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역사상 전례없는 스턴트를 감행한 레드불 파일럿, FAA 조사 받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5.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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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이 인간 비행 역사상 전례없는 과감한 스턴트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 스턴트에 대해 연방항공국(FAA)가 조사에 나섰다. 과연 어떤 도전이었기에 FAA가 나선 것일까?

누구도 하지 않는 도전이야 말로 레드불다운 도전이다. 특히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도전이야 말로 오랫동안 레드불이 가장 즐겨해왔던 도전이다. 예를 들면 비행기로 터널을 통과한다거나 300m의 절벽에서 모터사이클로 점프하는 일 심지어 성층권에서 지구로 다이빙하는 것들 말이다. 레드불은 매 도전마다 완벽을 기했고 다행히 거의 모든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하늘도 모자라 성층권까지 도전했으니 이쯤되면 과연 이들에게 남은 도전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레드불과 파트너들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었다. 이번에는 비행 역사상 전례없는 일을 벌일 생각이었다. 프로젝트 명은 플래인 스왑(Plane Swap)이었다. 도전 과제는 이름 그대로다. 비행 중 두파일럿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파일럿과 코파일럿의 역할 변경이 아니라 아예 비행기에서 다른 비행기로 뛰어 들어 파일럿을 바꾸는 위험천만한 도전이었다.

이 도전에 임한 루크 에이킨스와 앤디 패딩턴은 전문 스카이다이버이자 능숙한 파일럿들이다. 하지만 이런 도전은 그들도 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은 이미 10년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가 가까워질수록 흥분도 커졌습니다. 바로 어제가 딱 10년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마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처럼 흥분됐습니다.” -루크 에이킨스

두 사람은 사촌관계로 이미 16살때부터 단독 비행을 시작했고, 5,000회 이상의 다이빙 기록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 호흡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일단 두 대의 비행기는 이륙과 동시에 4265m 상공까지 비행할 예정이고, 해당 고도에서 뛰어 내려 서로 비행기를 바꾸는 것이 이번 도전 과제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비행기의 하강속도가 다이버들의 하강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이들이 타고 갈 세스나 182는 321~327km/h의 속도로 떨어지는데 반해 다이버들은 최대 200km/h의 속도가 한계였다. 그래서 비행기의 속도를 줄일만한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고, 결국 항공기 설계 및 응용 공기역학자였던 파울로 이스콜드 교수와 함께 했다. 그는 두 대의 세스나 182에 에어 브레이크를 부착해 속도를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파일럿이 자리를 비운 사이 비행기는 곧바로 자유낙하에 돌입할 것이고 자칫 실속이라도 하게 되면 두 대의 비행기 모두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가나 거주자가 없는 안전한 공역에서 비행할 예정이긴 했지만, 어쨌든 비행기가 추락하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간다.

따라서 에어브레이크와 함께 오토 파일럿이 필요했다. 문제는 세스나 182에는 오토 파일럿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파울로 교수는 세스나 182에 맞는 특별한 오토 파일럿까지 함께 개발했다. 개발한 오토 파일럿은 파일럿들이 비행기를 수직 강하시킨 후 내리면 곧바로 수평 비행 모드로 전환하도록 고안됐다. 그래야만 서로의 비행기로 들어갔을 때 바로 시트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루크 에이킨스는 “가장 어려운 부분은 날개 끝에서 동체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계기판 쪽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비행기 앞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바닥에 또 하나의 특별한 장치를 부착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들은 시속 200km/h로 자유 낙하하면서 냉장고만한 동체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5,000회의 스카이다이빙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장담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4일, 이들은 4,267m 상공까지 고도를 높였고 훈련한 대로 비행기에서 뛰어 내렸으며 끝내 한 사람은 비행기를 바꾸어 콕핏에 무사히 앉아 착륙까지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다른 한 사람은 비행기 콕핏에 앉지 못했고, 세스나 182 중 한 대는 결국 수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부상이나 사망 등의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는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모든 비행기가 그러하듯 비행하기 앞서 연방항공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미 연방항공국 FAA는 비행기가 무인 상태로 비행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의 조건은 파일럿이 뛰어 내리더라도 반드시 코 파일럿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레드불과 두 사람의 스카이 다이버 겸 파일럿은 원래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레드불은 모든 책임은 자신들이 진다고 했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비행을 담당한 사람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결국 FAA는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한 루크 에이킨스와 앤디 패딩턴 모두를 연방 항공법 위반으로 기소했으며, 파일럿들은 현재 수사에 협조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사안이 심각하다 판단되면 이 두 사람의 조종 면허가 취소될수도 있다. 이들이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끝으로 과연 이 도전이 무모했는지 아니면 그럼에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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