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F1 만든 前 FIA 회장 맥스 모슬리, 1년 전 자살했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4.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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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모슬리는 어쩌면 지금은 대부분의 기억속에서 지워졌거나 혹은 아예 무관심할지도 모를 사람이다. 하지만 만약 포뮬러1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드라이버의 사망사고 없이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이 현실에 만족한다면 이 사람을 기억해두는 편이 좋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 전인 2021년 5월, 포뮬러1에는 갑작스러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전 FIA회장이자 포뮬러1을 오늘날의 위치로 올려 놓은 인물이기도 한 맥스 모슬리가 향년 8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그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위기는 비교적 조심스러운 편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불명예스러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그가 포뮬러1을 망쳐 놓았으며 버니 애클레스턴이라는 괴물을 낳았고 FIA와 포뮬러1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편취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주장 중 일부는 맞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버니 애클레스턴에게 포뮬러1의 상업적 권한을 무려 100년이나 임대해준 건 누가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은 버니 에클래스턴이 포뮬러1의 상업적 권한을 가져간 후부터 비로소 포뮬러1은 전세계로 확장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버니와 막스 두 사람 모두 브라밤과 마치라는 포뮬러 1팀을 운영했던 사람들이자, 포뮬러1 팀 소유주 협회 멤버였던 사람들로써 레이스 팀을 운영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콩코드 협정을 통해 팀들이 자본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고 합리적인 상금 분배 체계를 제시했다. 오늘날까지도 포뮬러1의 상업적 이익 분배를 전제하는 콩코드 협정에 모든 팀들이 불만을 품지 않는 것도 그만큼 팀들 입장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물론 100년 임대라는 것이 사실상 영구적 귀속에 가까우며 단지 법적으로 개인 혹은 단체에게 귀속시킬 수 없어 임대라는 명목상 항목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들 사이에 비밀스러운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품게 만들지만, 사실상 F1을 지금처럼 성장시키는데 역량의 제한이 많았던 FIA에게도 좋은 일이었고, F1 전체로 봐도 좋은 일이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외에도 맥스 모슬리의 업적은 의외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포뮬러1의 속도를 떨어뜨린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도 논란의 여지는 많다.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 말고 안전을 도모할 장치가 없었던 것인가? 라는 부분에 대한 비난이 당시에도 꽤 많았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것은 맥스 모슬리가 FIA 회장으로 부임하고 두 번째 해에 곧바로 두 명의 드라이버가 트랙에서 사망했다. 바로 롤란드 라첸베르거와 아일톤 세나다.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곧바로 속도를 줄이고 안전 기준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는 없었다. 이후 F1에 유로 NCAP 테스트를 도입시킨 것도 맥스 모슬리였다.

오늘날 거의 모든 레이싱 드라이버가 필수적으로 착용하는 한스 디바이스를 포뮬러1의 필수 장비로 도입, 승인한 것도 맥스 모슬리다. 물론 2005년 US GP에서 여섯 대의 차만 레이스를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맥스 모슬리에게 전가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유럽 연합에서는 이미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작되고 있었음에도 담배 회사들과의 관계를 오히려 강화하려했던 움직임 등 그는 쌓은 공 만큼이나 과도 많은 사람이었다.

최악은 그가 은퇴한 이후였다. 장 토드에게 FIA 회장직을 내어 준 후에도 그는 종종 F1을 비롯해 각종 모터스포츠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결국 그가 쌓은 명예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스캔들이 터지고 말았다. 70세의 노인이 나치를 테마로 한 광란의 섹스 파티를 벌렸다는 것이 타블로이드 매체로부터 흘러나왔던 것이다. 결국 파티 자체는 인정했으나 나치를 테마로 했다는 사실은 허구로 드러나면서 일부 명예를 회복할 수는 있었어도, 그 자체가 불명예스러웠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말년이 그리 편치 못했던 것 같다. 결국 2019년 맥스 모슬리는 시한부를 선고받는다. 확산성 B세포 림프종이 걸렸다는 사실이 검사 결과 밝혀졌고, 면역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력이 생길 것이며 그로 인해 남은 생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2021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지 거의 1년만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맥스는 떠나는 그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품게 만든 모양이다. 당시 밝혀진 바로는 그의 사인은 병사였는데, 최근 조사된 바로는 그의 사인은 다름아닌 총상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두부 총상에 의한 사망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니까 암에 걸렸음에 확인됐고 시한부를 선고받은 후 약 1년만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레이싱 드라이버로 시작해 모터스포츠에 발을 들였던 그는 레이싱 팀의 오너이자 훗날 FIA 회장직까지 역임하며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등장부터 퇴장까지 단 한 순간도 조용할 날이 없는 그야말로 풍운아같은 인생이기도 했다. 적어도 자동차 무대에서 모든 권력을 움켜쥔 것 같았던 그 조차도 죽음 앞에 나약한 한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걸 과연 그 때의 그는 알고 있었을까?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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