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타, 전기차로 부활하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1.03.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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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리제이션 시대의 아이콘, 이세타가 전기차로 다시 태어났다.

1950년대는 모터리제이션의 시대로 불린다. 관점에 따라서 1920년대 포디즘의 시대를 모터리제이션의 시발점이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유럽을 기준한다면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50년대를 모터리제이션 시대로 볼 수 있다.

자동차의 대중화가 일어난 시기였던 만큼 이 시기에는 아주 독특한 디자인 자동차들이 많았는데, 그런 차들을 ‘버블카'라 불렀다.

이세타는 버블카의 아이콘이었다. 이세타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등장하기 전과 후 어느 시대에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은 없다. 마치 냉장고처럼 앞에 문이 달려 있으며, 스쿠터처럼 작은 엔진이 차에 뒷바퀴를 굴리는 식이었다.

성인 두사람 정도가 어깨를 부딪히며 나란히 앉아 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던 이세타는 단순한 구조와 친근한 익스테리어 그리고 저렴한 생산 가격 덕분에 이탈리아, 프랑스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도 면허 생산됐고, 그중에는 BMW도 있었다.

하지만 이세타는 자동차 생산의 붐이 일어나면서 비교적 짧은 생을 마감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이세타가 다시 부활했다. 그것도 전기차로 말이다.

마이크롤리노라 불리는 21세기 판 이세타는 대규모 제조사가 아닌, 스위스 소재의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생산한다. 일단 외모를 살펴보자. 이세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이 차의 디자인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알거다. 앞에서 열리는 문, 사이드미러의 자리에 위치한 작은 헤드램프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바디. 그리고 리어 휠 트레드가 더 좁은 독특한 구조에 이르기까지 영락없는 이세타다.

그러나 오리지널 이세타에 비해 확실히 모던해졌다. 망치로 두드려 패널을 만들었던 70년 전과 달리, 마이크롤리노의 패널은 매끈하다. 제대로 된 프론트, 리어 범퍼가 있으며, 도어 역시 꽤 두툼해 보인다. 게다가 도어를 가로지르는 가늘고 긴 LED 라인은 70년 전에는 없던 것이다. 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레트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했다.

도어를 열면 구부러진 스티어링 칼럼이 보인다. 오리지널 이세타와 비슷한 구조로, 도어를 열었을 때도 타고 내리기 쉽게 디자인됐다. 게다가 칼럼을 앞으로 살짝 꺾을 수도 있다. 보다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배려한 디자인이다.

시트는 2인용 벤치 시트로 성인 남성 2명이 앉으면 꽉 들어찬다. 대시보드는 도어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복잡하게 구성할 수 없는 탓에 심심해 보이는 계기반 모니터 하나와 도어 노브를 겸하는 크로스 바가 설치되어 있으며, 가운데에 다섯 개의 펑션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오직 사람만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수납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뒤쪽에 테일게이트가 있는데, 게이트를 열면 콜라 두 박스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딜리버리 서비스가 확대됐는데, 피자나 치킨을 넣고 다니기에 더할 나위 없이 편해 보인다.

배터리 용량은 두 가지. 125km와 200km로 나뉜다. 그리고 최고 시속은 90km/h로 그야말로 시내 주행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모터와 배터리 용량을 더 키울 수 없는 탓에 이 정도가 한계였을 것이다. 대신 무게가 무척 가벼운 편으로 513kg밖에 나가지 않는다. 트위지보다 약간 더 무거운 수준이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트위지와 닮은 부분이 많다. 물론 트위지의 단점들 대부분이 보완된 디자인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도어와 루프가 존재한다. 게다가 앞뒤가 아닌 좌우로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시트도 갖췄다. 심지어 피아트 친퀘첸토를 닮은 캔버스로 만든 선루프도 갖췄다. 물론 주차의 편의성 면에서는 트위지가 앞설 것이다. 대신 윈드스크린과 와이퍼 그리고 사이드 윈도가 있다는 점은 마이크롤리노의 강점이다.

현재 마이크롤리노는 2.0 버전까지 개발됐다. 초기형은 튜블라 프레임을 용접한 것에 반해, 2.0은 제대로 용접된 모노코크 구조를 갖고 있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마이크로 사이즈의 시티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BMW와 포르쉐에서 일했던 엔지니어들과 함께 테슬라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스위스의 작은 스타트업으로 모여든 것만 봐도 이 프로젝트에 걸고 있는 기대가 꽤 컸을 것이다.

프로로 타입의 발표와 동시에 마이크롤리노는 이미 8,000대를 주문받았고, 이제 완성차를 선보이며 대량생산만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 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빠르면 오는 여름부터 본격적인 인도가 가능할 거라고 한다. 가격은 한화로 약 1,600만 원 수준인데,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 사이즈의 시티카에 부여하는 보조금 규모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꽤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처럼 최근 사라진 클래식카들이 하나 둘 전기차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재규어는 아예 E Type을 전동화해 소수의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빈티지 카의 바디워크 내부에 전동화 플랫폼을 넣는 백야드빌더들이 많이 생겼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의 디자인에 다시금 저작권을 확보하는 제조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 이 시장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끝으로 마이크롤리노를 구성하고 있는 상당수의 부품들이 보쉬에서 제작한 부품들이므로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간다고 해도 유지 보수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갖고 싶어도 더는 가질 수 없는 이세타에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면, 마이크롤리노는 매우 훌륭한 대안이 되어 줄 것이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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