 가볍게 달려본다. 과연 ‘한국형 마칸’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성능을 내줄까?

스티어링 휠은 끝에서 끝까지 2.5바퀴면 다 돌아간다. 핸들링 좋기로 소문난 BMW도 2.7~2.8회전 정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돌려도 앞바퀴가 많이 움직여 핸들링이 좋다고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조작해도 차량 앞부분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서스펜션은 부드러운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조향해 보면 전륜이 먼저 움직이고 후륜이 조금 뒤에 따라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핸들링이 좋다기 보다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핸들링이 좋게 보이도록 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후륜 서스펜션이 조금 더 강화되면 좋겠다. 딱딱하게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렸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은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잘 버티면 롤이 존재해도 운전자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반면 GV70은 버텨야 할 부분에서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반복 코너에서는 리어 축도 주저앉는데, 유럽형에서 이런 셋업을 했다간 제대로 이미지를 구기게 될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히 주저앉기만 하면 승차감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조금 다른 얘기다. GV70으로 주행하다 가속 페달을 놓으면 후륜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오버스티어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꽤 급박하게 나오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놀랄 수밖에 없다.

자동차를 개발하는 연구원, GV70 개발 당시부터 협업했던 타이어 연구원 등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를 모르고 지나갔다는 점이 의아하다. 이건 밸런스를 떠나서 완성도 부분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 255mm 너비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4계절 타이어인 만큼 뛰어난 접지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2.5T 모델도 300마력 급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계가 생각보다 낮다. 만약 유럽형 SUV에서 넘어왔다가 그 성능을 기준 삼아 코너링을 해본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도 생긴다.

규정 타이어 공기압도 재미있다. 전륜 33psi, 후륜 38psi다. 앞서 언급한 후륜 오버스티어 특성을 잡고 싶었다면 뒷바퀴 공기압을 낮추는 것이 유리했을 것 같은데 오히려 후륜 쪽 공기압을 더 많이 넣게 되어있다. 날카로운 코너링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기엔 타이어가 평이하며 서스펜션의 방향성이 산으로 가 있다.

요즘 현대기아차 연구소는 매우 바쁘다. 제한된 인력으로 너무나 많은 신차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부 완성도를 올린 GV70은 유럽 수출용을 통해 나올 것 같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보자. 100km/h의 속도에서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7.75m다. 테스트가 반복되자 39.74m까지 늘어났다. 약 2m 증가한 것이다. 평균 제동거리는 38.68m. 무난한 정도 성능이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기에는 아직은 제한적인 성능이다. 참고로 타이어 성능만 좋아져도 제동거리 및 제동 편차도 줄어들 것이다.

분위기를 바꿔보자.

제네시스의 8단 변속기는 만족감이 높다. 부드럽고 동력 전달감도 좋으면서 속도까지 빠르다. 스포츠나 스포츠+모드에서의 만족감은 수입사들의 것과 유사한 선에 와있다. 다만 G70 3.3 모델에서 나온 변속기 과열, GV70 3.5 모델에서 발생하는 변속기의 이상 충격에 대해서는 세부적 튜닝을 마쳐야 한다. 참고로 3.5T 모델은 스포츠 모드에서 1~2단 사이를 오갈 때 이상한 변속 충격을 만들어 낸다. 빠른 변속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말 그대로 이상 현상이다. 반면 GV70 2.5T의 것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좋았다.

4륜 시스템은 평상시에 후륜에 많은 동력을 보내주는 타입이다. 타사와 달리 스포츠 또는 스포츠+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앞바퀴에도 적극적으로 동력을 보내려 한다. 빠르게 달리면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는 스포츠 모드에서 후륜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내 역동적 느낌을 주는데, GV70에서는 조금 다른 전개였다.

GV70에는 옵션 선택에 따라 eLSD도 달린다. 이는 미끄러짐이 이뤄지는 환경에서도 구동력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면 고민이 생긴다. AWD, eLSD 모두 필요한가? 아니면 후륜에 eLSD?

답은 간단하다. 당신이 달리기를 위해 GV70을 구입했다면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애초 GV70은 편안함을 지향한다. eLSD의 필요성을 느낄 정도면 차라리 타이어를 바꾸는 편이 낫다. 제동은 물론 코너링 한계도 높아지니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AWD만 있어도 충분하다. 겨울철 운전 조건을 감안하면 후륜 보다 그게 나으니까. 그렇다면 후륜구동 모델은?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면 후륜으로도 충분하다. eLSD? BMW 330i급에도 LSD는 없다. 눈길이 우려되면 윈터 타이어를 끼우는 편이 낫다.

연비는 무난하지만 조금 더 올려도 좋을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할 때 약 12~13km/L 정도를 보여준다.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금방 한자리대로 떨어진다. 테스트 모델에는 무려 21인치 크기의 휠이 탑재됐는데, 연비 향상을 감안하면 조금 더 작은 휠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작은 휠은 연비뿐 아니라 가속, 제동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리를 해보자. 제네시스의 주력 시장은 한국, 미국, 중국이다. 그리고 한국이 미국 보다 몇 배 더 큰 규모를 가진다. 시장 상황, 그리고 이 차를 구입할 소비자들이 현대기아차의 SUV에서 업그레이드 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GV70이 가지는 경쟁력은 상당하다.

우선 좋은 실내외 디자인을 가졌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주행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된다는 것도 좋다. 없는 것 없이 꽉 채운 편의 및 안전 장비도 오너들의 어깨를 으쓱거리게 만들어줄 것이다.

확실히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게 만들었다. 같은 값으로 벤츠나 BMW, 아우디의 경쟁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구성들을 본다면 다시 GV70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같은 값이면 GV70은 풀옵션 수준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정말 좋은 옵션 구성을 가졌지만 대부분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늘어나는 품목들이다.

테스트 모델은 2.5리터 사양. 4880만 원부터 시작한다. AWD 시스템을 추가하면 300만 원이 추가된다. 스포츠 패키지를 추가하면 다시 400만 원이 붙는다. 벌써 5280만 원이 되어버린 것.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본형 실내는 정말 볼품없다. 하다못해 스티칭도 들어가지 않는다.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 정도는 넣어줘야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 등에 스티칭이 추가되고 카본 패널들이 추가된다.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I를 선택하면 시트에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과 도어 패널 등에 특유한 모양을 내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추가된다. 이제서야 실내도 화려해진 것이다.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의 옵션가는 230만 원이다.

이제 외관과 실내 디자인을 선택한 것뿐이다. 본격적으로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를 선택해야 한다.

파퓰러 패키지 I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지능형 헤드 램프가 묶인 하이테크 패키지, 후측방 모니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이 포함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으로 구성된다. 가격은 420만 원이다.

눈치챘을 것이다. 고속도로 주행보조와 같은 ADAS 기능은 빠진다. 무려 420만 원짜리 옵션에 말이다. 이 기능까지 추가하려면 파퓰러 패키지 II를 선택해야 한다. 각종 ADAS 기능과 뒷좌석 통풍시트와 3존 공조장치 등이 묶인 2열 컴포트 패키지가 추가된다. 가격은 무려 720만 원!

하지만 파퓰러 패키지 II에도 파노라마 선루프는 포함되지 않는다. 140만 원을 주고 추가해야 한다.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 130만 원을 지불해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를 넣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이나 캠핑을 하려면 트렁크 바닥에 매트라도 깔아야 하고 뒷좌석에서 220V 전원공급을 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아웃도어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이 옵션은 40만 원이다.

이렇게 구성하니 GV70의 가격이 7030만 원으로 뛰었다. 결국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술을 체감하기 위해 7천만 원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GV80이 최상위 풀옵션 기준 9천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가졌으니 덜 놀랐지만…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지는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수입차랑 비교하면 저렴하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가격 비교 공식이 성립하려면 브랜드 및 상품의 가치가 동일 선상에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샤오미가 만든 최신 안드로이드 폰이 60만 원, 삼성전자가 만든 최신 폰이 1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가격 하나로 앞쪽이 싸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제네시스의 브랜드 밸류와 독일 3사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한국 시장뿐이다. 또한 한국 시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여지가 많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높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졌고, 전용 인프라(매장 및 서비스센터)를 갖춘 것도 아니라 비용 절감의 이유도 많아진다. 표면적으로 가격이 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본질을 놓고 본다면 생각보다 비싼 차라는 결론이 나온다.

BMW가 만든 X3, 그중에서도 성능 지향형 모델인 M40i xDrive의 가격은 8900만 원이다. 하지만 이 가격에 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소 800만 원 할인을 받아 8천만 원대 초반에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니까. 제네시스 GV70 2.5와 비교하면 1천만 원의 가격 차이가 난다. GV70 3.5T로 계산을 해보면 가격 차이는 더 줄어든다. 고성능이 필요 없다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X3 30e의 가격은 7800만 원 선인데, 실 구매 가격은 7100만 원 안쪽이다. 아우디는 디젤만 파는데 3.0엔진을 탑재한 Q5 50 TDI 콰트로가 실구매가 6700만 원대에 팔린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2.0엔진으로 낮추면 5800만 원대에 Q5 40 TDI 콰트로를 살 수 있다.

제네시스 GV70의 가치가 낮으니 구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구입하는 상품의 가치와 그에 따른 투자 비용을 잘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GV70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얻으려면 6천만 원 내외, 미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옵션에 욕심내 가격을 올릴 바엔 차라리 다른 차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

GV70은 매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 정도로 잘 팔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시장 상황을 잘 분석했다는 얘기다. 비싸도 잘 팔리게 만든 것. 이것이 현대차그룹과 제네시스가 갖춘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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