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5억 8천만 원에 낙찰된 BMW 8시리즈 아트카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4.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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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기획한 또 하나의 아트카가 자선 경매에서 47만 5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억 8천만 원이라는 금액에 비교적 저렴하게 낙찰됐다. 이번 아트카를 담당한 아티스트는 BMW와 두 번째 인연을 맺은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다.

새로운 BMW 아트카가 등장했다. 이번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2010년 무렵 BMW와 함께 했던 뉴욕 출신의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Jeff Koons)다. 제프 쿤스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수많은 찬사와 논란을 함께 받는 작가다. 그의 대표 작품은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초대형 사이즈의 풍선 인형이다.

당시 이 작품을 발표했을 때 평단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것을 냉소적 풍자를 담은 작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저 상업적으로 제작된 조형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비난을 뒤로하고 그가 제작한 작품은 연일 새로운 경매가를 경신했고, 마치 사업가처럼 슈트에 넥타이를 맨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렇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띄면서 BMW 마저 그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제프 쿤스와 BMW의 아트카가 BMW 아트카의 오랜 전통에 따라 2010 르망 24에 참가했다. 당시 그가 제작한 아트카 역시 아트 워크로 볼 것인지 단순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이전 BMW 아트카는 대부분 작가의 핸드 페인팅을 통해 태어났다. 알렉산더 칼더가 그랬고, 앤디 워홀이 그랬다.

이후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핸드 페인팅 아트카를 제작했는데, 제프 쿤스는 달랐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래핑이었다. 컴퓨터로 그래픽을 완성한 후 BMW M3 GTE에 씌우는 방식이었다. 물론 작품의 의도는 무척 신선했다.

그가 제작한 아트워크는 야간 레이스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담은 것이었는데, 수많은 빛들이 M3 GTE의 표면에 투영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했다. 문제는 간단히 ‘생산'할 수 있는 필름 위에 디지털로 인쇄했다는 점뿐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생산 방식은 그가 다른 작품에서도 추구하던 것이었기에 어쩌면 표현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제프 쿤스다운 작품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2년, BMW와 제프 쿤스가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이번 작품의 대상은 최근 소량만 한정적으로 제작된 M850i 그란쿠페. 그리고 그 위에 올라간 아트 워크는 2010년 작품과 맥을 같이 한다. 제프는 이번에도 달리는 자동차의 바디워크를 타고 흐르는 빛을 스트라이프로 표현했다. 프론트와 리어 범퍼는 노란색으로 칠했고, 그 위로 파란색 선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흐르고 있다.

흐르는 빛들은 도어에서 연기와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스파크와 만나기도 한다. 이 작품에 대해 제프 쿤스는 “후드에서 트렁크로 향하는 선들이 점점 커지면서 POP 혹은 증기 추력 기관과 만나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파란색을 통해 저는 우주의 광활함을 표현했고, 글로벌 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M850i 그란 쿠페의 원래 가격은 3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억 2천만 원이다. 그렇다면 제프 쿤스의 아트카로 변신한 M850i 그란 쿠페의 가격은 얼마일까? 배제된 핸드 페인팅이 늘 논란이었던 제프 쿤스의 작품 중에서 드물게 이번 아트카에는 그의 핸드 페인팅이 들어간다. 다름 아닌 파란색으로 쓰인 제프 쿤스의 사인이다. (오직 이것만이 그의 손으로 직접 작업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평소 제작했던 작품들의 가격과 비교하면 낙찰가는 의외로 저렴하다. 어린이 자선 경매에 출품된 제프 쿤스의 아트카의 최종 낙찰가는 47만 5천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억 8천만 원이다. 그러니까 한정판 M850i 그란 쿠페에 비해 1억 6천만 원 정도의 제프 쿤스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그의 작품가를 안다면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수준이다.

물론 이 가격은 시간 프리미엄이 더해져 낙찰된 순간부터 계속 오를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디지털 작품이 NFT로 바뀌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것마냥,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고 논란투성이인 제프 쿤스의 두 번째 BMW 아트카 역시 엄청난 프리미엄 상승폭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꼭 이 작품을 가격으로만 따질 이유는 없다. 한정판이긴 하나 대량 생산 시스템 위에서 생산된 제품 위에 같은 방식의 아트워크가 더해졌으니 어쩌면 자본주의를 향한 냉소적 풍자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향후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중동에서 열리는 다양한 아트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며, 굿우드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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