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그런데 가격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5.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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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가 레벨 3 반자율 주행 기술에 대해 첫 번째로 국제 유효 인증을 받은 제조사가 됐다. 독일 현지에서는 빠르면 이번 달부터 주문 및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얼마의 비용을 더 추가해야 하는 걸까?

제조사마다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반자율 주행 기술은 대부분 레벨 2에 해당된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레벨 3의 경우 조건부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인데, 현재까지 합법적으로 이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는 없다. 그런데 최초로 메르세데스가 이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는 5월 17일부터 주문에 들어가는 반자율 주행기술이 레벨 3에 도달했으며, 특히 국제 유효 인증을 받은 첫 번째 반자율 주행 기술이라 소개했다.

레벨 3는 이른바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시스템이 운전에 관한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운전자는 필요시에만 운전에 개입할 수 있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처럼 수 초 후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경고 메시지를 더 이상 띄우지 않는다. 물론 조건에 맞는다면 말이다. SAE가 명시한 운전자들이 특정 조건에서는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감독하지 않아도 되는 이 단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적인 제조사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처음이다.

레벨 3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몇 가지 장비가 추가됐다. 우선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기본으로 여기에 보다 정교하게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라이다(Lidar) 센서를 추가했다. 메르세데스의 설명에 따르면 1cm까지 구분하는 고정밀 지도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또한 레벨 3의 경우 고도 자동화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대책도 보강됐다. 특히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중복 아키텍처가 탑재될 예정인데, 브레이크, 스티어링 조작 및 전원 공급이나 사물 인식 그리고 주행 관련 계산까지 복합적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라 전했다.

그럼에도 오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는 오류 발생 시 즉각적으로 운전자에게 운전을 인계하며 만약 10초 이내에 운전자가 경고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이동시켜 차를 정차시키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인 운전 조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아우토반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서만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캐딜락의 슈퍼 크루즈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전략과 동일하다. 왜냐하면 고속도로는 상황 예측이 일반 도로보다 쉬우며 특히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운전자는 고속도로 주행 중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며 원한다면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물론 해당 국가의 관계 법령이 이를 허용하는지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레벨 3 반자율 주행 중이었음을 입증한다면 문제 되지 않도록 법안을 개정 및 수정하는 절차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메르세데스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 규제 승인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레벨 3 반자율 주행의 시대가 메르세데스 벤츠를 시작으로 개막됐다. 그렇다면 이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얼마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이 서비스는 S 클래스와 EQS를 통해 서비스되며 옵션은 약 5,000유로, 한화로 약 670만 원 정도에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드라이버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가 추가되어야 하므로 최종 비용은 약 1,0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테슬라의 FSD 옵션 비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대신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는 라이다 센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메르세데스 벤츠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레벨 3 이상의 반자율 주행 서비스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나마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이 기술에 대한 적당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데 반해 대중적인 브랜드들은 레벨 3 반자율 주행 서비스를 당장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2억 원에 육박하는 자동차에서 1,000만 원의 옵션이 들어가는 것과 4~5,000만 원대 자동차에서 1,000만 원대 옵션이 포함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완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은 라이다 센서의 경우 여전히 가격이 비싸며 특히 소형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당분간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경우 월 사용료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실치 않다.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법규를 비롯해 가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반자율 주행의 고도화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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