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 충전시간, 주행거리 압박에 대한 르노의 해답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6.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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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가 최근 내놓은 컨셉트카, 시닉(Scenic) 비전에 좀 특이한 방식의 파워 트레인이 소개됐다. 이론적으로는 주행거리와 충전시간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가 신차, 오스트랄에 이어 이번에는 새로운 컨셉트카를 제시했다. 이번에 공개된 컨셉트카는 르노에서 꽤 오랫동안 전개했던 MPV 시닉의 비전을 담은 컨셉트카다. 새로운 디자인 큐가 적용된 시닉은 확실히 현재 판매되는 시닉과 비교해 좀 더 세련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형적인 MPV 스타일이 아닌, 현재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 중 하나인 컴팩트 SUV처럼 보이기도 하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적어도 내연기관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만한 킥은 숨어 있다. 반면 익스테리어는 적어도 오스트랄처럼 거의 그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단지 디자인의 비전만 보여줄 의도로 이 컨셉트카를 공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좀 특이한 개념의 일렉트릭 파워트레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실물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르노의 연구실에서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공개된 파워트레인은 거의 하이브리드에 가깝다. 물론 ICE를 사용하진 않는다. 이 차는 엄연히 BEV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BEV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자동차 변화의 큰 파도는 분명 BEV쪽으로 기울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하이브리드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결국 빠르게 BEV로 전환하고 있다.

그런데 BEV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첫 번째는 지나치게 긴 충전 시간 두 번째는 여전히 압박을 가하는 주행거리다. 이걸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있다고 해도 비용 혹은 실증 문제가 남아 있어 시중에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라면 배터리 사이즈를 키워 주행거리를 대폭 증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은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추가되는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게가 아주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약 400km의 주행거리를 보장하는 대부분의 EV들은 거의 필연적으로 2톤이 넘어간다. ICE와 샤시를 혼용하는 경우에는 무게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엔진과 트랜스미션 무게보다 모터와 인버터의 무게가 가볍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디서 무게가 늘어난 것일까? 답은 나와 있다. 바로 배터리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면 무게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모터 출력을 더 키우는 건 의미가 없다. 약간 더 증가시킨다면 늘어난 무게를 좀 더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편이 좋다. 따라서 지금 제조사들이 대략 400km 남짓으로 주행거리를 한정하는 것은 그 이상의 주행거리를 위해 배터리 사이즈를 키워봐야 기대만큼 주행거리의 연장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르노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일단 이들은 배터리 사이즈를 PHEV 수준으로 줄였다. 40kWh급의 배터리 팩이 탑재되는데 이 사이즈면 WLTP기준으로 대략 200km 남짓의 주행거리를 기록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는 분명 전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르노는 이 파워트레인으로 무려 800km 가량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어찌된 일일까?

답은 수소 연료 전지에 있다. 르노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수소 연료전지 + BEV 하이브리드로 설계했다.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일단 배터리 팩의 사이즈를 줄여 무게를 낮췄고, 여기에 수시로 충전이 가능한 (물론 인프라가 되어 있다면) 수소 탱크와 연료 전지를 달아서 회생제동과 함께 배터리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물론 르노가 이야기하는 800km는 배터리팩이 100%일 때 그리고 수소 탱크가 가득찼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확하게 기술하진 않았다.)

아무튼 이런 독특한 방식을 적용한 끝에 르노 시닉 비전은 1,700kg으로 무게를 억제할 수 있었다. 어지간한 400km 급 BEV들이 기본적으로 2톤이 넘는 걸 감안하면 아주 주목할만한 감량 수치다. 듀얼 충전이기 때문에 만약 수소 충전소가 없다면 시간을 들여 전기를 충전하면 되고, 아니라면 5분만에 수소를 채우면 된다. 이는 분명 사용자 편의에 있어 유리한 점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염려되는 부분은 있다. 일단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진다는 것과 가격이다. 이미 우리는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경험한 바 있다. ICE를 HEV로 전환하면 무조건적으로 가격은 올라간다. 그리고 FCEV의 연료전지 스택을 소형화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기술적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론적으로는 아주 매력적인 방식임에 틀림없다. 과연 르노는 이 기술을 대중들에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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