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카플레이로 에어컨까지 컨트롤 가능?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6.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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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플레이가 더욱 강력해졌다. 심지어 통풍시트부터 에어컨까지 컨트롤 할 수 있게 됐다. 지난주 열린 애플 2022 WWDC(월드 와이드 개발자 회의)에서 발표된 새로운 애플 카플레이는 자동차 OS로 영역을 확대하는 애플의 의지를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라면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기능을 지원한다면, 거의 대부분 카플레이를 사용할 것이다. 물론 자동차 회사에서도 근사한 그래픽과 편리한 기능의 인포테인먼트 UI를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익숙함 때문일 거다. 왜냐하면 자동차보다는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 카플레이는 음악, 문자 메세지 알람 및 읽기 그리고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능을 제공해왔다. 물론 미러링을 통해 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동차 운전 중에 필요한 기능이라면 대체로 이 정도가 전부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이용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애플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보다 더 넓은 영역으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WWDC에서 새롭게 공개된 애플 카플레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가히 지배력의 확대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인포테인먼트 및 클러스터의 모든 그래픽을 애플화 할 수 있다. 컨셉트로 공개된 그래픽을 보면 애플워치 사용자들에게는 익숙한 그래픽이 펼쳐진다. 선명한 컬러에 또렷한 폰트 그리고 색깔로 구분해 놓은 각종 계기 정보들은 현재 애플의 OS에서 볼 수 있던 그래픽과 완벽히 동일하다.

원한다면 전통적인 자동차 계기반의 그래픽으로 바꿀 수 있는데, 여기에 컬러까지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계기반 배경을 바꾸고 싶어도 방도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제한은 있겠지만 마치 애플워치처럼 배경이나 그래픽의 컬러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로 눈을 돌려보자. 모니터 사이즈에 따라 애플은 몇 가지 구성을 제공하는데, 2분할은 물론 3분할까지도 가능하다. 하나는 내비게이션을 위한 지도로 사용하고, 다른 곳은 날씨 그리고 음악을 위한 타일로 사용할 수 있다. 여행이 잦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고마운 구성이다. 게다가 다른 기능을 쓰기 위해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내리고 올리는 일도 없어졌다.

운전 중 전화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부분이다. 원형의 통화 종료 버튼을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함께 계기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애플 카플레이 컨셉트의 진짜 매력은 그래픽에만 있지 않다. 사실 진짜는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자동차의 OS를 통합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애플 카플레이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 기능을 일부 미러링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컨셉트는 차량 주행 정보, 누적 주행 거리, 유온, 유량 등 운전에 필요한, 하지만 자동차의 ODB2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던 내용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기능을 구현하려면 자동차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애플은 이미 어느 정도 이 작업을 끝내 놓은 것 같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시작으로 포르쉐, 포드, 닛산, 르노, 혼다, 볼보, 폴스타를 포함해 14개 이상의 제조사들이 애플의 새로운 카플레이 파트너가 될 것이라 소개했다.

이들은 단순히 모니터만 빌려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아예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까지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위에서 소개한 정보 표기 수준을 너머 일부 기능을 애플 OS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게 열어준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기능이 에어컨과 열선 그리고 통풍 시트 등이다. 소개 화면을 보면 정말 에어컨디셔닝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애플 OS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 기능들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계기반 및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에 전부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테슬라처럼 대형 모니터를 사용하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캐딜락이나 다른 브랜드처럼 곡선을 가진 모니터라면 대응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 일부 제조사들은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카플레이는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를 옵션에서 일시적으로 삭제하고 있다. 만약 이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애플의 새로운 카플레이를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2023년 경이면 새로운 카플레이와 완벽히 호환되는 차량이 발표될 것이라 했다. 물론 그 차가 애플카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와우 팩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애플 카플레이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끌어온 강력한 와우 팩터이자 어쩌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주종 관계를 바꿀지도 모를 새로운 옵션이 될지도 모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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