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기아 K9, 아우디와 BMW 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목

  • 기자명 오토뷰| 김기태PD
  • 입력 2012.04.0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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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각 대리점을 대상으로 자사의 고급 세단 K9에 대한 예상 가격표를 배포했다고 알려졌다. 이 가격표에 따르면 K9의 가격대는 3.3엔진 채용 모델을 기준으로 5,300만원선에서 시작해 최상위 트림은 8,750만원 정도의 값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등급처럼 모기업인 현대차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 위치하는 높은 수준이다. (논란이 많지만 차량 사이즈는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 휠베이스는 에쿠스와 다르지 않다.)

엔진 배기량이나 클래스가 다르다해도 수입차 인기 모델에 속하는 BMW 5시리즈가 6천만원대 초반서 시작해 1억원초반의 값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K9의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쉽게 알 수 있다.

BMW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반면 기아차를 BMW, 벤츠, 아우디 등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해주는 시장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사실상 K9의 가격을 3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인 아우디 A6와 비교해 보면 가격에 대한 황당함이 더 커진다. 아우디 A6의 최상급 트림인 3.0 TFSi Quattro의 가격은 7,800여만원 수준.

기아차가 K9에 대해 국내와 같은 자신감을 표현할 수 있다면 북미 시장서도 7만불 이상의 가격표를 붙여야 한다. 하지만 이 가격에 K9를 구입할 용감한 미국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기아차 미국 임원들조차 7만불 이상의 값을 지불하며 K9을 구입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약 K9의 미국 판매가격에 7만불 이상이 붙여지고 시장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단숨에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를 능가하는 국산 브랜드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반면 국내서만 높은 가격을 받으려 한다면 역시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것을 인정하는 얘기 밖에 안될 것이다.

국내 시장서 현대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부동의 1위다. 그렇기에 현대 기아차의 새로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커질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번 황당 가격표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진다. 비싸면 좋다고 생각하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K9이 얼마나 좋게 비춰질지 모르지만 소위 말해 ‘과시용’으로 차를 타려는 소비자에게 BMW, 벤츠, 아우디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물론 고급차의 순수 가치보다 큰 차체만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K9의 매력이 크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가지 변수가 있다. 세계 최초의 다양한 신기술 적용과 더불어 종합 성능적 측면서 BMW 등의 유럽 프리미엄사들의 상품 경쟁력을 능가하는 경우다.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한 그런 기술이 있었다면 현대차의 고급 상품에 쓰였을 것이다.

K9이 인터넷 은어 중 '호객님'들이라 불리는 부류를 위한 전용의 비싼차라면 모르겠지만 현재의 가격대는 여러가지 이유로 수긍이 어렵다. 특히 3.8 노블리스급 이상 구입자들을 호객님 1순위로 지목하고 싶다. 적어도 1천만원 이상 낮은 정상적인 가격이 다시금 시장에 나돌기를 바란다.

만약 현재의 가격으로 최종 판매가 이뤄지고 상급 그레이드 모델들의 판매량이 발표된다면 우리네 주변에 얼마나 많은 '호객님'들이 존재해왔는지 헤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K9 역시 차값 올리기에 당당히 나선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기아의 신차 K9이 BMW의 디자인을 모방한 고가의 SA급 짝퉁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K9의 각 트림별 예상 가격대는 다음과 같다.

기아 K9 3.3

프레스티지 : 5,300만~5,400만원대

노블레스 : 5,900만~6,000만원대

노블레스 스페셜 : 6,400만~6,500만원대

기아 K9 3.8

프레스티지 : 6,350만~6,450만원대

프레스티지 스페셜 : 6,850만~6,950만원대

노블레스 : 7,250만~7,350만원대

노블레스 스페셜 : 7,750만~7,850만원대

프레지던트 : 8,650만~8,7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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