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수 보증, 아반떼는 평생, 싼타페는 5년만?

  • 기자명 김기태PD
  • 입력 2013.09.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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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및 기타 차종 누수 보증기간 및 보증 범위 확대해야

싼타페DM의 누수로 홍역을 치르고 현대차. 이와 같은 누수는 싼타페DM 뿐 아닌 다른 차량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마저도 곤혹스러운 지경이다. 이에 대해 현대 기아차가 꺼내든 카드는 누수에 대해 5년간 보증한다는 것.

반면 최근 아반떼 엔진룸 누수에 관련해서는 파격적인 평생 보증을 내세웠다. 같은 누수를 두고 이처럼 다른 보증 기간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진룸은 후드에 가려져 있지만 하단 부분은 오픈 된 상태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도 대기 중에 노출되어 있다. 다시 말해 비 오는 날 차를 달리게 되면 엔진룸 하부 또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통해 물이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각각의 브랜드들은 엔진룸 각 부속에 대한 기본 방수 처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배터리 등 직접적인 전기 계통 부위를 제외한 일부에 대해서는 물청소가 가능하기도 하다.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차량들의 엔진룸을 보면 하나 같이 깨끗하게 세척이 되어 있다. 특정 클리너 및 걸레 등으로 정성스레 닦은 것일까?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석유 등의 휘발성 액체를 고압으로 분사해 세척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기본 방수가 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

이번 아반떼 엔진룸의 누수 문제 역시 품질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물이 들어와서는 안되지만 유입된다고 해도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최종 내놓을 결과는 뻔해 보인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줘왔는데 이번 사안처럼 별다른 문제를 찾아내기 힘든 경우라면 자신 있게 면죄부를 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소비자의 편이었다면 그랜저 등을 비롯한 배기가스 유입 등의 문제부터 보완토록 했어야 한다.

현대기아차 역시 이런 엔진룸의 기본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이 들어온다 해도 그로 인한 파생 문제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 이것이 이번 평생 보증을 자신한 이유다.

반면 더 고가의 최신 모델인 싼타페DM의 누수 문제에 대해서는 5년의 보증기간만 제공될 뿐이다. 왜 같은 누수를 두고 이처럼 보증에 대한 차이가 커지는 것일까?

엔진룸 누수 자체가 구조적 문제던 혹은 품질 문제던 그로 인한 파생 문제의 가능성이 낮다. 반면 싼타페처럼 실내로 번진 누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고 그에 따른 파생 문제 역시 예상하기 어려워 진다. 또한 이미 드러난 것처럼 누수 발생 가능 부위도 많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증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누수 관련 보증을 연장한다고만 되어 있고 이로 인해 파생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진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누수가 있을 경우 해당 부위를 찾아 막아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실내로 유입된 물이 뒷좌석 바닥에 고여 썩었다고 가정해보자. 오염된 바닥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정상적으로 처리 하려면 시트 등을 모두 떼어낸 후 바닥재를 다시 깔고 마감까지 해야 한다. 이는 시간과 예상외의 비용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누수로 인해 유입된 물이 내부 패널을 부식시켰다고 가정하자. 이는 더 복잡한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차체를 바꿔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수 문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위한 체계화 된 보상 대책이 있는 걸까?

또한 누수로 인해 내부 패널이 부식되어 몇 년 후 차체 부식 문제가 불거진다면? 다양한 문제의 처리는 이뤄지게 될까? 모든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보증 범위의 설정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운행 중인 트라제 XG를 유심히 살펴보자. 패널 등에 녹이 없는 깨끗한 차를 보기 힘들다. 각 패널이 심각하게 부식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사실상 제조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공식적인 사과 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뉴스 보도 등을 통해 피해 사례만 공개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트라제XG는 단종된 지 10년쯤 된 차량일까?

정리해 보자. 당연히 없었어야 할 누수 문제의 보증 기간을 5년으로 늘렸다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다. 또한 늘어난 보증기간이 누수 부분에만 해당할 뿐 전체적인 보증 범위가 커진 것도 아니다. 결국 누수 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얻어낸 것은 형식적인 보증이라는 것이다.

또한 보증의 중심 내용이 누수 부위만 막아주는 것이라면 더더욱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 될 것이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 또한 소비자들에 대해 죄송스런 마음을 갖는다면 싼타페를 비롯한 기타 차량들의 누수에 대한 보증 역시 최소 10년 이상으로 늘려줘야 한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자사 제품을 구매해준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한 소비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알고 제조사 측에게 확실한 보증 범위의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시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5년 한정의 물막이 약속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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