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바뀐 애스턴 마틴 로고, 어디가 바뀐 걸까?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7.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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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의 로고가 20년 만에 바뀌었다. 올해로 102년째 브리티시 GT를 제작해오고 있는 애스턴 마틴의 로고 변천사와 함께 새로운 로고를 살펴보자.

벤틀리, 미니, 크라이슬러 그리고 제네시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모두 날개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육상을 달리는 자동차에 왜 날개를 상징물로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주 근사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날개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또 있다. 바로 애스턴 마틴이다.

애스턴마틴이 날개를 상징으로 사용한 것은 거의 100년 전의 일이다. 올해로 창업 102년째를 맞이한 이들의 첫 번째 로고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지금 보이는 로고가 바로 1920년 애스턴마틴이 처음으로 사용한 로고였다. 원 안에 A와 M을 겹쳐서 사용했는데 단순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멋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로고는 7년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1927년에 들어서 이들은 Aston Martin에서 M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윙 로고를 디자인했고 이때부터 애스턴 마틴의 상징은 날개가 되었다. 하지만 이 로고도 그리 오래 사용하진 않았다. 고작 3년 만에 좀 더 날개 같아 보이는 디자인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다시 2년 후인 1932년, 비로소 우리가 기억하는 애스턴 마틴의 윙 로고가 적용됐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이 날개는 조류의 날개가 아니다. 애스턴 마틴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이 날개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풍뎅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촘촘하게 그어진 선들은 새의 깃털이 아니라 곤충 날개에 드러난 특유의 무늬였던 것. 굳이 왜 풍뎅이였을까? 애스턴 마틴은 이 신화 속 곤충 날개의 의미가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자리 잡은 새로운 상징도 90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오래전 이 회사를 인수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한 데이비드 브라운의 이름이 들어간 적도 있으며, 굵은 테두리로 날개를 강조했던 적도 있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로고는 2003년에 새로 만들어졌는데, 사실 새로 만들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날개를 감싸는 굵은 테두리가 사라지고 날개 속을 채우고 있던 선들이 좀 더 간결해진 정도다.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애스턴 마틴의 날개 로고는 1932년부터 지금까지 약 9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애스턴 마틴이 이 로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일단 새롭게 변경된 로고를 보자. 물론 얼핏 보아 큰 차이를 발견하긴 어렵다. 90년을 지켜온 로고인 만큼 많은 것을 송두리째 바꾸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변화에 비해서는 느낌의 변화가 제법 크다. 가장 큰 변화는 날개 속을 채우고 있던 반원의 아치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각 모서리 부분이 전에 비해 약간 더 부드럽게 바뀌었고 ASTON MARTIN 레터링이 전보다 뚜렷해졌다. 맞다. 이게 변화의 전부다.

그래도 이전보다 조금은 단순해졌고 덕분에 더 뚜렷해졌다.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단순하고 뚜렷하게 바꾸는 회사가 최근 들어 늘어났다. 가령 더 이상 줄일 것이 없어 보였던 폭스바겐의 로고도 입체에서 평면으로 바뀌었고 좀 더 또렷해졌다. BMW는 검은색 테두리를 투명하게 바꾸면서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변경했다. 이 외에도 미니, 닛산이 BI를 아주 단순하게 변경해 전 세계에 배포했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간결하고 단순하게 바꾸는 이유는 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보다 명확하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브랜드 로고를 표현할 때 단순한 편이 더 명확히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3D의 입체적인 형태에서 납작한 형태로 바꾸었다.

애스턴 마틴의 로고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도 이들의 로고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프로필 이미지에 뚜렷하게 표현되기 어렵다. 일단 좌우로 넓게 디자인되어 있기도 하고 ASTON MARTIN 레터링은 너무 작으며, 심지어 선들은 복잡하다. 그래서 이들은 원래 간직하고 있던 아이덴티티를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 단순하게 로고를 변경했다.

애스턴 마틴은 새로운 로고의 변경을 자축하기 위해 203년 전통의 은세공 공방에서 은으로 된 자사의 로고를 제작했다. 그리고 프랑스 그랑프리에 참가시킬 포뮬러 1카에는 1922년 디자인한 첫 번째 로고를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캐나다의 부호, 로렌스 스트롤이 대주주로 참여한 후 이처럼 애스턴 마틴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날개가 이들을 새로운 미래로 데려다줄지 천천히 지켜보자.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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