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인-휠 모터가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22.06.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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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새로운 모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피는 작게, 힘은 크게, 효율은 높게 만들기 위함이다. 저렴해진 가격으로 제조원가를 줄여야 하는 것도 제조사가 원하는 요소 중 하나다.

자동차 바퀴 안쪽에 모터가 탑재된 인-휠 모터(In-Wheel Motor)는 전기차 시대에 도달했을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받아왔다. 1901년 로너-포르쉐(Lohner-Porsche)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부터 양산됐으니 개념 정립만 100년이 넘었다. 국내를 포함해 전세계 많은 제조사들이 1990년대부터 인-휠모터 개발에 집중했으니 기술 성숙도도 충분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바퀴 자체가 굴러가는 방식이다 보니 공간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바닥을 이루는 배터리와 바퀴만 있으면 나머지는 어떤 뚜껑을 씌우건 모두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소형차 크기지만 대형차급 공간을 누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4개의 바퀴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자리에서 빙글 돌 수도 있고, 게처럼 옆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아니면 지게차처럼 앞바퀴는 가만히 있고 뒷바퀴만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스포츠카에 적용하면 각 바퀴의 모터를 제어해 언더스티어도, 오버스티어도 아닌 완벽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바퀴를 움직이는 주체가 바퀴에 있다 보니 이동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아이디어도 적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 엘리베이트 컨셉이다. 평상시에는 자동차처럼 이동하지만 필요할 때 바퀴가 다리로 변신해서 걸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갈 수 없는 곳을 통과할 수 있는데, 구동축 없이 바퀴 자체적인 동력 전달이 가능한 덕분이다.

하지만 2022년 현재도 대부분 전기차는 인-휠 모터를 쓰지 않고 있다. 자전거나 바이크, 일부 연구용 자동차를 제외하면 말이다. 전기차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 같은 인-휠 모터. 왜 아직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 않을까?

1. 내구성

일반적인 전기차에 쓰이는 섀시 모터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적게 받는 안전지대에 자리한다. 타이어, 서스펜션, 각종 부싱, 차체 등이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걸러 주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모래언덕을 지나도 문제 없다. 밀폐된 공간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인-휠 모터는 바퀴와 모터가 하나다. 그만큼 충격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다. 물이나 먼지 등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도록 개발됐음에도 외부 노출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0%라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강하고 안정적인 구조 개발이 필요하다.

열관리도 문제다. 일반 섀시 모터는 수냉, 유냉, 공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터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준다. 반면 한정적인 부피를 갖는 인-휠 모터는 밀폐된 공간 속에서 효율적인 냉각 방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바퀴 안쪽에 브레이크 시스템도 함께 탑재되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을 한다면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열 배출 및 모터 온도 유지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다.

2. 무게

일반적인 전기차용 섀시 모터는 50kg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인-휠 모터는 소형차용의 경우 개당 약 20kg 내외, 고성능 및 픽업트럭용은 개당 약 40kg가까이 나간다. 4개의 바퀴에 모터를 장착하니 최소 80kg에서 160kg의 무게가 바퀴에 걸리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입장이다. 현가 하 질량(Unsprung mass)을 줄여 핸들링을 비롯한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개발자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무게가 줄기는커녕 크게 증가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휠도 부담이다. 무거운 중량이 온전히 휠에 전달돼 같은 충격을 받아도 더 큰 충격량을 받게 된다. 여기에 맞춰 휠의 강성을 높이면 다시 무게가 증가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경량화 기술을 적용하면 가격이 상승 문제가 따른다.

3. 제한적인 회전수, 이에 따른 출력 제한

전기차에 사용되는 모터는 1만rpm 이상 회전이 가능하다. 변속기 없이 일반적인 주행 환경을 대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1만rpm 이상 사용하지 못한다. 바퀴의 회전수가 곧 모터의 회전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휠이 회전하는 속도는 약 1000rpm 전후다. 원래대로라면 10배 이상 빨리 회전할 수 있음에도 10분의 1 속도로만 회전하는 것이다. 토크는 문제 없다. 모터가 회전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력은 회전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출력 발휘가 제한적이다.

슬로베니아의 인-휠 모터 업체 엘라프(elaphe)에 따르면 소형차용 인-휠 모터는 1565rpm에서 최대 40.8kgf·m의 토크를 만들어내지만 최고출력은 약 53마력에 불과하다. 고성능 사양의 모터는 1480rpm에서 무려 153kgf·m의 토크를 발휘하지만 최고출력은 147마력 수준이다.

내부에 기어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공간 제한은 물론 변속기어 내구 문제, 무게 증가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 모터를 소형화시켜 회전수를 임의로 상승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효율성 면에서 큰 이득을 보기도 힘들다.

4. 가격

결국 가격이 문제다. 모든 단점을 보완했다고 해도 가격은 필연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섀시 모터 방식이면 1개의 모터 혹은 2개 정도 장착하면 되지만 인-휠 모터는 2개에서 4개를 사용해야한다. 더 많은 기술을 갖춘 값비싼 모터를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고 싶어하는 자동차제조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방식이다.

이처럼 다양한 진입장벽이 자동차제조사로 하여금 인-휠 모터보다 섀시모터 방식을 사용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현재도 여전히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다.

신생 전기차업체 로즈타운(Lordstown)은 인-휠 모터를 탑재한 픽업트럭인 인듀어런스(Endurance)를 2022년 3분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수의 인-휠 모터 제조사에서도 2023~2025년 사이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춰 시장조사 업체도 인-휠 모터의 시장 규모는 매년 30~4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 이동수단에 많은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휠 모터. 전기차 시대에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지, 아니면 가능성만 보여주고 도태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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