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마법의 양탄자, 벤츠 매직 바디 컨트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4.07.1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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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를 기억하는가? 흔히 ‘닭대가리 광고’로 통하는 이 영상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신형 S-클래스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몸을 잡고 이리저리 흔들고 돌려봐도 머리는 마치 고정이라도 시킨 것처럼 처음 위치를 유지한다. 닭의 머리를 자동차에 탄 승객, 닭의 몸을 자동차의 바퀴라고 생각해보자. 바퀴는 요동을 치고 있어도 실내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술. 이것이 벤츠의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이다.

매직 바디 컨트롤 기술은 우선적으로 각각의 서스펜션을 자유자제로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이 기술을 위해 벤츠는 1961년 300SE에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하면서 차체를 지지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기술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에어서스펜션 자체를 벤츠가 개발한 것은 아니다. 1901년 윌리엄 험프리(William W. Humphreys)라는 인물에 의해 특허등록이 된 이후 1957년 캐딜락 엘도라도 브로엄(Eldorado Brougham)을 통해 최초로 양산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캐딜락보다 4년 느렸지만 벤츠는 에어서스펜션을 꾸준하게 발전시키고 여러 모델에 확대적용 했다. 현재는 에어매틱(AIRMATIC)이라는 이름으로 S-클래스와 E-클래스 뿐만 아니라 얼마 전 출시한 C-클래스에도 에어서스펜션이 탑재되고 있을 정도다.

1998년 등장한 액티브 바디 컨트롤(Active Body Control, ABC)은 공기대신 유체를 활용했다. 전자유압 시스템을 통해 에어서스펜션에서 불가능했던 능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ABC는 유압실린더와 연결된 4개의 서스펜션이 개별적으로 부드럽거나 단단하게 조절할 수 있다. 먼저 차량에 탑재된 4개의 레벨 센서와 3개의 가속 센서 등 총 13개의 센서에서 정보를 조합한다. 이후 차량이 지면과 평행한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프링의 스트럿 압력센서와 컨트롤 암의 평행 센서에 필요한 오일의 양을 계산한다. 그러면 앞 뒤 차축에 위치한 서보 유압밸브가 작동해 정확하게 계산된 오일이 흘러 차체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ABC는 최저 110바부터 최고 200바에 이르는 유압이 0.01초 단위로 바뀌면서 차체가 쏠리거나(롤) 앞뒤로 흔들리는(피칭) 움직임을 상쇄시킬 수 있다. 특히 유압 시스템을 통해 차체의 수평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스태빌라이저가 필요 없다. 여기에 60~160km/h 속도에서는 지상고를 11mm 낮춰 공기저항과 핸들링 성능을 높이도록 설정된다.

ABC의 또 다른 기능은 옆바람에 대한 안정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 바다 위 다리를 지나는 경우 큰 횡풍이 불면 차량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리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ABC는 강력한 횡풍이 감지되면 순간적으로 서스펜션이 롤에 대응하고 수분의 1초만에 스티어링 부하 배분이 달라진다. 이것으로 바람의 영향에도 차량은 곧은 직진 주행이 가능하다.

ABC는 2세대로 변경되면서 부족했던 단점을 보완했다. 기존 ABC가 일반 서스펜션 대비 45%의 롤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면 2세대 ABC는 1세대 ABC 대비 롤을 60%나 감소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전세대보다 훨씬 큰 폭의 능동적 작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 상당히 취약했던 내구성 부분도 일정부분 보완을 해냈다.

하지만 ABC가 아무리 많은 발전을 했다고 해도 한계는 분명했다. 센서를 통해 움직임이 측정된 이후에 대응을 한다는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ABC가 천분의 1초만에 반응했다고 해도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천분의 1초만큼 느린 것이다.

그렇다면 서스펜션이 앞을 볼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모델이 2008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F700 컨셉트다. F700 컨셉트는 가솔린의 압축착화 점화방식을 도입한 디조토(DiesOtto) 엔진을 탑재한 것 이외에 프리-스캔(PRE-SCAN) 서스펜션이라는 새로운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프리-스캔은 차량에 카메라를 부착해 진행방향의 노면을 미리 읽는 기술이다. 노면의 울퉁불퉁한 정도를 감지하고 현재 진행하는 속도를 계산해 “몇 초 후 몇cm 높이의 요철을 지날 것이다”라는 정보를 ABC에 전달한다. 이 정보를 받아들인 ABC는 프리-스캔이 알려준 정보대로 서스펜션의 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5월, 벤츠는 6세대 S-클래스를 공개했고 프리-스캔의 양산형 명칭인 RSC(ROAD SURFACE SCAN)와 ABC를 통합시킨 새로운 기술을 함께 선보였다. 그리고 이 기술을 마치 마술과 같다고 하여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이라고 이름 붙였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전면 윈드실드 위에 부착시킨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해 노면정보를 읽어 들인다. 이 스테레오 카메라는 차량 전방 15미터의 노면을 읽어 들이고 이 기록을 매직 바디 컨트롤의 컨트롤 유닛에 전달한다. 컨트롤 유닛은 영상정보와 운전상황을 바탕으로 노면을 타고 넘을 전략을 세운다. 이 스테레오카메라가 1시간동안 기록하는 데이터만 300기가바이트에 이른다.

컨트롤 유닛이 미리 개별적으로 각 바퀴가 갖춰야 할 댐핑 강도를 결정하면 ABC가 수초 후 맞닥뜨릴 요철에 대비한다. 그리고 요철에 닿는 순간, 순간적으로 댕핑 압력을 변화시켜 차량 실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간다. 이 때문에 매직 바디 컨트롤은 마법의 양탄자(Magic Carpet)라는 별명도 생겼다.

물론 매직 바디 컨트롤이 만능은 아니다. 카메라가 전방 상황을 관찰하기 때문에 낮과 밤에 노면정보를 읽는 정도가 다르다. 또, 카메라의 시야가 가려지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카메라가 읽은 노면정보를 읽고 분석한 후 서스펜션이 감쇄력을 변경시킬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130km/h 이내의 차량 속도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한계도 있다.

매직 바디 컨트롤은 S-클래스 쿠페를 통해 또 다른 기능이 추가됐다. 코너 주행에 따라 차량의 기울기를 제어하는 기능인 액티브 커브 틸팅(Active Curve Tilting) 기능이다. 이 기능은 바이크나 스키 선수가 몸을 기울이며 코너에 들어가는 움직임에서 기인한 것으로, 매직 바디 컨트롤과 더불어 양산차 최초의 기술이다.

액티브 커브 틸팅 기능 역시 윈드실드의 스테레오 카메라가 노면정보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전방 15미터 이내 코너 구간에 접근했다고 인식하면 횡사속 센서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차량의 주행 속도와 전방 코너의 각도 및 기울기 등을 계산한 후 ABC에게 다가올 코너에 대해 대응하라는 명령을 보낸다. 명령을 받은 ABC는 코너의 바깥쪽 서스펜션을 강제로 들어올린다. 이렇게 들어올려진 서스펜션을 통해 차량은 최대 2.5도 기울어지게 된다.

수많은 노면 요철에 대응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액티브 커브 틸팅 기능은 30km/h 저속구간부터 최고 180km/h의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작동한다. 벤츠는 이 기술을 보다 빠른 코너링 속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탑승자의 편안함과 새로운 운전 경험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매직 바디 컨트롤은 53년간 발전시켜온 전자제어 서스펜션 기술의 정점을 확인시켜줬다. 더불어 닭 광고를 통한 최소한의 유머와 앞서나간 자의 여유도 보여줬다. 이쯤 도면 닭도 보통 닭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빨리 달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는 것도 강조한다.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어지간한 차량보다는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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