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개, 새 직장 얻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7.11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개가 새로운 직장을 얻었다.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유적 탐사부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봇 개의 다음 직장은 어디일까?

처음 이 개를 만났을 때 기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흔히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현실 세계의 그것과 지나칠 정도로 똑같을 경우 사람은 이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이를 불편한 계곡이라 부른다. 이 개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불편했다.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난 이 개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정교한 발놀림을 보였고, 발로 걷어차도 넘어지지 않았으며, 어떤 장애물도 가볍게 타넘었다.

바로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로봇 개였다. 프로토타입이 발표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래도 불편함이 덜하다. 적어도 흉측해 보였던 골격을 노란색 바디워크로 모두 감싼 후부터는 나름대로 귀여운 느낌도 있다. 그 사이 동작은 더 정교해졌다. 지금은 실제 개와 거의 흡사한 수준의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여기에 똑똑한 기능도 많이 갖고 있다. 게다가 이름도 가졌다. ‘스팟'이다. 이와 같은 진화 과정이 지나자 이 로봇 개를 채용하려는 기관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일단 뉴욕 소방국에 취직한 로봇 개는 인명구조 활동을 돕는 탐색견으로 활동할 준비를 마쳤다. 사실 뉴욕 소방당국은 원래부터 로봇을 탐색 임무에 투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포기했다. 왜냐하면 원하는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스팟은 달랐다. 정말 탐색견처럼 움직였고 실제 개는 할 수 없는 스마트함까지 갖고 있었던 데다가 무엇보다 부상이나 업무 중 순직해도 안타까움이 덜했다.

어떤 스팟은 좀 더 특별한 임무를 맡기도 했다. 바로 경비 임무다. 뉴욕 소방 당국과 함께 원래는 NYPD에서도 스팟의 채용을 검토했지만 로봇이 인간을 상대로 경찰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과감히 스팟에게 탐색 경비 임무를 맡긴 곳도 있다. 바로 이탈리아 폼페이의 고고학 공원이다.

이곳은 고대 유물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인데, 오랫동안 도굴꾼들에게 시달려 왔다. 그래서 기존 경비 인력과 함께 스팟을 채용해 유적지를 지키고 있다. 360도 카메라와 함께 레이저 스캐너까지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업무를 맡기기에 최적이라는 것이 유적 관리 당국의 설명이다.

군사 분쟁 지역에서도 스팟의 활약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NYPD의 사례처럼 이 로봇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있긴 하지만, 최근 스팟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현장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스팟이 맡은 임무는 지뢰 탐색과 같은 군인이 하기에 너무 위험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에서도 스팟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한 발전소는 경비견으로 스팟을 채용했다. 이곳에서 스팟이 맡은 임무는 잠재적 위험을 탐지하는 것. 그런데 난제도 있었다. 복잡하고 때로는 밀폐되어 있는 발전소의 내부 구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스팟은 현장 감시를 비롯해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경비 센터에 메시지를 보낸다. 특히 24시간 감시가 필수인 발전소에서 스팟은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지치지 않고 일한다. 문으로 밀폐된 공간이라도 문제없다. 마치 레트리버처럼 도어 레버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문을 다시 닫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재 각 산업 현장에서 스팟이 해내고 있는 일은 실제 경비, 탐색견 혹은 경비원 몇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특히 생명체는 할 수 없는 실시간 데이터 통신과 같은 임무를 해내고 있어 일부에서는 향후 더 많은 스팟을 고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지금도 로봇이 인간 혹은 개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인간이나 개가 할 수 없는 극한의 업무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보조 자원이기도 하다. 현대 자동차가 이 회사에 투자할 당시 왜 자동차 회사가 로봇 개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았으나, 이렇게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스팟은 천천히 자신들만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스팟이 맡은 역할은 그야말로 로봇 개로써 할 수 있는 1차원적인 임무에 불과하며 향후 스팟이 가진 능력 혹은 스팟으로 검증한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발휘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스팟은 100%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로봇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