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변속기가 만들어 낸 힘은 타이어를 통해 지면에 전달된다. 아무리 좋은 차, 빠른 차도 타이어의 성능이 떨어지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 이유로 신차 개발 때 전용 타이어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 팀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타이어를 비교, 분석해 왔다. 내부 노하우 및 DB 확보 차원에서 테스트했지만 성능 분석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오랜 시간 노하우를 쌓아야 제대로 된 시각을 갖게 된다. 최초 타이어 테스트는 지난 2007년에 이뤄졌고, 이후 2015년부터 본격 비교에 나섰으니 올해로 8년째 비교해 오고 있는 셈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국산 제조사 3인방의 최고급 타이어 비교 시험이었다. 금호 마제스티9, 넥센 엔페라 AU7, 한국 벤투스 S2AS를 비교했는데, 당시 종합 밸런스에서 금호 마제스티9이 최고점을 받았다. 그 덕분인지 마제스티9의 시장 이미지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 2019년의 일이다. 이후 겨울철 노면에서 추가 시험을 했는데, 여기서도 마제스티9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고의 자리를 굳혔다.

이후 한국 타이어가 벤투스 S2AS의 성능을 강화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마도 금호에 패한 뒤 칼을 갈았던 모양이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각의 타이어 제조사들은 시기에 따라 타이어를 개량한다. 단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 팀은 다시금 이들을 재검증하기로 했다. 마침 넥센의 엔페라 AU7도 성능 강화를 하고 시장에 나왔다.

이번 비교를 진행하며 시장에 나온 금호 마제스티X, 벤투스 evo Z AS도 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지금의 마제스티X는 실험적 성격이 강한 모델로 올 하반기께 최종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한국 벤투스 evo Z AS는 성능 지향형 모델이다. 비교 대상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AS, 콘티넨탈의 DWS06+ 정도가 맞다.

그래서 이번엔 기존 타이어의 재평가에 비중을 실었다.

시험용 차는 국내 시장에서 많이 팔린 제네시스 G80이다. 후륜구동형, 엔진은 3.5리터 급 모델이다.

타이어 규격은 제네시스에 맞춰진 19인치 급으로 전륜 245/45 R19, 후륜에 275/40 R19를 썼다.

점수는 순위에 따라 10, 9, 8점이 주어지며 성능 차이가 미미할 경우 동점, 소폭 차이가 날 경우 0.5점이 가점을 주는 것으로 했다.

이제 최고급 타이어들의 2라운드를 시작해 보자.

각 타이어의 DOT(생산 주차)는 다음과 같다.

다들 유사 시기에 나온 타이어다. 혹시 성능 개선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반영했을 최신 제품들이다.

(하단부터는 편의상 금호 TA91(마제스티9), 넥센 AU7, 한국 S2 AS로 표기)

타이어 무게 및 양산 편차

앞뒤 규격 차이에 의해 앞뒤 타이어 간 차이가 난다. 너비가 넓은 뒤 타이어가 평균 1kg가량 더 무거운 편이었다.

무게는 TA91과 S2 AS가 비슷했고, 넥센 AU7이 조금이나마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다. 휠 타이어의 중량 저감은 자동차의 순발력을 높이고 연비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 이에 넥센이 소소하게 점수를 따며 경기를 시작했다. 생산에 따른 무게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3사 제품 모두 편차가 없었다.

트레드 경도

트레드 패턴의 경도를 보자. 이를 통해 타이어 성능 일부를 예측할 수 있다. 양산차에 쓰인 다양한 타이어의 경도를 확인해 보면 수치에 따른 특정 성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경도 값이 평가 항목은 아니다. 참고만 하면 된다. 경도 값이 높으면 단단한, 값이 낮으면 부드러운 패턴을 가진다.

TA91과 AU7은 부위별 경도가 동일했다. 반면 S2 AS는 내측과 외측이 달랐다. 이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멀티 패턴을 쓴 경우다. 값비싼 고급 타이어들은 각 영역의 컴파운드를 달리해 최적화 된 성능을 끌어낸다. 하지만 생산에 어려움이 많아 범용 타이어에는 잘 쓰지 않는다.

두번째는 품질 문제다. 타이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위의 경고가 높게 또는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본딩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 타이어의 케이스는 후자 가능성이 높다.

이제 본격 시험에 들어가자.

제동 성능 / 마른 노면

시험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멈추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계측기 최대 오차 범위는 3cm 미만이다. 마른 노면 제동 시험 결과 한국 S2AS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다른 타이어 비교 때도 한국 제품들이 제동에서 좋은 성능을 보일 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금호 TA91 보다 1m 이상 짧은 제동거리를 보였고, 최장거리를 기록한 넥센 대비 무려 2.6m 이상 차이가 났다.

제동 성능 / 젖은 노면

이번에는 젖은 노면(빗길)에서의 시험이다. 시속 80km에서 멈출 때까지가 기준이다. 여기서도 S2AS가 최단 거리를 보였다. 2위는 넥센 AU7인데, 그럼에도 S2AS 대비 2m에 가까운 성능 차이를 냈다. 최하위는 금호 TA91인데, S2AS 대비 약 3m 가까이 밀렸다.

결론적으로 종방향 성능(제동)에서는 한국 S2AS가 압도적인 성능을 냈다.

핸들링 / 마른 노면

마른 노면 핸들링 성능 평가 때는 여러 가지를 확인한다. 단순히 스티어링 휠(핸들)만 돌려보는 것이 아니라 가속페달 온 오프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 스티어링 인풋(조향 값)에 따른 미세한 거동도 평가 대상이다. 타이어의 선형성, (언더 및 오버) 스티어 특성, 레인 체인지 때의 차체 거동, 브레이크 조작 때의 타이어 움직임과 밸런스도 확인한다. 이 밖에도 시속 160km 내외에서 가속 페달 온 오프에 따른 차체 밸런스, 코너링 때의 강성감 등등 많은 영역을 평가 대상으로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마른 노면 핸들링에서도 S2AS가 만점을 챙겼다. 스티어링 응답성이 양호했고, 선회 후 복원성, 스티어 특성도 3사 제품 중 가장 뉴트럴에 가까웠다.

금호 TA91은 S2AS 대비 응답성이 약간 떨어졌으며 상대적으로 요(yaw)가 느껴졌다.

넥센 AU7은 다양한 조향 조건에서 밸런스 측면에서 아쉬움을 보였는데, 특히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응답성이 느렸다. 또한 다른 타이어 대비 롤이 컸으며 일부 가혹 조건에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그렇게 마른 노면 핸들링에서는 S2AS, TA91, AU7 순으로 점수가 주어졌다.

핸들링 / 젖은 노면

젖은 노면에서 시험했는데, 시험장 여건상 많은 비교를 하긴 어려웠다. 해외 시험 기관과 달리 국내는 젖은 노면 시험에 제한이 많다. 이에 젖은 노면에서의 직진성과 코너링 때 높일 수 있는 속도에 의미를 두고 시험을 마무리했다.

그 결과 S2AS의 젖은 노면 한계가 가장 높았다. 직진성에서도 소폭 차이를 보였지만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안정적인 주행감에서도 경쟁력을 살렸다. 쉽게 말해 다른 타이어 대비 배수성능이 좋았다는 얘기다.

코너링 한계

코너링 한계 시험은 둥근 원을 돌아가며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TA91이 가장 높은 한계를 보였다. 고속에서 급하게 차선을 변경할 때도 가장 높은 한계점을 보였는데, 이 결과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그다음으로 S2AS, AU7이 순위를 챙겼다.

정숙성

우리 팀의 정숙성은 3가지를 기준으로 한다. 첫 번째 실내서 측정된 소음이다. 2개의 계측기를 통한 평균값을 구해 가장 낮은 dBA(데시벨)을 기록한 타이어에 점수를 준다. 두 번째는 사람이 느끼는 체감 소음이다. 계측기는 다양한 소음 영역(Hz)을 읽어 표출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영역대에는 제한이 있다. 따른 일부 결과는 다른 소음에 상쇄되기도 한다. 이에 사람이 느끼는 소음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세 번째는 밖에서 들리는 소음이다. 운전자에게는 상관없지만 소음 공해를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의미가 있다. 우리 팀은 도로 요건에 따라 임의 규격(차량과의 거리)을 설정해 시험한다.

계측기를 통한 실내 소음에서 S2AS와 TA91이 유사한 성능을 냈다. 둘 다 수준급이다. 반면 넥센 AU7은 이들 보다 소음이 조금 많았다. 사람이 느끼는 정숙성에서는 여기서는 S2AS, TA91, AU7 순으로 나왔다. S1AS와 TA91의 격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미미하게 구분될 수준이었다.

AU7의 내부를 보면 폼이 둘러져 있다. 과거엔 3개의 폼을 달아 공명음을 잡고자 했는데, 지금은 전체 면적(일부 제외)을 두르고 있다. 그러나 폼을 통한 경쟁력이 빛은 못 봤다.

외부로 퍼지는 소음은 어떨까? 여기서는 AU7이 가장 조용한 소음을 보였다. 반면 지금까지 상위권을 달리던 S2AS가 아쉬운 결과를 냈다. 이 결과가 이상하다고 느낄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소음과 소음이 만나 상쇄되거나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의외로 결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 팀도 과거엔 이런 결과에 의문을 가져 일부 자동차 및 타이어 제조사 연구소에 문의했던 일이 있다.

승차감

승차감 평가도 2가지로 한다. 하나는 계측기를 통해 차체로 전달된 진동 값을 읽는 법, 두 번째는 승객이 느끼는 승차감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 시험은 고속 및 저속 주행, 과속 방지턱 등을 넘으며 시험한다.

종합 점수를 내본 결과 S2AS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충격 완화 능력, 적당한 강성감도 승차감 확보에 도움을 줬다.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TA91이다. AU7은 여기서 점수를 잃었다. 물론 승차감이란 항목 하나로 최종 점수를 정리했기에 다른 타이어 대비 1~2점 차이로 정리됐지만 하나의 항목별로 보면 사실상 열세였다. 넥센은 AU7을 단종 시킬 계획이다. 그 때문일까? 현재 상황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였다.

눈길 가속 성능(겨울 노면)

이제 4계절 타이어 테스트의 마지막 시험장, 겨울 노면으로 가보자. 순서상 가장 마지막으로 정리했지만 우리 팀은 이 시험을 가장 먼저 진행했었다.

시험 당일 노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시험에는 (단단하게 누른) 압설이 필요한데, 기온이 소폭 올라 소프트한 환경에서 테스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타이어가 동일한 노면에서 시험되었기에 조건 자체는 동일하다.

첫 번째 시험은 눈길 가속이다. 미끄러짐 없이 눈을 움켜쥐고 달려야 빠른 성능을 낸다. 여기서는 (예전처럼) 금호 TA91이 가장 빠르게 트랙션을 잡아냈다. 금호는 눈길에 강하다는 평을 얻어왔다. 특히 윈터 타이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4계절 타이어도 트랙션 확보 측면에서 좋은 능력을 보였다.

눈길 제동 성능(겨울 노면)

눈길 위에서의 제동 능력은 어떨까? 눈길에서 구동을 못해 허우적거리는 것도 문제지만 제동은 사고를 당하느냐 피하느냐의 상황을 만든다.

눈길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 계속 미끄러져 진땀 좀 뺐다면 중요성을 알 것이다.

드디어 지금까지 침묵하던 넥센 AU7이 능력을 보였다. 금호 TA91과 비교해도 60cm 이상, 한국 S2AS와 비교하면 2m를 넘어선 성능 차이를 냈다. 넥센이 사고를 피했다면 금호는 범퍼 스크래치, 한국은 파손 견적서를 받을 수준이다.

눈길 핸들링 및 회복(겨울 노면)

마지막은 눈길 핸들링이다. 또한 스티어링 급 조작 후 리커버리(회복) 과정을 본다.

그 결과 S2AS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약간의 차이로 AU7과 TA91 순위를 지켰다. 쉽게 말해 운전자가 요구하는 응답성 부분서 한국이 앞섰다는 얘기다.

시장 가격

우리 팀은 각 타이어 전문점에 가격 문의를 했다. 금호 타이어 프로, 넥센 타이어 테크, 한국 티스테이션 등이다. 지역 군을 나눠 같은 지역에 있는 타이어 전문점에 문의를 한다. 또한 여러 곳에 문의해 평균 가격을 낸다. 가격은 275/40 R19 규격, 장착비 포함이다.

가격에서는 넥센이 앞섰다. 금호와의 차이는 평균 1천 원, 한국과는 본당 1만 원 차이를 보였다.

최종 정리 및 추천 타이어

우리 팀은 제네시스 G80을 시험 차로 이번 시험을 진행했다. 애초 오늘 비교한 타이어의 주요 소비자층도 국산 고급차 및 수입 세단 소비자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국산 준중형~준대형급 세단 소비자 중에서도 타이어의 중요성을 아는 층이 찾아 쓰는 제품군이었다.

수입 타이어 중에도 좋은 제품들이 많지만 국산 타이어의 장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과거엔 가격만 쌌지만 이제 성능도 뒷받침된다.

이에 이번 결과를 토대로 우리 팀은 국산 최고급 4계절 타이어로 한국 벤투스 S2AS를 추천한다.

하나의 타이어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연구원들이 노력을 보탠다. 기획에서 설계, 생산, 시험, 그리고 보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노력이 이와 같은 비교를 통해 조금이나마 드러났기를 바란다. 한국 타이어 S2AS 개발진들 수고했다는 얘기다. (개발 본부장이 회식을 시켜 주길 바라며… 회식은 한우 추천!)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는 미쉐린이 무조건 최고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그러나 직접 시험을 하며 여러 타이어를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물론 스포츠 타이어 세계에서는 정상급이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는 잘하는 영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다. 포르쉐가 잘 달리지만 승차감에서 최고는 아닌 것처럼. 우리 제품들이 유명 외산 타이어를 능가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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