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포뮬러E 세이프티카 공개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4.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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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뮬러E에 새로운 세이프티카가 공개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공된 세이프티카는 다름아닌 미니였다.

모터스포츠에서 세이프티카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트랙을 순찰하면서 레이스 전 트랙 상태를 점검하는 일부터 사고 상황 수습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사고 상황이 발생해 레이스의 진행이 어려워졌을 때, 레이스카를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속도를 줄여 경쟁 상황을 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나치게 천천히 달릴 경우 레이스카의 타이어가 식어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화면으로 보기에는 매우 천천히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차가 가진 거의 한계치까지 차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뒤에 따라오는 자동차들이 모두 레이스카이기 때문에 느려보이는 것 뿐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레이스 시리즈에 동원되는 세이프티카는 GT계열의 스포츠카들이다. 최근 애스턴마틴으로 바뀐 포뮬러1에서도 오랫동안 메르세데스 벤츠 AMG가 동원됐고, 모토GP는 한동안 BMW M3, M4와 함께 했다. 레이스카를 이끌고 다닐 정도의 퍼포먼스가 강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TV 중계화면에 항상 잡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세이프티카를 제공해왔다.

포뮬러E도 예외는 아니다. 최고 250km/h로 달리는 이 레이스 시리즈도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며 따라서 세이프티카가 동원되어 왔다. 허나 다른 레이스 시리즈와 달리 EV로 레이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연기관 GT카가 투입될 수 없었다. 그래서 BMW는 자사의 i8을 세이프티카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BMW는 포뮬러E에서 철수했고, 더 이상 이 레이스 시리즈에 세이프티카를 제공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래서 포뮬러E는 새로운 세이프티카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새 세이프티카가 선정됐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자동차가 세이프티카로 지정됐다. 바로 미니다.

최근 미니는 2025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전개할 것이라 선언했고, 실제로 지난해 이미 MINI SE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은 무대가 바로 포뮬러E다. 우선 제공된 세이프티카는 JCW 버전이 아니다. 아직까지 미니 SE JCW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니 쿠퍼 SE에 바디워크를 개조했다. 휠 아치를 더 키우고, 사이드 스커트와 친 스플리터 그리고 리어 윙을 새로 장착했다.

이렇게 에어로파츠를 더하면서도 미니는 포뮬러E의 궁극적인 취지를 잊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에어로 파츠를 모두 재활용 카본으로 제작했다. 카본 파이버의 재활용은 업계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과제 중 하나로, 비행기와 자동차를 생산하고 남은 잉여 카본 파이버는 한동안 재활용이 어렵다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BMW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카본 파이버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했고, 이 기술이 미니 쿠퍼 SE 세이프티카에 동원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이프티카 답게 커다란 경광등을 리어 윙 위에 장착하는가 하면, 보다 민첩한 코너링을 위한 대형 디퓨저도 함께 장착했다. 특히 시가지 서킷 레이스가 많은 포뮬러E에서 미니의 민첩한 코너링 퍼포먼스을 더 키워줄 것이다.

인테리어에도 많은 개조가 진행됐다. 우선 시트는 한 개만 장착해 무게를 줄였고, 미니 특유의 비주얼부스트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역시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조됐다. 더 커진 모니터를 통해 레이스 컨트롤에서 지시한 상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시시각각 달라지는 레이스 상황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됐다.

퍼포먼스는 예상보다 다소 낮아보인다. 181마력의 출력과 함께 0-100km/h까지 6.7초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앞서 서술한 것처럼 포뮬러E가 열리는 트랙은 대부분 스피드보다는 다운포스가 더 중요한 시가지 서킷들이며 따라서 미니 쿠퍼 SE의 퍼포먼스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한 상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으로 다소 부족하다 판단해, 코일오버 서스펜션과 더불어 차고 조절식 댐퍼를 동시에 장착했고, JCW GP에 쓰인 4피스톤 브레이크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로써 코너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포뮬러E의 새로운 세이프티카, 미니 쿠퍼 SE는 올해부터 포뮬러E와 함께 월드투어를 진행하며 전기 해치백으로써 포뮬러E카들을 통제할 예정이다. 비록 세이프티카로 개조된 미니 쿠퍼 SE의 양산 계획은 없지만, 어쩌면 이 세이프티카를 기초로 전동화된 JCW가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왔다.

미니 쿠퍼 SE, 세이프트키는 오는 4월 10일, 로마에서 개최되는 로마 ePrix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며, 컴팩트한 EV 해치백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포뮬러E를 시청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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