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 대하여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6.06.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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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차량은 유압장치 대신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주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방식을 사용한다. 엔진 효율성 증가, 간단한 구조를 통한 원가절감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자동주차 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필수다.

미국 카앤드라이버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차량 중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탑재된 비율은 25.8%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58.2%까지 상승했다.

이제는 국내 출시되는 신차의 경우 어떠한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발 더 나아가 르노삼성은 SM6에 TRW, 한국지엠은 말리부에 보쉬제 스티어링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강조한다.

제조사들이 부품업체까지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스티어링 시스템 제원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기아차가 소형차에 쓰이는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C-MDPS)을 준대형차급에도 장착해 소비자들의 질타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면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모터가 스티어링휠 근처에 있다 : 칼럼식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C-EPS or C-MDPS)

(C-EPS or C-MD)

최초의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이 이 방식을 사용했다. 흔히 C-타입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 칼럼식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은 사실 경차를 위해 개발됐다.

1980년대만해도 경차에는 파워스티어링 장치가 장착되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파워스티어링 유무에 따른 가격 상승이 컸으며, 없어도 타고 다닐 만 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지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돌리기 쉽지 않았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의 불만이 컸다. 정지상태만이라도 운전대를 쉽게 돌릴 수 있도록 와이퍼 모터를 운전대 안쪽에 장착한 장치가 칼럼식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의 시초다.

이 방식은 운전대와 연결된 금속막대에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때문에 구조가 간단하고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차량에 장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퀴축을 작동하는 부품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부품 활용 비율도 높다.

하지만 스티어링휠(핸들) 바로 뒷편에 모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손으로 모터 질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단점도 있다. 특히 이 방식은 노면의 움직임에 의한 바퀴의 움직임이 바퀴 축을 지나 관절구조, 운전대 축까지 이어진 후 모터로 전달된다. 다시 모터는 운전자의 조작을 운전대 축을 지나 관절구조를 거쳐 바퀴 축으로 전달해야 한다. 상당히 큰 부하를 견디면서 동시에 동력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자체가 운전자에게는 고스란히 이질감으로 느끼게 된다. 심할 경우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기술력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모터의 구조와 제어, 감속하는 방법 등에 대해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모터가 바퀴 근처에 있다 : 랙 구동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R-EPS or R-MDPS)

(P-EPS or P-MDPS)

결국 모터의 위치는 바퀴와 가까워질수록 좋다는 결론에 도달해 개발된 장치다. 모터의 부하도 적고 운전자가 느끼는 이질감도 적으며, 그만큼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향 장치의 전방위적인 디자인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가격상승의 요인이다. 랙 구동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은 모터의 위치에 따라 다시 한번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된다.

먼저 피니언 방식의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P-EPS or P-MDPS)은 칼럼 방식과 랙 구동 방식의 중간에 해당한다. 모터 위치가 운전대 축 최하단에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퀴축을 직접 구동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모터의 부하를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는 진동이나 소음의 유입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모터가 배치될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부 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또한 모터의 관성력이나 지연 등 미세한 조작에 자연스럽지 않다는 특징은 칼럼식과 동일하다. 벤츠의 초기 A-클래스와 B-클래스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다.

(DP-EPS or DP-MDPS)

더블 피니언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DP-EPS or DP-MDPS)은 바퀴 축을 작동시키는 피니언 기어가 2개다. P-EPS도 한계를 보이자 아예 전기모터를 떼어내 별도의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바퀴 축에 힘을 더하겠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방식은 운전대를 조작할 때 자연스러운 감각과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운전대 축과 전기모터가 별도로 떨어져있기 때문에 이따금 서로 반대방향으로 힘을 가하는 간섭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폭스바겐 5세대 골프와 아우디 2세대 A3에 도입됐다.

랙 직동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DD-EPS or DD-MDPS)은 바퀴를 구동하는 축이 모터를 관통한 형태다. 모터가 돌면 양쪽의 볼 순환 웜기어가 돌며 바퀴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유압식과 비슷한 형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한때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조향 축에 직접 힘을 가해주기 때문에 하중이 크거나 큰 조향력이 필요한 차에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압식과 동일하기에는 여전히 모터의 회전 관성력과 지연 등 조향감에서 차이를 보였다. 렉서스의 4세대 LS 초기형에서 이 방식을 사용했다.

(BD-EPS or BD-MDPS)

벨트 드라이브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BD-EPS or BD-MDPS)는 가장 최근에 등장한 방식이다. 기존 방식들은 모두 모터가 기어와 맞물려 조향장치를 움직였다. 반면에 벨트 드라이브 전동 스티어링 시스템은 모터와 조향장치가 톱니를 갖고 있는 고무벨트로 연결되어있다. 고무벨트의 탄성 덕분에 소음을 줄일 수 있고 회전관성에 의한 이질감도 감소시킬 수 있다. 감각적으로 한층 부드럽고 고급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스티어링 전문 제조사 ZF LS(現 보쉬)가 고안했으며, 5세대 3시리즈(E90)를 통해 처음 장착됐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높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는 것에는 제한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완성도

(토요타 86 / 스바루 BRZ에 탑재된 C-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

전체 자동차 역사를 놓고 보면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수 많은 제조사들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한 결과 빠른 속도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단적인 예로 핸들링을 비롯한 종합 주행성능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토요타 86 / 스바루 BRZ는 C-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한다. 단순 스펙만 보면 저가 방식이고 완성도가 낮다는 편견을 가질만 하다. 하지만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리뷰어는 없다. 각각의 구조적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기술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R-타입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해도 그 완성도가 낮으면 C-타입보다 못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제조사들은 단순 스펙만 내세우기보다 본질적인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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