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에 일부 먹혔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계약을 해도 1년 정도 대기해야 하는데,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며 차 값은 더 비싸지는 중이다. 이제 아이오닉 5 같은 대중 전기차도 5천만 원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의 충전 불편…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나만을 위한 전용 충전기를 보유한 소비자도 있겠지만 0.01%의 극소수층 얘기다.

이런 환경 영향 덕에 LPG 차량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LPG SUV가 인기다. QM6 LPe의 2022년 상반기 판매량은 1만 312대였다. QM6 전체가 1만 6416대 팔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LPG 모델의 판매 비중이 쉽게 계산된다. 이 시장이 탐난 기아도 스포티지에 LPG를 추가했다. 그리고 여론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금을 투입하는 중이다.

2023년형 QM6의 변화는 실내에 초점을 맞춘다. 고급형 프리미에르 트림이 눈에 띄는데, 알칸타라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앞좌석과 뒷좌석 시트 숄더, 센터 암 레스트, 도어 암레스트 등에 블랙 알칸타라 내장을 썼는데 기본 사양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시트에 알칸타라 태그(tag)도 붙였다.

요즘 국산차 시장은 당황스럽다. “소비자 선호 옵션 기본화”, “상품성 개선”이라는 그럴싸한 표현을 쓰며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말이 상품성 개선이지 기존에 있던 편의 장비 넣고 가격을 올린 것이다. 그래도 르노코리아는 ‘알칸타라’를 추가하는 노력이라도 했다.

알칸타라는 인공 섬유다. 스웨이드와 비슷한 질감인데, 스웨이드는 천연가죽을 소재로 한다. 알칸타라는 스웨이드 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 오염에도 강하다. 부드러운 털이 많아 불에 잘 탈 것 같지만 난연성 소재이기에 화재에도 강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동물의 생명도 요구하지 않는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어 친환경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렇게 보면 단점이 없는 완벽한 소재 같다. 하지만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자동차 영역에서 아쉬움을 꼽자면 냄새다. 특히 땀이 많은 사람들이 주의해야 하는데, 배출된 땀과 같은 오염물질이 알칸타라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쾌쾌한 냄새를 만들 수 있다. 알칸타라가 통기성이 좋다고 해도 밀폐된 실내에서는 제한이 따를 수 있다.

QM6로 돌아와 다른 점도 보자. 르노코리아는 이전부터 도넛형 LPG 탱크를 탑재하고 있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 훼손이 없다.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다른 연료 대비 트렁크 높이가 살짝 높다는 것 정도다. 르노코리아는 가솔린 모델 대비 80% 수준의 공간을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운전을 할 때, 주행이 편하다. 여기서 편하다는 것은 안락함이 아닌 스티어링 휠(핸들), 각종 페달 등 조작 계통의 만족도를 뜻한다.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를 떠올려보자. 이들은 2.2리터 디젤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쓴다. 반응이 느리고 덜덜거리는 디젤엔진, 여기에 초기 구동 초기에 울컥거림을 만드는 변속기 적용에 따라 아쉬움이 생기게 된다. 결국 이런 특성에 길들여져야만 스트레스를 피해 갈 수 있다. 드물지만 저속 승차감 문제 때문에 차량 교체를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QM6는 자연 흡기 가솔린, LPG 엔진에 CVT(무단) 변속기를 쓴다. 디젤 모델과 비교하면 민감하다고 느낄 정도로 엔진 반응성이 좋다. 변속 충격이나 경사로 밀릴 걱정도 없다.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의 성능은 그대로다. 2.0리터 LPG 엔진은 140마력과 19.7kgf·m의 토크를 만들어 낸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2~3초 후 시동이 걸리는데 이를 제외하면 가솔린 엔진과 같다. 과거엔 LPG 컷 스위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편하게 시동 걸면 된다.

시동이 걸렸지만 조용하다. 고급 대형 SUV 부럽지 않은 수준의 정숙성. 우리 팀이 측정한 아이들 소음은 약 35dBA 수준이었는데,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90이 동일 환경에서 34.5dBA을 보인 바 있다.

윈드실드(앞유리)와 앞좌석, 뒷좌석 측면 윈도까지 2중 접합 유리를 사용해 풍절음을 줄인 것도 정숙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부가적으로 대시보드 내부 인슐레이터를 변경해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줄였다. 확실히 정숙성에 신경 쓴 티가 난다.

소비자 입장에서 LPG 엔진을 보자.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엔진 성능이다. 언덕에서 허덕거리지 않을까? 가속이 답답하진 않을까? 직접 경험해 보면 걱정이 사라진다.

엄밀하게 따지면 부족한 엔진 성능을 CVT 변속기가 보완해 준다. 일반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로 환산하면 7~8단 정도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데, 저속에서는 힘 있게, 고속에서는 엔진 회전수를 낮춰 효율을 높여준다. 분명 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에서 부족함 없는 성능임에 분명하다. 오히려 생각(기대)보다 잘 나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과거 CVT 적용 모델들은 뭔가 어색한 가속감을 보였다. rpm을 최대한 높인 후 속도만 올리는 CVT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현상은 없다. 속도가 상승에 맞춰 엔진 회전수도 동일하게 상승하고 변속 이점에 rpm을 낮추는 등 일반 자동변속기 같은 느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동 조작 모드를 사용해 7단 자동변속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동변속기 같은 느낌을 만든 것은 효율성 때문이 아닌, 운전자의 감성을 위한 것이다. 효율도 중용하지만 운전자가 갖는 불만을 없애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힘의 한계가 분명해진다. QM6 LPe는 중저속 영역에서, 그리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도 큰 힘을 내도록 튜닝 됐다. 때문에 끝까지 페달을 밟았다고 추가적으로 극적인 힘이 나오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성능을 보자. 이에 소요된 시간은 12.71초. 2.0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QM6 2.0 GDe가 11.14초, 2.0 디젤 엔진이 탑재된 QM6 2.0 dCi가 9.01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다만 CVT 특성에 의한 가속시간 증가를 감안해야 한다. 가속 시험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페달을 함께 밟고 브레이크 페달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CVT는 이때 동력을 빠르게 체결하지 못해 가속 기록이 늦춰진다.

QM6에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주행감각이다. 부드럽지만 잡아줄 때는 확실히 잡아준다. 승차감은 적정 수준인데 매우 부드럽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나름대로 균형감을 잡은 것인데, 이는 주행 안정성과 타협하기 위해서다. 특유의 핸들링 성능을 잃지 않으면서 발생한 충격을 잡기 위한 것으로 나름대로 셋업 값을 잘 찾았다.

최근 현대가 내놓은 신차를 보면 주행 안정감을 뒤로하고 물렁거리는 서스펜션을 만들어 쓴다. 심지어 고속에서 직선으로 못 달리는 차도 있다. 냉정히 말하면 90년대 스타일이다. 한편으로 과거로 회귀한 소비자 취향 때문일 수도, 그 취향을 사랑하는 고위급 임원 취향일 수 있지만 자동차의 종합 성능 면으로 보면 퇴보했다.

QM6의 속도를 높여보자. 일상에서 잘 부각되지 않지만 코너가 많은 도로에 들어서면 ‘괜히 르노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의 균형감, 안전하지만 날렵하게 라인을 그린다.

코너를 얼마나 높은 속도로 돌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차체가 정확하게 움직였는지가 중요하다. 앞뒤 차축 간에도 균형이 잘 맞다. 사실 어려운 얘기다. 앞축의 움직임 이후 뒷축이 따라오는 시간, 감각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얘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균형이 나쁘면 차가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준다. 최근 중형 SUV들이 크고 길어지면서 후륜 축임 늦게 따라오는 경우를 본다. 좋은 모습이 아니다. 반면 QM6는 여전히 빠르고 날렵했다.

서스펜션 조율도 잘 됐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 요철을 밟을 때 차량의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QM6는 운전자가 인지할 정도의 정보를 전달하면서 차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험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일부러 급하게 많이 조작해도 차체가 휘청거리지 않았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동급에서 가장 힘이 없는데 굽이치는 코너가 많은 와인딩 로드에서 강점이 부각된다니. 이런 것이 노하우고 기술력이다. 최신 편의 장비 탑재 등등 우리 시장 기준에서 르노는 개념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은 노하우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해치백으로 뉘르부르크링 최고 기록을 세우는 한편, F1까지 하는 제조사가 아닌가?

이제 단점이다. 코너를 돌아가는 속도 자체가 허무했다. 타이어 성능이 너무 나빴다. 예상한 코너링 속도 보다 한계가 낮아 미끄러짐이 심했다. 타이어 성능 저하는 제동 거리에서도 나타난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한 최단거리는 43.65m였다. 이상하다. 지금까지의 QM6는 짧으면 38m 대. 평균적으로 40m 대 수준의 제동거리는 보였다. 그런데 2023년형 QM6에서 갑자기 제동거리가 3m 가량 늘었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프리미엄. 225mm 너비와 19인치 크기다. 지금까지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든 QM6는 동일한 타이어, 규격을 사용했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속단할 수 없지만 타이어의 성능 저하, 원가 절감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이 문제가 QM6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조용하고 잘 달리며, 동급 경쟁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도 높으니까. 특히 운전을 했을 때 높은 완성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게 해준다. 단순히 싼타페나 쏘렌토 보다 작다고 무시당할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지도 않다.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기어 레버 아랫부분에 달아 사용할 때 불편하다. 스티어링 칼럼에 오디오 컨트롤러가 자리한다는 점, 뒷좌석 열선 버튼이 센터 암 레스트에 있다는 것도 아쉽다. 일반적이지 않은 버튼 배치는 바뀌어야 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와 반응 속도도 개선되긴 했어도 최상급은 아니다.

ADAS 기능의 한계도 약점이다. 우선 LPG 모델에서 선택할 수 없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차 및 재출발이 안된다. 시속 50km 이상에서 활성화, 시속 40km 이하에서 해제되는 방식으로 고속도로에서나 유용하다. 경쟁사인 현대차에서 정차 및 재출발이 불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쓰는 것은 고가의 경차 캐스퍼 정도다.

물론 효율성과 주행거리 부분은 강점이다. QM6 LPe는 1회 충전으로 534km 가량을 달린다. 이는 공인연비 기준이며, 효율적인 운전을 한다면 600km 주행도 가능하다. 요즘 나오는 값비싼 전기차보다 훨씬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QM6 LPe에는 가솔린이나 디젤 버전처럼 트립 컴퓨터가 달린다. 중요한 것은 주행 가능 거리를 보여준다는 것. LPG 엔진은 연료 특성상 오차가 발생하기 쉬운데, 르노코리아는 정밀도를 높였기에 이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LPG 차량 특성상 가솔린 대비 연비가 낮아 80~90km 정도부터는 주행 가능 거리 안내 기능이 꺼진다.

이제 살 만한 QM6 LPe의 구성을 보자. qM6 LPe는 기본형인 LE, 중급 트림 RE 시그니처, 최상급 트림인 프리미에르로 나뉜다. 우리는 RE 시그니처 트림을 추천한다.

냉정히 RE 시그니처 트림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기본형 LE 트림은 후방카메라조차 없다. 뒷좌석 USB 포트와 ADAS 기능도 빠진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중형급 패밀리 SUV라고 보기 힘들다. LE 트림에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RE 시그니처 트림과 비슷해진다.

처음부터 RE 시그니처 트림을 선택하는 것이 득이다. 각종 ADAS 기능이 추가되며 리어램프도 모두 LED로 변경된다. 가죽 시트로 마감되며 시트, 공조시스템, 멀티미디어, 사운드 시스템까지 모두 좋아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RE 시그니처 트림의 가격은 3157만 원. 8.7인치 S-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74만 원), 전동식 트렁크(70만 원), 파노라마 선루프(108만 원)를 추가하면 가격이 3400만 원이 넘어간다.

2019년 QM6 LPe가 출시됐을 당시 가격은 2376~2946만 원이었다. 2800~3000만 원 정도면 만족스러운 구성으로 구입이 가능했고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해도 3200만 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최상급 트림의 시작이 3100만 원대부터다.

3년의 시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는 부품 문제와 인플레이션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르노코리아에게 하는 말이 아닌, 현재 자동차 업계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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