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알피나를 인수하다

  • 기자명 박종제 에디터
  • 입력 2022.03.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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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이름이 하나 더 추가됐다. 미니, 롤스로이스에 이어 새로운 BMW 그룹 패밀리가 된 브랜드는 놀랍게도 알피나다. 이미 M이 있음에도 굳이 알피나를 새롭게 인수한 것이다.

최근에는 위상이 많이 축소됐지만, 독일 프리미엄 3개 브랜드는 각각 오피셜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구축한 튜닝 파트너가 존재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브라부스, 아우디는 압트(Abt) 그리고 BMW에는 AC 슈니처와 함께 오늘 소개할 이 브랜드, 알피나가 있다.

이 브랜드들이 제조사와 함께 한 역사는 대부분 반세기 이상이다. 게다가 이들이 오피셜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에서 손 본 이른바 컴플리트 카들은 여타 튜닝카들과 달리 제조사 보증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들 대부분은 40~50년 전부터 제조사와 함께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등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그래서 다른 튜너들보다 메이커의 의지와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메이커의 캐릭터를 거스르지 않는 차원에서 특별한 색깔을 덧입혀 왔기 때문에 제조사의 이미지 메이크업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이유로 거론한 브랜드들 모두가 제조사와 함께 반세기 이상을 함께 하며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알피나도 마찬가지다. 1962년 BMW용 웨버 카뷰레터 개발을 시작으로 1970년 유러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을 비롯해 다수의 모터스포츠에서 우승을 차지한 알피나는 최근까지도 BMW와 함께 모터스포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게다가 BMW 팩토리 개런티(공식 인증)의 경우 이미 1964년에 획득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그야말로 돈독한 파트너다.

물론 알피나가 레이스만 함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이들의 주력 사업은 BMW 튜닝이다. B시리즈(디젤의 경우 D시리즈)로 불리는 알피나의 BMW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매우 단정하고 정갈한 스타일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는 핀 스포크 휠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분명 강력한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튜닝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스타일은 BMW 고유의 디자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저 거기에 감각적인 터치만 더할 뿐이다.

최근까지도 알피나는 7시리즈를 베이스로 만든 B7 그리고 8시리즈 그란 쿠페를 알피나 스타일로 해석한 B8 그란 쿠페를 선보이며 BMW 마니아들의 사랑과 인정을 듬뿍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이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BMW의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편입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원래는 파트너로써 독립적인 관계였지만, 이제는 아예 BMW의 식구가 된 셈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남는다. 이미 BMW는 퍼포먼스와 스타일에 색다른 변화를 가미하는 인 하우스 하이 퍼포먼스 브랜드, M이 있다. 물론 알피나와 M은 추구하는 바가 다소 다르다고 할지라도, 굳이 두 개의 스페셜 브랜드를 함께 운영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왜 알피나를 패밀리로 맞아야만 했던 것일까?

우선 알피나는 내연기관 시대의 종식이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예전의 위상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비단 내연기관 시대의 종식이 아니더라도 알피나 혹은 AC슈니처에 열광하던 마니아들은 20세기와 함께 저물어버렸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알피나라는 이름은 낯설거나 올드하거나…둘 중 하나다. 물론 강력한 포스가 느껴지는 건 변함없지만 브랜드가 나이들어버렸다.

여기에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카운터 펀치로 작용했다. 알피나가 자랑했던 건 BMW의 내연기관에 대한 이해였지, 이들에게 일렉트릭 파워 트레인은 대단히 낯선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전기차는 퍼포먼스 튜닝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기차 시대의 개막과 함께 전통적인 튜너들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 전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어떤 회사든 영속성을 계속 유지할 순 없는 법이다.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시대의 변화는 영속성을 단절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처럼 부득이한 일에 굳이 파트너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의무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BMW가 파산으로 향해가는 알피나에게 손을 내민 이유에 대해 BMW 운영 위원회의 피터 노타는 “자동차 산업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사업 모델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50년동안 알피나는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공급해왔습니다. BMW 그룹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동차를 향한 열정으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이것이 알피나와의 장기 파트너십이 새로운 장을 열게 된 이유입니다. 상표권의 획득으로 알피나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노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설명했다.

어떤 관점에서 BMW에게 알피나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닐 수 있다. 그들에게는 이미 퍼포먼스와 레이스를 상징하는 M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끌어 안은 이유는 50년 이상 함께 한 세월이 주는 신뢰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깊은 인상이 주는 가치 때문이다. 장기적 파트너십이 파산에 의해 존속될 수 없다면 BMW에게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운신의 폭이 제한적인 브랜드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믿을만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든든한 일이다.

앞으로 알피나는 또 하나의 BMW 스페셜 브랜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2025년까지는 기존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며 개발, 제조, 판매 활동을 이어가지만 그 사이 점진적으로 BMW의 지식이나 네트워크 공유율을 높여갈 예정이라 한다. 여기에는 BMW 생산 라인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M과 중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피나만의 색채를 찾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금도 두 브랜드는 꽤 다른 색채를 띄고 있는데, 아마 지금보다 더 뚜렷하게 구분짓기 위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합병이 반갑게 다가오는 건 알피나를 경험할 기회가 전보다 확대된다는 점 때문이다. 연간 약 2,000대 가량만 생산하던 독점적인 브랜드였던 알피나의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이제 BMW 네트워크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됐고, 더 강력한 제조 설비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알피나가 나올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병은 알피나는 물론 BMW에게도 장기적으로 대단히 긍정적인 결정이다. 이들이 함께 펼쳐갈 새로운 노선은 충분히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본다.

박종제 에디터는?

F1 레이싱 코리아 전 편집장으로 포뮬러 1과 관련된 뉴스 그리고 레이스의 생생한 이야기와 트랙 밖의 이야기를 다수의 매체를 통해 전해왔다.

레드불 코리아, 한국 타이어 매거진 뮤(MiU) 등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F1, 24h 르망, WRC 등 다양한 글로벌 모터스포츠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전문 에디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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